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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06.07.26 17:46

어느 사회사업가의 반나절

조회 수 2696 추천 수 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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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자원봉사로 일하고 있는 Oxfam 서점에는 참으로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와서 자원봉사를 즐겁게 하고 있다.  그중 내 눈에 아주 특이해 보이는 2인 1조팀이 있었는데, 아버지와 아들이라고 보기에는 아버지뻘 되는 사람이 너무 젊어 보이고 그렇다고 형제라 보기에는 또 너무나 나이차가 있어보이는 두사람이 늘 함께 일하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되었다.  
   그런데 좀 주의깊게 살펴보면 젊은 사람이 하는 일은 정말 쉬운 일인데, 나이든 분은 그 젊은이가 일을 하는 동안 그의 옆에서 격려와 칭찬을 해주고 있었다.  알고보니 그 젊은이는 사회봉사를 통한 재활훈련을 하고있는 약간의 장애를 가진 청년이었고 그 청년과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하는 나이든 어른은 그 청년을 돌봐주는, 말하자면 사회사업가였다.  
‘빨리빨리’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장에서 그 두사람을 그리고 그러한 장애를 가진 사람을 아무 편견없이 받아들여 비록 다른 손빠른 사람들에 비해서 몇 배나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주어진 일을 끝낼지라도 불평보다는 그가 한 수고와 봉사에 대해 감사해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참 속이 뭉클해옴을 느꼈다.
재작년이었던가?  한국에서 온 장애인 컬링팀 선수들을 응원차 가서 만나보게 되었었다.  모두들 날 때부터 장애를 갖게 된 것이 아니라 살면서 어쩌다가 사고를 만나  그후부터 평생 휠체어에 앉아 살게 되신 분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와 성별도 다양한 그분들 하나하나마다 어찌나 얼굴 표정들이 밝고 구김살이 없는지 바라보는 나까지도 마음이 편해졌다.  
  몇몇분을 통해서 한국에서의 장애인들에 대한 차가운 시선과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은 시설들을 이용할 때마다 겪는 불편 앞에서 때때로 힘들기도 하다는 얘기를 듣고 장애인들을 태우기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 버스구조까지도 바꾸는 선진국들을 내 조국 한국도 배웠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 우리가 정말 약할 때에 강함을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을 생각하노라면 살아가면서 고비고비 부딪치게 되는 그 어떤 고통이나 아픔 혹은 갑자기 주어지게 되는 장애 역시 혼자 서려면 쓰러지고마는 우리에게 서로 돕고 긍휼히 여기며 늘 사랑하며 살라는 하나님의 깊은 뜻인지도 모른다.    
주어진 장애를 갖고서도 그 장애로 말미암아 현실을 탓하며 주저앉지않고 오히려 자신의 장애를 축복의 통로가 되게한, 미국의 라이트 주립대의 바이올린 연주자이자, 지휘자로 음악대학의 교수가 된 휠체어위의 차인홍 박사님이 쓰신 책을 최근에 읽게 되었다.   자신이 그동안 많은 사람들로부터 받은 사랑을 이제는 자신이 되갚을 차례라고 고백하는 그의 얘기는 때때로 너무 기뻐서 눈시울을 적시게 만드는 사랑과 감동 그 자체였다.  
언젠가 휠체어에 앉은 한 한국인 초등학생을 보고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는데 그 엄마가 재빨리 아들의 휠체어를 밀고 가버리는 바람에 뒤에 남아서 엄청 무안했던 적이 한번 있었다.  나는 그 아이의 밝고 구김살없는 태도와 그 아이가 낯선 이국땅에서 쓰는 모국어가 너무 반가운 나머지  말을 붙여본 것이었는데…  그 아이 엄마도 그 아이도 그 아이의 장애에 대해 너무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밝고 건강하게 살아가길 빈다.  
우리 주위의 장애인을 나와 똑같은 성정을 가진 사람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갖는 것부터가 그들의 사회생활을 돕는 첫출발이 아닐까 싶다.  장애인들을 위한 봉사는 꼭 사회사업가들의 독점사업만은 아니다.  장애인들은 그들이 장애인이기에 앞서 어느 누구의 형제요, 자매이고 어느 부모의 귀한 아들이고 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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