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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06.12.10 05:25

돌연변이의 행복 (12월 3주)

조회 수 2359 추천 수 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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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다르게 하면 세상이 혹은 사물이 달라 보인다.  이것을 역으로, 사물이 달라 보이려면 생각을 다르게 하면 된다.  이러고보니 내가 무슨 거창한 원리라도 발견한 돌팔이 철학자라도 되는 양 싶지만, 머리회전이 엄청 느린 내가 지난 여름에 생긴 커다란 책장을 어떻게 사용할까 고심고심하다가 이제야 드디어 그 알맞은 용도를 찾은 것이다.  
혹자는 말할 수도 있을 게다.  책장을 책장으로 사용하면 되는 것을 그게 무에 어렵다고 그리 호들갑을 떠냐고.  그런데 책장은 큰데 그안에 들어갈 책이 별로 없다면 나처럼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으리라.  여기저기서 선물로 책들이 생겨서 작은 책장에 한가득 책이 차긴 했지만, 이 큰 책장을 채우기에는 아무리 해도 역부족이었다.   책도 분갈이를 하는 식물들처럼 커진다면 또 모를까?
그러고보니 내가 집에 키우는 식물들이 분갈이를 하고 또 숫자가 늘다보니 이 애들을 놔두는 자리에 조금 문제가 생겼다.  햇빛도 고루 잘 받게 하고 자리는 너무 많이 차지하지 아니하는 어떤 좋은 방법이 없을까?  며칠째 고민고민하는데 그 큰 책장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렇지!  책장을 꼭 책장으로만 쓰라는 법이 어디 있나?  식물과 화분들을 놓는 화분장으로 써도 되는 것을…  이렇게 해서 나만의 행복한 코너가 탄생되었다.  햇볕이 잘 드는 거실의 한 귀퉁이, 거기에 책장을 세우고 각 식물의 키와 성격등을 고려하여 칸칸마다 적절히 배치하여 식물들을 올려놓았다.  바로 옆에는 소파를 두어서 소파에 가려지는 맨 아랫칸은 헌 신문지를 모아두는 수납장으로 또 적격이었다.  
햇빛 잘 드는 창가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다가 눈이라도 피곤해지면 바로 옆에 있는 화분장의 초록빛 식물들을 보기만 해도 즐거운 기분이 따로없다.  색다른 생각, 색다른 행복이다.
어려서 시골집에서 저녁 먹은 후 설거지를 해야될 때마다 중학생이었던 나는 커서 집안일을   해주는 가정부를 데리고 살거라고 했다.  그러면 대번에 아무리 박사 아니라 박사 할아비가 되어도 여자는 여자 할 일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그래야 일하는 사람도 부릴 수 있다고 핀잔을 주는 엄마가 있었다.  그렇게 한방에 뻥 나가떨어지기는 또 싫어서 기계에 대해 전혀 아는 것도 없었으면서 나중에 나는 설거지를 해주는 기계를 갖고 살거라고 큰소리를 뻥뻥 치곤 했었다.  그러면 또 우리 엄마나 다른 형제들은 나더러, 설거지하기가 싫어서 애가 온갓 이상한 생각들만 짜낸다고 생각이 현저하게 다른 나를 골려대곤 했었다.  생각이 다른 사람은 미래를 먼저 꿈꿔볼 수도 있는 건데…  그래서 미래는 꿈꾸는 자의 몫이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훗날 내가 처음으로 식기세척기가 구비되어 있던 집에 살게된 날, 우리 엄마가 그걸 보셨어야 했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참 안타까웠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아파트마다 일반화되어지는 식기세척기를 보면서 생각이 달라서 핀잔을 곧잘 듣곤 했던 당신의 딸이 오래전부터 선견지명이 있었구나 하실지도 모르겠다.
생각이 좀 다르니까 나는 늘상 집안에서 외톨이였다.  형제들과 생각이 다른 나는 그야말로 돌연변이 D형으로 불리웠다.  나의 가족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획일적인 공산주의는 별로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는 걸 나는 그때부터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이제는 책장을 책장으로 쓰지않고 화분장으로 썼다고 잔소리(?)할 어른이 가까이 안계셔서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그런데 책장을 화분장으로 쓴 엄마로 인해서 나중에 우리 아이 생각에 혼동이 오면 어떡하나?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말해주어야 하나?  
남들 눈에 어찌 보일지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살아있는 귀한 생명체들로 가득한 이 화분장이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눈에 질리지도 않고 자꾸만 또 보고 싶다.   초록색의 싱그러운 자연의 생명들이 살아 숨쉬는 나만의 행복한 코너에 당신도 초대하고 싶습니다.  생각이 덜떨어진 D형 돌연변이의 초대라고 거절하면 그것도 어쩔 수 없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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