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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07.01.09 03:56
줄 바엔 좋은 것을! (1월 2주)
조회 수 2154 추천 수 0 댓글 0
‘버리자니 아깝고 남주기는 싫고’ 하는 말이 있다. 간사하고 인색한 사람의 마음을 어찌 이리 잘 표현했을까 싶다. 우리가 자린 고비도 아니고 놀부도 아니라면 한번쯤 사람사이의 ‘황금률’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네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도 대접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 세상에 남에게 대접을 받거나 선물을 받아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만은 너무나 성의없는 혹은 무례한 대접이나 집에 가져가서 곧바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선물은 차라리 아니하느니만 못한 것이다. 아주 어려서 내 좋은 아이디어(지금은 그게 뭔지 생각도 나지 않지만 그때 그 나이로서는 살짝 과장해서 굉장했었다!)를 ‘버리자니 꽤 아깝고 남주기는 정말 싫어하였던’ 동네의 어떤 아이에게 그것도 대낮에 도둑맞은 일이 있었다. 다들 비슷비슷한 학용품만 쓰던 그 시절에 그아이는 대도시에 가까운 친척이 있어서였는지 시골에서는 볼 수 없던 아주 세련된 학용품을 필통속에 잘 넣어다녔다. 하루는 그 아이가 어떤 작고 귀여운 원통을 나에게 보여주며, 이거 너 가질래? 하고 물어보았다. 그 아이가 나에게 말을 건 건 같은 반이 된 이후로 아마 그때가 처음이지 않았나 싶다.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인 내게 그애는 곧장 그걸 주는 대신에, 주면 어떻게 쓸 거냐고 물었다. ‘참, 줄거면 그냥 주면 될 일이지, 어떻게 쓸 건 왜 묻는담? 별스런 아이도 다 있네.’ 하여튼 나는 나만의 아주 반짝이는 재활용 아이디어를 곧장 말했다. 그랬더니 그아이 왈, “그래? 그렇다면 내가 그렇게 쓸거야.” 그러고는 끝이었다. 에라, 싹수없는 딸내미같으니라고… 그런 애들은 비 오는 날 먼지 푹푹 나도록 맞아도 싸다. 남한테 뭐 준다고 했다가 안주면 엉치에 뿔난다더니 그애는 뿔도 안나고 학교만 잘 다녔다. 공부하는 딸같은 학생들에게, 특히 대학 갈 공부를 하는 학생들에게 나는 기왕 공부할 거면 잘 해서 나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걸 주는 사람이 되라고 당부한다. 사실 우리가 하는 공부나 직업훈련 등도 따지고 보면 남 주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입장 바꿔 생각하여 내가 더 나은 상품 더 나은 서비스를 받고 싶다면 누군가 그것을 나에게 제공해주는 사람이 더 나은 걸로 남에게 주려는 마음을 먼저 가져야 가능한 것이 아니겠는가. 기왕 줄바엔 좋은 걸 주는 사람이 최고다. 우리 막내이모가 한번은 진퇴양난에 처한 적이 있었다. 바로 손위 언니(우리 엄마다)의 바느질 솜씨가 좋다고 가까운 친구분에게 자랑을 했었고 언니가 상보를 몇 만들어주면 하나 주겠노라고 약속까지 이미 해놓은 터였다. 엄마는 오랫만에 만난 막내동생에게 손수 정성들여 만든 상보를 두장 주었는데 하나는 직사각형의 밥상보였고 다른 하나는 작고 깜직한 정사각형의 찻상보였다. 밥상보는 실용적인 용도로 괜찮았고 찻상보는 보는 눈마저 즐겁게 해주는 (바느질 솜씨좋은 울엄마께 박수 짝짝짝) 여간 예쁜 게 아니었다. 언제나 좋은 것이 있으면 더 좋은 것이 있기 마련. 막내이모는 갈등이 생겼다. 친구에게 찻상보에 비해 덜 예쁘지만 실용적인 밥상보를 주자니 언니 솜씨가 굉장하다고 자랑했었는데 실망하면 어쩌나 싶고 찻상보를 주자니 남에게는 예쁜 것 주고 자신은 그보다 더 못한 것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괜히 서운해져서 이만저만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결국은 ‘이왕 줄거면 남에게 더 좋은 걸 주자’고 마음을 다잡으신 우리 이모. 그래서 나는 우리 막내이모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더 예쁜 찻상보를 친구분에게 주니 그 친구분 입이 함박만해졌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들은 우리 엄마는 그 동생 말고도 다른 언니들 세분이 더 계셔서 언니들 몫까지 챙기지 않을 수가 없었지만 그런 예쁜 마음을 가진 막내동생에게는 특별히 예쁜 찻상보를 하나 더 만들어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으셨다. 자선기관에 갖다줄 옷가지를 챙길 때 나는 꼭 한번쯤 내자신에게 물어보는 것이 있다. 만일 나라면 기꺼이 이 옷을 돈을 주고 사고 싶을 것인가? 대답이 ‘아니오’ 이면 가차없이 버린다. 내가 갖고 싶지 않는 걸 쓰레기 처분하듯이 남에게 던져주면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왕 남에게 뭔가 줄거면 정성이 담긴 좋은 걸 주자. 받은 그 사람도 언젠가 남에게 좋은 걸 주는 마음을 갖게될지 누가 알랴? 세상은 돌고도는 법. 주는 대로 받는 것이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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