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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07.01.23 07:32
장유유서가 뭐길래? (1월 4주)
조회 수 2349 추천 수 0 댓글 0
우리 아이의 가장 친한 학교 친구 엄마가 최근에 셋째 아이를 낳았다. 아이 셋이라! 한때 내가 소원했던 아이들 숫자였는데… 아이가 셋이상 되면 야만인이라고 생각하는 내 친구도 있지만, 나중에 나는 아들만 셋 낳아서 다들 부엌일도 시킬 거라고 다짐하곤 했었다. 아들 하나에 딸만 내리 셋인 집안에서 첫째 딸로 태어나 집을 벗어나기 전까지 부엌일로부터 전혀 자유로울 수 없었던 내가 내 자신이 딸인 것에 대한 항거랄까 뭐랄까, 나보다 손위인데도 아들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오빠는 부엌 근처에 얼씬거리지도 않게 만들었던 엄마에 대한 나의 소리없는 반항을 그렇게 키웠는지도 모르겠다. 아들은 머슴처럼 키우고 딸은 공주처럼 키워야 나중에 대접받고 잘 산다는데… 여하튼 어디서나 ‘희소가치’라는 게 통용되기 마련이라 우리집에서 오빠는 외아들이라고 당연히 부엌일에서 면제, 또 같은 딸이래도 막내인 셋째는 위에 줄줄이 언니가 둘씩이나 있어서 집안일을 굳이 하려고들지 않는 이상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이왕 장유유서의 가치를 교육시키려면 집안일에서도 남녀 성차별없이 시켰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나는 애꿋게 통틀어서는 둘째인데, 딸중 첫째라서 집안일 특히 부엌일을 해야할 때는 빠지지않는 일손이어야 했다. 그러나 둘째라고 해서 다 나쁜것만은 아니었으니, 내가 둘째여서 다행이었던 때는 바로 우리 엄마가 가끔씩 매타작을 할 때였다. 엄마는 아이들이 잘못을 하면 바로 그때그때 체벌하는 것이 아니라 도저히 이래서는 안되겠다 하는 한도에 이르면 첫째 아이부터 혼을 내기 시작했다. 다른 것에는 별 눈치코치없는 내가 우리 엄마의 막내를 일 시키는 좀 묘한 부드러운 목소리, “얘, 숙아, 엄마 자쪽 좀 가져 오너라.” 만은 대번에 알아차렸다. ‘곧 매타작이 시작될 조짐이군.’ 매맞는 게 죽기보다 싫었던 나는 엄마가 첫째인 오빠를 혼내면서 때리기도 전에 삼십육계 줄행랑을 치고는 했었다. 기왕 애들 때릴 바에는 제일 어린 애부터 때리면서 큰 아이들은 작은 애들이 물러가게 한 뒤에 혼을 내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큰 애들 체면이 깡그리 무너지도록 동생들 앞에서 때렸는지? 나라면 제일 작은 애부터 혼내면서 손위 언니 오빠 말을 더 잘 듣도록 단단히 교육을 시켰을 터. 항상 줄행랑에 성공한 것은 물론 아니었지만 (매맞을 때마다 도망간 나에게 화가 머리끝까지 난 우리 엄마, 한번은 끝까지 쫓아와서 한쪽만 망을 보고 있던 나의 뒷덜미를 잡고 끌고가는 바람에 그날 난 죽는 줄 알았다) 어쨌든 서열이 둘째여서 좋았던 점이 바로 매를 피해서 도망칠 수 있는 여유시간이 있었다는 것. 어쩜 우리 엄마가 아이들을 거꾸로 넷째부터 혼냈더라면 더 여유작작 도망칠 수도 있었을까? 우리 엄마가 쓰시는 이 매타작 순번을 아버지도 똑같이 아이들에게 맛있는 사탕을 사다주실 때 썼더라면 또 좋았을 것을. 오빠와 나는 어린 동생 앞에서 체면이고 뭐고 가리지않고 온갖 아부와 때로는 겁나는 협박(?)까지 하면서 치사하게 사탕을 한알씩 얻어먹어야만 했었다. 때로 읍내에 다녀오신 아버지는 사탕 한봉지를 젖먹이 막내 바로 위의 제일 어린 동생에게 건네주곤 했었다. 제일 손위인 오빠에게 주었으면 오빠가 동생들에게 그런대로 후하게 나눠주었을텐데… 나이는 나이인지라 그만큼 철이 덜든 동생은 손위 오빠 언니에게 사탕을 후히 나눠주질 않았다. 그러면 우리는 아직 학교에 들어가기 전인 그 동생을 초등학교 가는 길목의 다리까지 데리고 가서, “너 사탕 하나 안주면 나 여기 빠져 죽을거야.” 하면서 한다리로 그 아래 흐르는 물위에 빠질 시늉을 하곤 했다. 그러면 바짝 겁에 질린 동생이, “아니야, 빠져 죽지 말어.” 하면서 사탕을 한알씩 주곤 했었다. 아, 그렇게 한알씩 뺏어먹는 사탕의 단맛이라니! 물론 그것이 오래 가지는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그 동생이 언제 그런 세상 이치를 깨우쳤는지 그렇게 사탕을 뺏어먹으려고 겁주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빠져 죽어.” 아, 고놈의 장유유서가 뭐길래? 나는 이 장유유서를 아이들 가정교육에 실천하고 싶었는데, 아이가 하나뿐이라 그럴 수가 없어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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