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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07.01.31 02:05

성격따라 체벌 따로 (2월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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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날 닮은 부분중 나를 가장 씁쓰레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혼나기 직전의 엄살이다.   으름장으로 매를 들면, “엄마, 매는 안맞고 싶어!” 하면서 이방저방으로 날쌔게 도망간다.  이럴 때 나는 꼭 나의 어린 시절을 그대로 보는 것같아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가 없다.  
“동네 사람들! 사람 살려요, 사람 살려!”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지른 양치기 소년처럼, 나도 이렇게 고함 고함을 쳐서 우리 엄마의 무서운 매타작을 벗어난 적이 한번 있었다.  집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시골에서 이웃이란 그래서 좋았다.  옆집에 무슨 일이 났나 싶어 몰려오신 동네 아주머니들께서 다들 한마디씩 내게 우호적으로 해주셨다.  “아니 이집 딸이 뭘 잘못한다고 그래 잡아요?  잡기를…  나라면 저런 딸 맨날 엎고 다니겠구먼.  애가 공부를 못하나, 집안일을 안돕나…”  나를 단단히 혼내려고 벼르고 벼렸던  엄마는 도저히 그런 와중에서 나를 때릴 수가 없었다.  내 작전이 성공한 것이다.  이름하여 엄마 물먹이기 작전.  이야, 만세.
그러나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한번 속지 두번은 속아넘어가질 않는 법.  동네사람들 앞에서 엄마 창피를 줌으로써 매는 모면했지만 그것은 바로 불난 엄마에게 부채질을 한 셈이었다.  그 다음에 나는 아무리 소릴 질러도 사방 아무곳으로 소리가 퍼지질 않는 집안 제일 구석에 쳐박혀 그야말로 그날이 내 제삿날이 되는 줄 알았는데, 다행히 죽지않고 살아서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참 감사하다.
아이들이 여럿 있는 집에서는 매 맞을 때 아이들이 성격이 여실히 드러나는 것같다.  우리집 딸 셋이 어느 날 엄마한테 매 맞을 때의 기분에 대해서 속내를 털어놓았다.  
1번 (나) : 나는 매 맞는 게 죽기보다 더 싫어.  그래서 조금이라도 매타작 기세만 보이면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치는 거야.  –이렇게 달리기에 평소부터 엄청 단련된 내가 어찌하여 학교에서100미터 달리기를 하면 맨날 꼴찌를 도맡아놓고 했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2번 : 나는 엄마가 나 때릴 때 내가 매 맞다가 그 자리서 팍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그러면 엄마가 더 이상 다른 아이들 때리지 않을테니까.  –참, 살신성인의 정신이 따로 없다.  그래서 그런지 이 동생이 형제중 제일 양보심도 많고 착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3번이 말하기 전에 1번인 나와 2번 동생이 먼저 3번에 대한 우리의 마음을 털어 놓는다.
2번 :  숙아, 너는 매 맞을 때 잘못했다고 빌질 않아서 탈이야.  잘못했다고 빌면 덜 맞을텐데…  우리가 너 맞을 때 빨리 빌고 그만 맞으라고 계속 신호를 보내건만...
3번: 이미 맞았는데 뭐하려고 잘못했다고 빌기는 빌어? –과연 최씨에 옥니, 곱슬머리답도다.  그래도 꽃신(얼굴은 조막만하고 키 170에 비너스상 못지않게 생긴 이 동생에게 짚신이라고 하면 큰일 난다)도 짝이 있다고 성격좋은 제부가 동생 비위를 잘 맞추며 오손도손 잘 살고 있다.        
1번: 하긴 엄마는 내가 어쩌다 잘못(이런 날은 간발의 차이로 줄행랑에 성공치못한 개인적으로 아주 불운한 날이었다)걸려 맞게 되면 무조건 잘못했다고 비는데도 그냥 넘어가질 않고 날더러 뭘 잘못했는지 조목조목 대라면서 팍팍 때리니 비는 것이 다는 아니더라.  야, 내가 무슨 천재도 아닌데 어떻게 한달전에 잘못한 것까지 줄줄이 다 외울 수가 있겠냐?  난 일단 맞는 게 싫어서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고 보는 거야, 사실은.
2번 : 엄마가 어쩔 때 우리 많이 때려놓고 잠잘 때쯤, ‘차라리 도망이라도 가지.’ 하면서 측은해 하는 걸 보면, 어쩌면 엄마는 매 안맞고 도망간 애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지도 몰라.  그래도 언니 니는 너무 많이 도망가서 엄마 약을 바짝바짝 올린 경우라고 봐야지.
내가 엄마가 되고보니 엄마들은 정말 아이들 머리보다 한수 더 위에 있음이 분명하다.  아이들 나름대로 성격파악을 다 한 우리 엄마, 아이들 성향따라 체벌을 조절했었던 모양이다.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잘 가르치는 좋은 방법이 어디 없을까?  낙타무릎이 되는 수 밖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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