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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07.03.06 05:07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3월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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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많은 것들은 돈으로 다 살 수 있다.  첨단과학도 그렇고 초일류 기술도 그렇고 우리들이 일상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다 돈이면 소유가 가능하다.  그래서 어쩌면 없어서 한이 맺힌 소외된 계층의 한국 젊은이들이 한 때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쳤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도 제법 많다.  우리가 고마운 줄도 모르고 들이마시는 공기가 그렇고 내리쬐는 햇볕이 그렇고, 우리들의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으로 잡을 수도 없지만 우리가 중히 여기는 인격이니, 사랑이니 혹은 정이니 하는 것들이 바로 그런 품목들이다.  요즘은 하도 시절이 하수상하여 누구누구가 많은 돈으로 사랑을 얻었다는 소식도 간간이 들리지만 그런 경우 그다지 오래 가지 않는 것이 그런 사랑의 뚜렷한 특징이기도 하다.  
세상에 아무리 많은 돈이 있어도 그것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있어서 나같은 소시민들에게는 참 감사한 일이다.  따뜻한 인정을 서로 나눈다는 것, 돈이 아니라 마음으로만 가능한 일이다.  
그리 오래전은 아니지만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딱히 아는 사람도 없고 그래서 불러주는 사람도 없고 가고싶어도 찾아갈 곳도 없는데, 날씨가 화창한 주말에는 어찌나 사람이 그립던지…   때로 눈물이 날 정도로 하늘이 푸르고 날씨가 맑은 날도 제법 있었다.  그때 아마 내가 그리워했었던 것은 따뜻한 사람의 마음이 아니었던가 싶다.  
최근에 나의 가족과 비슷한 한가족이 이곳에 오게 되었다.  우리 아이보다 한살 더많은 아들이 하나 있는 집인데 혼자 크는 아이들끼리 함께 놀게하면 참 좋을 것같아서 토요일에 우리 집으로 그 가족을 불렀다.  두 사내아이가 함께 잘 어울려 노니 그 무엇보다도 참 보기에 흐뭇했다.  서로 사람이 그리운 사람들끼리 함께 어울려서 마음을 서로 나누며 적은 음식이라도 기쁘게 나눠먹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한 사람의 정이리라.
우리집에 와서 마음 편히 허리띠를 풀고 음식을 먹을 수 있다던 옥이네는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별로 차린 음식도 없었지만 맛있게 잘 먹어준 그가족들이 오히려 고마울 뿐이었다.  
이런저런 얘기끝에 요즘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물질문명의 영향하에 사람의 가치를 인격이 아니라 오로지 그 사람이 지닌 부나 돈으로만 평가하는 경향으로 세태가 흐르고 있어 그 점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서로 일치하여 비록 자라나온 환경은 달랐지만 마음이 통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귀한 생각들을 가진 이들과 만나도록 인도하신 주님의 은혜가 참 감사했다.
그러고보니 한주일전 쯤 만났던 우리아이반 친구네 부모들이 생각났다.  두아이들이 서로 죽고 못사는 사이(고작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라 한날은 학교에서 가까운 모하메드네 집에 가게 되었다.  그 부모는 두분 다 이라크 출신인데, 사람 사는데 돈이 전부는 아니라면서 돈이란 것은 있다가도 없어질 수 있고 없다가도 있어질 수 있는 것이라며 사람을 평가하는데는 그 사람의 인격이 중요한 것이지 결코 돈은 아니라면서 입을 모았다.   태어난 나라와 피부색은 서로 달라도  참으로 귀한 것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들의 성정은 세상 어디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우리 아이에게 부모로서 어떤 유산을 물려줄 것인지 아이가 어릴 적부터 미리 차근차근 준비를 해야겠다.  무엇보다 나는 아주아주 비싼 것을 우리 아이에게 물려줄 것이다.  너무나도 비싸서 이 세상의 모든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아주 귀한 거 말이다.  일시불로 지급해주는 거액의 돈이라면 쉬울 수도 있겠지만 평생을 두고 훈련시켜야할 귀한 삶의 가치들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그래서 더욱 비싼 것이다.   항상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며 살라는 귀한 믿음, 바로 그 비싼 것을 내 아들에게 물려줄 것이다.  나에게 그런 값비싼 믿음의 선물을 먼저 주신 하나님께 참 감사하며 내게 주어진 삶의 길을 하루하루 귀하게 여기며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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