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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07.04.24 02:00
보이지않는 눈 (4월 4주)
조회 수 1735 추천 수 0 댓글 0
오래전부터 마음으로 소원했던 서비스업종-은행이나 호텔 둘중 하나-에서 한번 일해보고 싶었었는데 아이가 초등학교를 들어가면서 때마침 아이의 학교에서 그리 멀지않은 거리에 있는 호텔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기회가 된다면 이재에 머리가 좋은 유태인을 가까이서 보고 그들을 배웠으면 하는 또 하나의 바램도 있었는데 두가지가 동시에 주어진 일터였다. 나보다 열살쯤 많은 유태인 아주머니, 엘리자베스는 내 이력서-예수님을 섬기는 마음으로 서비스 업종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일을 원하는 목적을 적었었다-를 보고 좀 눈쌀을 찌푸리는가 싶었는데, 바로 나를 채용하고 싶다며 그자리서 즉각 할 일을 주었다. 물론 나는 이전에 한번도 호텔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었다. 그분을 통해서 호텔에서 일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달라고 간구한 내 기도를 들어주신 하나님의 신실하신 은혜도 놀라웠고 나같은 조건이 열악한-아이가 학교를 가지않는 날에는 미리 일을 할 수 없노라고 못을 박았다.-사람을 뭘 보고서 고용하는지 나를 대번에 고용해준 그분도 고마웠다. 그래서 나는 처음 해보는 일들을 열심히 정성들여 배웠고 한번 배운 것은 두번 다시 묻지않고도 해낼 수 있도록 애를 썼다. 내가 일을 시작한 처음에는 엘리자베스 아주머니께서 호텔에 계셨었고 나를 포함한 몇몇 직원들에게 그날그날 할 일들을 기차화물통 삶아먹는 빠른 톤으로 지시하곤 했었는데 왠일인지 차츰 자리를 많이 비우셨다. 때로 아예 계시지않는 날도 많았고 그런 날 일하러 가면 주로 그날 내가 할 일들이 메모지에 적혀 있었는데 그것도 나에게 바톤을 인계해주는 직원이 써놓은 것들이곤 했다. 어쨌거나 나는 때로는 호텔로 때로는 아주머니의 다른 큰 부동산으로 가서 내가 맡은 일을 최대한 성심성의껏 해놓곤 했었는데, 어쩌다 내가 행여 잘 모르고 빼먹은 일이라도 있으면 어김없이 아주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래서 한날은 내가 볼멘 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맨날 남의 잘한 것은 보지않고 잘못된 것만 보세요?” “네가 잘해놓은 것은 그냥 넘어가는데 빠트린 것은 대번에 눈에 띄거든.” “알았어요. 그래도 좀 긍정적인 방향으로 봐주세요. 다음부터는 저도 더 잘할게요.” 유태인이 지독하다더니 그 말 틀린 거 하나도 없다 싶을 정도였다. 가끔씩 다른 직원들이 얼굴은 붉게 상기되고 콧잔등에 나도 모르게 땀이 송송 배도록 일하는 내게 좀 천천히 일하라고 권하기도 하지만, 할 일이 남아 있으면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내 성격상 그게 쉽사리 되지 않는다. 한번은 땀을 뻘뻘 흘리며 눈썹이 휘날리(?)도록 일하는 내게 엘리자베스 아주머니가 오셔서, 앞뒤 사정도 잘 모른 채 일이 늦니 어쩌니 막 불평을 늘어놓더니 자기 눈에도 내 빨개진 얼굴이 보이는지 시원한 물 한컵을 갖다주면서 목 좀 축이고나서 일을 하란다. 돌이켜보면 아마도 그게 다 나를 시험해보기위한 과정이었던 모양이다. 어제는 함께 일하는 이탈리아인, 아리아나가 평소보다 더 많은 일을 전달해주면서, 곧 있으면 실시될 감사를 앞두고 엘리자베스가 나를 ‘그녀는 내가 믿을만한 유일한 사람’이라고 칭하면서 그 어려운 일들을 나에게 맡겼다고 한다. ‘아, 주의 인자가 무엇이관대 저에게 이렇게 은혜를 베풀어주시는 겁니까?’하는 시편을 쓴 다윗왕과 같은 고백이 내 입술에서도 그냥 술술 흘러나왔다. 그동안 내가 하는 일들을 전혀 안보는 듯했지만 사실은 눈여겨 보고 있었던 호텔의 여주인 엘리자베스처럼, 만유의 주재이신 하나님도 우리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들의 매일매일의 삶을 하나하나 보고 계심에 틀림없다. 그 신실하시고 은혜가 크신 하나님을 믿기에 오늘도 나는 내게 주어진 일에 충실하며 최선을 다해 살고자 애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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