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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08.02.14 21:54

우리 우리 설날 (2월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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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영신 (영국, Glasgow거주)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제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설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던 어린 시절 많이 불렀던 동요의 한 구절이다.  한살씩 더 먹는다는 것이 뭐가 그리 좋다고 신나라 했을까.  어쨌거나 어른이 되고나서는 어렸을 적처럼 마냥 철없이 즐길 수 없는 추억의 명절이 바로 이 설날이 아닌가 싶다.  
이곳 글라스고에서 지난 주일에 한인들이 모여서 설날모임을 가졌다.  예년과 달리 특별한 행사, 곧 미니음악회까지 곁들인 정말 뜻깊은 모임이었다.  이곳에서 음악을 공부하는 뛰어난 한국인 음악도들이 선보이는 멋진 음악의 선율, 게다가 올해는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한반도가 함께 어울어진 모임이라 더욱 더 애틋하게 들려오던 우리 가곡, ‘그리운 금강산’.  그러고보면 이 음악만큼 사람의 마음마음을 하나로 묶어주는 근사한 수단도 없는 듯하다.  
이런 멋지고 훌륭한 음악을 직접 공연장에 가서 관람하려면 가격이 장난이 아니라고 성악을 전공하는 한 음악도가 귀뜸을 해주길래, 마침 옆을 지나치시던 한인회장님께 치하하는 의미에서, “올해 설모임은 귀도 즐겁고 입도 즐거운 모임이네요.” 했더니, “나중에 몸도 즐거운 시간이 있을 겁니다.” 하신다.  올해는 무슨 댄스파티라도 준비하셨나?  궁금했지만 춤과는 워낙 거리가 먼 나인지라 더이상 묻지는 않았다.  
귀를 즐겁게해주는 음악회가 끝난 뒤 한 가정에서 한가지씩 정성껏 준비해오거나 만들어온 음식을 함께 나눠먹는 저녁식사시간, 모두들 평소에는 맛볼 수 없는 귀한 한국음식들-여기서는 다 수입품이니까!-앞에서 입이 쩍 벌어져라 즐겁고 기쁜 표정들이었다.  음식을 나눠주는 손길도 마냥 행복하고 즐겁기만 했다.  
저녁식사가 끝나고 나는 부엌으로 들어가서 나를 포함하여 후식으로 커피가 고픈(?) 사람들을 위해 커피를 타기 시작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고 식당개 3년이면 라면을 끓인다고, 커피를 십수년간 즐기고 좋아하다보니 이제는 내가 타는 커피가 왠만한 커피 애호가들도 좋아할 정도가 된 모양이다.  지난 추석모임때 탄 커피도 맛있었다면서, 하여간 이러한 사소한 칭찬에 그만 마음 약해져서 다시 또 나는 ‘무수리’과-지난 주 글을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요?-에 속하는 향단이가 되고 말았다.  흑흑흑…   오랫만에 나타난 화영씨랑 주거니 받거니 말장단을 맞춰가며 맛있는 커피를 얼마나 탔던지.  
나중에 보니 큰 홀에서 왠만한 아이 키보다 더 큰 윷으로 네 팀으로 나누어서 윷놀이를 신나게 하고있었다.  사실은 이전에는 저녁식사만 끝나면 어린아이 데리고 집으로 서둘러 돌아오기에 바빴는데 이번에는 아이도 제법 크고 혼자서도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잘 노니까 나로서는 처음으로 설날모임이 다 끝날 때까지 있어본 셈이었다.    
중간에 과년한 음악도들과 함께 한 즐겁고 유쾌한 시간들, 원래 명절에는 한쪽에서는 신나게 판이 벌어져서 놀고, 또 한쪽에서는 두런두런 모여 앉아 얘기꽃을 피우고, 또 그 와중에 이쪽으로 저쪽으로 어정쩡 돌아다니는 무리도 좀 있고, 그래서 명절이 즐거운 거라고 어떤 이가 말했다.    
두고온 가족들 생각에 속으로 마음 아플 이들도 제법 있었겠지만, 그래도 외국 나와서 아니 내 평생에 처음으로 비록 소수이지만 남북이 하나되어 맞이한 설날, 참으로 뜻깊고 아름다운 명절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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