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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위주의 에너지 정책 재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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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외침, 내란, 경제위기, 자연재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 역시 국가의 기능을 유지하고 우리의 생명을 지키는 필수불가결한 수단이다. 비단 현대적 삶은 에너지를 빼놓고는 도무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의 에너지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이 말에 동의한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지금 심각한 안보위기에 빠져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전력공급의 약 30%를 차지하는 원전 안전에 심각한 비상등이 켜졌고, 계속되는 기후온난화와 비정상적인 전기요금체계는 전력수요 급증이라는 괴물을 잉태했다.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제어케이블이 설치된 것으로 드러난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가 5월29일부터 가동을 중단하면서 각 100만kw씩 200만kw의 전력공급이 단숨에 줄어들었다. 8일에는 월성 3호기(설비용량 70만㎾)가 계획예방정비에 돌입하는 등 국내 원전 23기 가운데 11기가 정비 및 위조부품 교체로 한동안 멈춰 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 전력예비율이 안정선인 10%를 밑돈 날은 벌써 55일이나 된다. 사흘에 한 번 꼴이다.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에 전력공급을 극대화해야 할 원전당국이 위조부품 때문에 원전가동을 멈추는 것은 그야말로 '천인공노' 할 일이다.

이런 국가적 위기에 대한 경고는 지난 10여년간 계속되어 왔다. 특히 지난 정권에서 수명이 다한 원전연장 사용을 적극 추진하는 등 원전과 공급 중심의 에너지 전략은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저 ‘실용’만 강조하는 전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국민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었나 보다. 

원자력발전소를 유지·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원자력이 값싸고 깨끗한 에너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원자력 사고 후 피해복구 비용,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비용 같은 여러 가지 요소가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사용 후 핵연료 처분 비용만 해도 원전 1기당 3조 1천400억 원에 이르며, 원전 계획예방정비만 해도 매년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는 게 반론의 근거다. 이러한 반론과 비슷한 연장선상에 있는 보고서와 강연회가 주목을 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원전의 겉으로 나타나지 않는 비용까지 감안해 실제 원자력 에너지의 경제성을 재고찰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독일의 핵 정책 컨설턴트 마이클 슈나이더 역시 "한정된 사업자가 전력을 대량 생산해 여러 곳에 보내는 시스템은 큰 발전 시설을 유지할 수밖에 없고 유지·관리비도 비싸다"고 주장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드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의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게 아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신규 원전 건설이 중단돼 원전 관련 기업들이 위기적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실제 2007년을 기준으로 주요 원전 관련 주요 기업들의 주가 거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우리나라처럼 국토가 작은 나라에서 20기의 원자로는 적은 수가 아니다. 2016년까지 8기의 원자로를 더 건설하려 하고 있다. 정부 구상대로라면 원전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런 방식으로 원전을 짓는 것보다는 신재생에너지 투자로 원자력 이후의 시대를 준비해야 할 때다. 2011년까지 3년간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에서 미국이 481억 달러, 중국이 455억 달러인 반면 한국은 3억 3천300만 달러에 그쳤다.

이와 관련 지난 겨울 서울시에서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아끼고 동시에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이용해 원전 1기를 줄이는 효과를 만들겠다는 일명 원전 1기 줄이기 운동을 시작했다. 2014년을 목표로 설정하여 추진하고 있으며, 원전 1기는 약200만 TOE의 에너지로 1TOE는 원유 1톤에 해당하는 열량을 말한다. 이는 서울시 전체가 에너지를 절약하여 얻는 성과이며, 다른 대안으로 원전을 대체할 만한 것은 스마트그리드를 활용한 에너지절감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해상풍력이 유력한 대안으로 자주 거론되기도 한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는 고용창출에도 도움을 준다. 원전 건설만이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장기적으로 미래를 내다보고 국가 에너지 전략을 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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