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휴대폰이 제품 스펙에서 미국이나 한국, 유럽의 프리미엄 폰과 견줘도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로 그 상승세가 무섭다. 중국제하면, 저가의 조립 IT기기나 가전, 산쟈이(山寨·짝퉁) 제품을 떠올려온 글로벌 소비자들은 연초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 전시회(MWC)에 출품된 중국 토종 스마트폰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LG경제연구원은 같은 사양의 제품을 글로벌 브랜드보다 20% 이상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중국의 제조 인프라 경쟁력을 감안한다면, 가전시장에서의 ‘중국 쓰나미’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재현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스마트폰 시장을 개척해온 애플 등의 혁신 속도가 주춤하고 휴대폰 사업에서 하드웨어 경쟁력이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빠르게 추격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중국산 휴대폰에 큰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중국 토종 브랜드들이 이처럼 괄목상대할 만한 경쟁력을 갖춘 데에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들 수 있다.
2009년부터 시작된 3G 서비스 개통을 앞두고 중국 정부는 자체 개발한 서비스 규격(TD-SCDMA)의 국제인증을 받은 다음, 치밀하게 서비스 업체~통신시스템업체~단말기업들간 합종연횡을 이끌어냈다. 중국 토종 스마트폰이 글로벌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내수시장에서 3G 서비스가 본격화된 2010년의 일이다. 당시 글로벌시장 점유율은 불과 1%대로 미미한 수준이었으나 불과 2년 만에 18.2%까지 치솟았고, 올 1분기 기준으로는 또다시 23.8%까지 상승했다. 바야흐로 시장판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시장을 세분해보면, 중국시장 내 점유율은 같은 기간 7.5%에서 65.7%로 급상승한 반면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시장에서는 0.02%에서 5.15%, 선진국 시장에서는 0.2%에서 5.0%로 상대적으로 성장세가 느리다. 다만 글로벌시장에서 차지하는 이동통신 대국 중국시장의 비중이 34%(올해 1분기 기준)로서 계속 높아지고 있어, 중국 브랜드의 성장세에 안방 시장이 큰 몫을 하고 있음을 간단히 파악할 수 있다.
중국 토종브랜드의 욱일승천하는 기세는 거의 전적으로 저가 매력 덕택이다. 토종 스마트폰은 글로벌시장에서 평균 100~200달러 정도에 팔리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 정도 가격이면 신흥국시장은 물론 선진국 시장에서도 저가영역에서 특히 강점을 발휘한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8%까지 점유율을 높였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중국산 스마트폰의 생산단가는 약 30달러 수준까지 낮출 수 있고 수출가격(FOB 기준)도 대략 50달러 대까지 맞출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스마트폰의 평균 판매가격이 50달러 넘게 형성되는 남미나 동유럽, 중동 아프리카 시장에서 중국산 스마트폰이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