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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08.09.22 20:55
집에 대한 생각의 변화(9월4주)
조회 수 2241 추천 수 0 댓글 0
집에 대한 생각의 변화 최 영신(영국, Glasgow거주) 요즘은 이 도시의 여러 곳을 다니면서 간간이 눈에 띄는 고층건물들의 잔해를 보게된다. 뭐든 크고 높고 많은 인구를 수용하는 것만이 좋았던 시절이 있었을 터인데, 요즘은 환경친화적인 차원에서 혹은 에너지나 자원절감 차원에서도 꼭 크고 높아서 다수를 수용하는 것만이 괜찮은 주거환경은 아닌 모양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좀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엘리베이터가 있는 고층건물을 그리 좋아하지않지만, 오래전 한국의 부산에서 살 때에 서민들의 주택난 해소를 어쩌고저쩌고 하는 뉴스를 들을 때마다 나는 ‘정부 차원에서 인구가 많은 대도시에 고층아파트들을 많이 지어서 집없는 서민들에게 한채씩 나눠주지’하는 생각들을 해본 적이 제법 있었다. 땅도 좁은데 그 좁은 땅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려면 집을 크게 높이 지어서 두루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면 얼마나 좋겠나 하는 마음이었다. 한번은 시내에 있는 병원에서 아기를 분만하신 선생님께 인사차 갔다오는 밤길에 시내버스를 타고 오는 도중 보았던 무수한 불빛들이 그곳에 지어진 대단위 고층빌딩에서 나오는 것인줄로 지레 짐작하고서 서민들을 위한 대단지 아파트들이 제법 많음에 마음으로 한껏 흐뭇해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환한 대낮에 그 길을 다시 지나게 될 일이 있어서 보았더니 세상에 그럴 수가? 내가 보았던 것은 사막의 신기루처럼 대단위 고층아파트 단지가 아니라 산중턱을 밀고 밀고 올라간 초라한 움막집 같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집들에서 나오는 불빛들을 나는 깜깜한 밤이라서 아파트 단지의 그것으로 착각했던 것이었다. 가족들끼리 어쩌다 장래의 집장만 얘기가 나올 때마다 나는 제대로 평수도 잘 모르면서 언제나, 나는 18평짜리 아파트 하나면 족해! 라고 내 의견을 거침없이 토하곤 했다가 늘 우리 엄마한테, 아이고 저것은 키도 조롱밤탱이처럼 작은 게 꼭 집도 저만큼 작은 걸 원한다, 고 눈총 꽤나 받곤 했었다. 우리 엄마에게는 외손주인 우리 아들녀석이 어쩌면 딱 들어맞을지도 모르겠다. 왜냐면 아직 열살도 안된 어린 녀석이 차고가 셋 있는 큰 집을 원하니까 말이다. 정원이 있어서 큰 개도 키울 수 있고 엄마차, 아빠차, 자기차 이렇게 차 세대-그런데 운전할 줄 아는 사람은 한명뿐이다-주차할 수 있는 차고가 딸린 집을 원하는, 꿈도 야무진 녀석이다. 사실 나는 지금도 18평짜리 아파트가 얼마만한지 잘 모르겠다. 그때 내가 원했던 건, 좁은 땅에서 나와 내가족만 너무 큰 걸 차지해서 살면 다른 사람들이 살 집이 모자랄 수도 있으니까 기왕이면 서로 나누며 사는 것, 그리고 집에는 책장 놀 공간과 화분들 놓을 공간만 있으면 됐지 뭘 얼마나 더 바라랴 싶어서였다. 지금은 내가 나왔으니까 누군가 내가 살 공간을 차지했을까?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나도 나이가 들다보니 서민들 주택난 해소도 물론 좋지만, 사람은 땅에 발을 디디고 사는 것이 좋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모름지기 흙에서 만들어진 사람이 흙을 가까이하며 사는 것이 여러모로 자연스럽고 또 유익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하늘을 찌를 듯 거대한 고층빌딩보다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때로 장바구니가 무거울 때에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낮은 주택단지가 더 좋고 그보다는 현관문만 나서면 정말 땅을 밟을 수 있고 나무를 심을 수 있는 정원이 있는 일반주택이 훨씬 더 좋다는 게 요즘 나의 집에 대한 생각이다. 글라스고 시에서 그동안의 점진적인 인구감소와 함께 또 도시개발차원에서 오래전에 계획한 고층건물들을 과감하게 헐고 환경친화적인 낮은 층의 주택단지들을 새롭게 조성하는 일이 도시미관을 아름답게 할 뿐만아니라 앞으로 그곳에서 살아갈 사람들에게도 한층 더 좋은 주거시설로 삶의 질을 더 높여줄 수 있으리라 사뭇 기대되어진다. 나도 집에 대한 욕심을 부려본다면, 울타리가 온통 푸른 나무로 둘러싸인, 주거공간 외에 가족 누구나가 애용할 수 있는 삼면이 책으로 가득찬 큰방이 하나 더 있으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다. 그리고 천창이 있는 다락방이 딸린 이층집이 좋겠다. 이 곳은 아무것도 없이 책상 하나와 램프 하나, 의자 혹은 깔고앉을 방석 하나만 있으면 족할 그런 공간, 텅 비어있음으로 인해서 그곳에 들른 사람이 마음에 가득 충만함을 채우고 올 수 있는 그런 공간. 그러나 무엇보다도 집안 가득 웃음꽃이 넘쳐나 보이지않는 하나님의 사랑이 보이는 그런 집이 가장 이상적인 집이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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