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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08.10.12 23:47

생일선물 타령 (10월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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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선물 타령
최 영신(영국, Glasgow거주)

‘우리 애가 그랬는데, 에드윈은 선물로 양말을 주니까 생일파티에 초대하지 않겠다고 해서 내가 친구끼리 그러면 안된다고 했어요.’ 모하메드 엄마가 나에게 귀뜸해준 말이다.  이런 고연 녀석!
  나는 아이들 생일선물로 그리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양말을 사주는 걸 좋아한다.  대부분의 다른 애들이 거의 장난감을 선물로 주는데 내가 유심히 관찰해본 바에 의하면 장난감은 하루 혹은 일주일을 못넘긴다.  그래서 장난감이 아니라 양말을 사주면 부모들에게는 실용적이기도 하거니와 또 비가 많이 오고 쌀쌀한 날, 양말로 아이들 작은 발을 따뜻하게 감싸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참 괜찮은 듯했다.  또 한국에서는 양말을 선물로 주면 복까지 담아 주는 의미도 있고해서 주는 나로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문제는 받는 어린이측에서 그것이 상당한 거부반응을 일으켰던 모양이다.  쪼만한 녀석이 어른이 주면 주는 대로 받을 일이지.
‘우리 모하메드한테 가서 이번에도 양말을 선물해줄거라고 한번 놀려 봐요.’ 모하메드 엄마, 자난이 나를 부추겨서 내가 모하메드를 잠시 붙들고 말했다.
“애, 너 이번 생일에는 뭐 받고 싶니?  매번 양말 주는 건 별로 재미없으니까 이번에는 네 속옷(팬티)을 사주면 어떨까 싶은데, 너 사이즈 얼마니?”
일부러 작정하고 놀려주는 나에게, 순진하고 어린 모하메드는 얼굴을 붉히며 외쳤다.
“오, 안돼요!”
초등학교 3학년, 이제 겨우 일곱살 난 녀석들이 도대체 어디서 그런 말들을 주워들었는지 키스니 젖가슴이니 혹은 엉덩이니 하는 말들을 섞어서 약간 야한 노래도 부르고 말장난을 제법 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니 이 아이가 속옷을 사주겠다는 내 농담에 그토록 기겁을 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다 외면하는 같은 반의 왈가닥 여자아이, 린다(Linda)를 자기 생일파티에 빼놓지않고 초대한 아이, 물론 오고 안오고는 린다 엄마의 결정-자기네 가족 그리고 일가친척과 함께 하는 걸  우선시하는 린다네는 그동안 반친구들 생일파티에 거의 참석을 하지않았다-에 따르겠지만, 아이들이 린다만 따돌리는 것은 전혀 공평하지 않다고 그래서 자기는 린다를 초대했다는 아이.  다른 아이들은 다 2학년때 일곱살이 되었건만, 3학년이 되어서야 겨우 일곱살 턱걸이를 한 아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친구들로부터 소외되는 친구를 배려할 줄 아는 아이, 이래서 모하메드는 참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이다.  이런 깜찍한 애에게는 무슨 선물이 정말 좋을런지?
양말을 사면 사실 여러모로 편했는데, 왜냐면 양말을 선물로 사면 우리 애가 자기도 똑같은 선물을 사달라고 떼를 쓰지않고 또 선물을 줄 때 주기 싫어하는 마음이 없이 기꺼이 내준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장난감을 선물로 사게되면 선물비가 두배로 들 게 뻔하다.  분명 우리 애가 자기도 똑같은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를 것이 불을 본 듯 환하며, 또한 어떤 장난감을 선물로 골라야할지 골치아픈 숙제가 하나 주어진 것같다.  
마침, 모하메드 엄마로부터 얼마 전 샀던 물병이 뭐가 잘못됐는지 벌써 새기 시작한다는 말을 들은 것도 있고 해서 나는 모하메드의 생일 선물로 멋진 축구공들이 그려진 견고한 물병을 하나 골랐고 우리 애는 그애에게 줄 로봇으로도 변형조작이 가능한 장난감 차를 하나 골랐다.  물론 자기 것도 하나 골랐는데, 이번에는 제 장난감은 그동안 자기가 저금해놓은 돈으로 사게 하였다.  
선물을 전해주니 모하메드 엄마는 나와 우리 애는 생일파티에 시간 내서 와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생일선물이라며 감사해했다.  우리의 존재 그 자체만으로 환영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참 고마운 일이었다.  
며칠 지나서 보니 모하메드는 내가 사준 그 물병을 학교에 가지고 다니기 시작했는데 어린애 특유의 무는 버릇이 여전히 남아서인지 물병 마개를 이빨로 아작아작 씹어놓은 표시가 역력했다.  그애 엄마인 자난은 그걸 가리키며 나에게 몹시 미안해하는 기색이었다.  아이들이 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이제 일곱살이 된 애가 그걸 설마 알고서 그랬겠느냐고 나는 안심시켜 주었다.  
나중에야 알았는데 몇몇 엄마들이 선물 대신 카드 안에 돈을 넣어준 모양이었다.  나도 그걸 알았더라면 괜한 수고없이 돈을 넣어 주었을 건데…  지금이라도, 애 너 그 선물 다 내놔, 돈으로 줄테니까, 이러면 준 것 도로 뺐는다고 엉덩이에 뿔이 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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