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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간에 아주 멋진 유서깊은 아름다운 집에 가 볼 기회가 있었다. 그 집 주인의 취향이 또한 그런 집에 걸맛게 고가구를 좋아하여 집안 곳곳을 마치 박물관이나 혹은 미술관을 구경하듯이 둘러보았다. 거기에 깔끔한 하얀색-집주인에 따르면 몇 퍼센트의 검은 색이 섞인 것이라지만-페인트칠로 단장하여 옛스러움과 현대적인 세련미가 더한 그런 집이었다. 성같은 집이네요! 내 첫마디 인사였다. 수납공간을 잘 활용하여 붙박이식 책장을 길게 만든 거며, 또 그안에 꽂혀진 수많은 책들, 책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내게는 그것만으로도 침이 꼴깍 넘어갔다. 연회장을 열어도 될만한 호화스런 응접실과 커다란 그랜드 피아노는 사실 파티애호가가 아니고 피아노를 칠 줄 모르는 내게는 그저 그만,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다. 내 취향으로 하자면 이제 살아있는 녹색 식물들이 곳곳에 있어야 했는데 그 부분에서는 그집 주인과 내 취향이 달랐는지 조화로 된 화분들이 놓여져 있었다. 이제 겨우 난을 키우는 초보 자리에 있는 내가 그 집 주인이 진짜 난을 그렇게 잘 기른 줄 알고 하마터면 크게 감탄할 뻔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만들어진 거라서 그냥 조용히 있었다. 서로 나고 자란 환경과 배우고 익힌 전공은 비록 달라도 고만고만한 어린아이들의 엄마라는 공통점도 있고 나이도 비슷한 그 집주인과 나는 모처럼 시간을 내어 함께 커피 한잔씩을 나누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자신이 누린 많은 혜택을 이제는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줄 때도 됐겠다 싶어서 시작한 좋은 일로 인해서 여러가지 마음고생을 한 그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이러한 모든 일들을 하나님은 다 아시니까 마음이 괴롭고 힘들면 하나님께 그 마음 다 토해내라, 뿐 달리 할 말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그네는 또 도움이 필요한 어떤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까 하고 나름대로의 대안책까지 내놓았다. 정말 타고난 성격은 어찌할 수가 없나보다. 아직 마음의 상처가 다 아물지도 않았으면서… 어느 목사님이 쓰신 시집의 제목을 인용해서 내가 그네에게 어쩔 수 없는 일침을 쏘지않을 수가 없었다. “묻지않는 자에게 해답을 주지 마세요.” 그렇게 마음이 여린 사람이 왜 하나님에 대한 믿음은 빨리 안생기는지 그게 정말 신기할 뿐이다. 모든 게 다 때가 있는 모양이다. 천장도 아주 높고 천장에 아주 고풍스러운 문양까지 있는 멋진 그집을 나와서 우리집에 와보니 우리집 천장이 평소와는 달리 왜 그리 더 낮아 보이던지? 또 우리집 책장의 책들은 숫자가 너무 적어서 그집과는 비교할래야 비교할 수가 없었다. 괜히 초라해지는 느낌. 아, 이래서 남과 비교하면 안되는 것이로구나. 그네와 나누었던 모든 얘기들중 다른 건 다 제쳐두고 그네가 말한 딱 한 구절이 내 귀에 빙빙 맴돌았다. 집이 아무리 넓고 좋은들, 그안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이 평온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그래, 책은 뭐 숫자가 적으면 어때? 우리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데 있는 공공도서관의 책들을 다 내것이라 여기면 되지. 책은 꼭 소유해야만 되는 게 아니고 읽어서 소화해야만 그게 진정 내것이 되는 게 아니던가? 내 나름의 위안이었다.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 그래, 그집에 없는 것이 우리집에는 있지. 다름아닌 화초들! 앞집 할머니의 양해를 얻어 우리집 현관문 밖에 놓아둔 화분부터 시작해서 온집안의 꽃과 식물을 다 헤아려보니 서른하나에 이른다. 와아, 내가 평소 이렇게 많은 식물들을 돌봐왔구나. 이 살아있는 식물들이 내게는 살아계신 하나님의 사랑을 온몸으로 표현해주는 귀한 매개체이다. 이러고보니 이제 자기위안을 넘어 스스로 행복해진다. 살아계신 하나님이 내 든든한 지주이자 반석으로 날마다 나를 안위하시기에 나는 오늘 하루도 세상의 거친 풍랑속에서도 마음의 평온을 잃지않고 살아감을 감사한다. 남의 집이 아무리 좋고 으리으리해도 두발 편히 뻗고 쉴 수 있는 내집만큼은 못함을 또 한번 피부속 깊이 느껴본 날이다. 아, 이래서 더 좋은 우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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