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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09.08.11 22:48

천사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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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나로 하여금 시 카운슬 소속으로 통역일을 하도록 이끌어준 한 중국인 여성이 있었다.  
실제로 카운슬 통역원으로 일하면서 어쩌다 마주치는 중국인 통역원들을 볼 때마다 언젠가는 나를 이 길로 인도한 그녀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 적이 많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아직까지 한번도 마주친 일이 없다. 만도린과 캔토니즈 둘 다를 다 구사하는 그녀와 만날 수 있는 확률은 사실 그중 한 언어만 구사하는 이들보다는 훨씬 높은데 참 이상한 일이다.
이제는 한솥밥을 먹게된 그녀를 만나게되면, 당신이 그리 원하는 대로 했어요.  
이제 기뻐요? 하고 물어보고 싶은데…
내가 아는 분의 소개로 일반통역회사 소속으로 일할 때는 많이 일한 적이 별로 없었지만 일하러 나갈 때마다 마주쳤던 그녀를 이제는 통 못만나게 되니, 어쩌면 그녀는 주님이 아는 길이 아니면 잘 가려들지않는 나를 인도한 천사로 사용한 중국인이 아니었을까 싶어진다.  
감옥에 갇힌 사도 베드로를 한밤중에 감옥에서 꺼내어 그가 가야할 길까지 데려다주고 홀연히 사라진 천사처럼, 그녀는 나를 만날 때마다 강력히 권유하고, 그도 안되어서 주님이 맨 마지막 카드로 든 것이 바로 한 카운슬 직원의 추천을 통해서였다.  
이러고보면 나도 참 못말린다.  
왠만한 사람들은 자기 앞길은 자기가 연다고 스스로 이리저리로 부지런히 뛰는데, 나도 이런 부류에 속하는 줄로 착각하고 자부심을 가진 적이 좀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는 대학 합격을 확인한 것도 고등학교 영어선생님을 통해서였고(나는 추석때 입시공부한다고 못간 시골집에 가 있어서), 석사공부를 마치고 전문대학 강사로 나가는 일 역시도 내가 교회 청년들과 함께 지리산 정상까지 땀을 뻘뻘 흘리며 오르면서 세상적인 것들에 대한 마음을 비우고 있을 때에 나도 모르게 자리가 정해져 있었다.  
평소 나를 좋게보아온 시 전공하는 친구가 소설 전공하는 선배님께 희곡을 전공한 나를 얼마나 좋게 말을 해놨던지 그 선배님은 나를 한번도 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덜컥 그 자리에 추천하여 나도 없는 새에 이미 나는 그 자리에 임명된 것이었다.  
울산으로 갈련? 하고 묻는 어느 선배님께, 아뇨 저는 울산까지는 가고 싶지 않아요, 했다가 너는 무슨 빽을 믿고 그렇게 이것저것 가리냐? 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그저 속으로 대답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용기없었음 때문이다.  ‘하나님 빽!’  
나는 단지 바쁠 때는 총알택시를 타고 울산까지 가야된다는 몇몇 선배들의 말을 듣고나서 그런 무서운 총알택시를 타고싶지 않았고 그래서 내가 살고있던 부산에 있는 어느 전문대학에 갔으면 하고 바라던 중이었다.  
까짓것 아니면 말고, 반년 정도 늦게 시작한다고 해서 뭐가 어때?  
그게 바로 지리산 정상에서 얻은 깨달음이었다.  그런데 내 성격을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아는 주님께서 그렇게 내 길을 사람들을 통해서 예비해주셨던 것이다.  
대학원 시절때 과외로 가르치는 학생들도 언제나 학부모님들 아니면 과 친구들이나 교수님들의 추천을 통해서였고 어느 간호전문대학에 가게 되었을 때에도 한 교수님의 추천을 통해서였다.  
‘추천’하면 행여 거기에 비리의 냄새가 섞여있지 않을까싶어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내가 ‘추천’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닌, 시간이 쌓이고 쌓여 그 사람의 성품에 대해 제법 잘 아는 사람만이 후일에 추천한 그사람으로 인해서 생길 수도 있을 법한 자신의  명예에 대한 손실도 감수하고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걸 깨닫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렸다.  
생각해보면 내 인생에 있어서 내가 가야할 그리고 가고싶은 길에서 늘 부족한 나를 추천해주고 좋은 길로 인도해주신 나의 은사님들과 친구, 선배들, 또 어르신들, 그 모든 분들은 주님이 내 삶속에 때를 따라 돕는 손길로 허락해주신 고마운 천사들이었음에 분명하다.  
이제는 나도 누군가의 삶속에 이런 고마운 천사의 손길로 혹은 미소로 혹은 따뜻한 말 한마디로라도 다가가고 싶다.  
그나저나 어디를 가야 그 중국인 천사를 한번 만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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