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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09.11.10 23:59

어느 산파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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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산파의 기도

보통은 일하면서 사적인 감정은 배제하고 최대한 공적으로 대하는데, 지난 주에는 어떤 아주 마음이 포근하고 따스한 산파 한 분때문에 나까지 그만 마음이 동해진 적이 있었다.  
중간에서 나는 그분 산파와 산모간의 통역으로 양쪽의 의사전달을 해주는데, 그동안의 모든 정황을 기록을 통해 다 알게된 그분이 기도해줘도 되겠느냐면서 산모와 나의 손을 꼭 붙잡고 기도를 하였다.  
마침 산모도 나도 둘 다 크리스천이라서 때아닌 축복기도를 받는데 누가 마다할 것인가?  
그분은 산모가 속히 몸건강을 회복하고 행복하게 잘 살기를 기원했고, 나에게도 축복을 빌어주는 기도를 해주었다.

“그때에 제가 거기 있었거든요.”

그 한마디에 그분은 산모와 나를 번갈아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때’라 함은 그 친구가 사경을 헤매던 때임을 산파가 능히 알고도 남았다.  
“이제 당신 둘은 평생을 친구로 살아가야 되겠네요.”
내가 웃으면서 대답하기를,
“안그래도 어떤 사람들은 내가 저 친구의 엄마인줄 안다니까요!”
“엄마는 좀 심하고, 언니 동생이 괜찮겠는데…”

내 말에 E는 배시시 웃었다.

E와 내가 그렇게 맺어질 인연이었든지, 그 친구의 예정된 분만일이 다 되어가기 전 함께 한국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간 적이 있었다.  

때마침 한국에서 출장나온 두 여자분들이 그동안 얼마나 한국음식에 굶주렸는지 우리가 먹고 있던 짬뽕과 해물덮밥을 보면서, 아 저것 뺏어먹고 싶어, 우리도 저분들 먹는 걸로 주세요!” 하고 주문을 했다.  
밑반찬이 나오고 조금 숨을 돌렸던지 그 두분중 한분이 E와 나를 보며 이렇게 물어왔다.
“친정엄마세요?”

그 말을 들은 E는 괜찮았지만, 나는 영 아니었다.  그래서 그분에게 대답대신 E에게 응수했다.
“내, 이제부터 니하고 같이 안놀꺼다. “
그랬더니 눈치빠른 그분이 미안했던지 그 상황을 수습하려고 다시 말을 했다.

“그러면 언니이신 모양이네요.”

E와 나는 어쩌면 그때부터 띠동갑의 언니 동생으로 이미 인연이 맺어져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친구가 사경을 헤매이던 그때에 나는 그 친구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우리집 거실 창문의 속커텐을 제발 그녀의 유품으로 보는 일이 없기를 얼마나 마음 깊이 기도했었는지 모른다.  

절박한 상황에서 맺어진 그 인연.   회복실로 옮겨졌던 E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와,  집사님, 그날 통역으로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요, 라고 말할 때에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물론 공적으로 직업으로 하는 일이었지만, 한 사람의 귀한 생명을 살리는 일에 작은 도움이나마 되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내마음을 뿌듯하게 해주었다.  
이제 E와 나는 서로를 위해 기도해주는 언니 동생이 되었다.

“당신이 거기 있어주었다니, 당신 정말 친절하네요.”

산파의 칭찬에 몸둘 바를 몰라진 내가 분위기를 바꾸려고 말을 돌렸다.

“제 일이었는데요, 뭘”
“그래도…”

따뜻하고 두툼한 손으로 우리의 손을 덜썩 붙잡고 우리를 위해 축복을 기원해준 그 산파의 기도, 오래도록 그 장면이 기억에 남을 것같다.  

그 산파의 기도때문에라도 내가 하는 일에 더욱 보람을 갖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뜨거운 다짐이 나도 모르게 솟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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