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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10.03.15 22:43

감동의 무대,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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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무대, 올림픽
최 영신(영국, Glasgow거주)

남들 다 쿨쿨 잠자는 새벽 시간에 미리 정해놓은 자명종 시계에 맞추어 일어나서 올림픽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을 구경했던 날.  그러고보니 고 2,3때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새벽4시마다 일어나서 찬물로 세수하고 공부했던 예전 기억이 떠오른다.  하긴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올림픽 경기를 보자고 이 부지런을 떤 것이다.  올림픽, 그 영광의 무대를 상상하면서 운동선수들이 눈앞의 즐거움을 잠시 보류한 채 열심히 연습하고 훈련하는 것이나 공부하는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서 하고싶은 것들도 모두 뒤로 한 채 공부에 전념하는 것이나 어찌보면 같은 이치이다.  상상만으로도 감격스런 올림픽 무대!
프리스케이팅 결과를 마지막으로 금 은 동메달로 갈라진다고 생각하니 출전선수도 아닌 내가 다 덜덜 떨릴 지경이었다.  나는 한국의 김연아 선수가 출전하기 바로 앞조 선수들이 열연을 펼치는 새벽 3시(영국시간으로) 10분쯤 일어나서 그때부터 경기를 관람하였는데 하필이면 그 조에 속한 선수들이 하나같이 약속이라도 한듯이 엉덩방아를 찧거나 손을 땅에 짚는다든지 실수가 잦았다.  저 선수들, 영 컨디션이 안좋았거나 아니면 일진이 안좋았을까?
드디어 김연아 선수 입장, 경쾌하고 밝은 선수를 보니 일단 기분이 좋았다.  쇼트 프로그램이 끝난 후 나는 프리 프로그램에서 김연아 선수가 점수를 145점 정도 맞을 수도 있겠고 아니면 150점은 너무 과하나? 하면서 혼자서 점쟁이도 아니면서 또한 전문가도 아니면서 나름대로 그 선수의 받을 점수까지 예상해본 적이 있었다.  
나는 김연아 선수를 죽기살기로 좋아하는 팬은 아니지만 일곱살 적부터 올림픽 무대에 서기를 꿈꾸어왔고, 또 다른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녹화해서 나중에는 모든 동작을 외울 정도로 되풀이해서 보았다는 그 선수의 열심과 정열이 너무 마음에 와닿아서 그 선수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그런데 막상 경기가 내 눈앞에서-물론TV를 통해서지만-펼쳐지려하자 행여나 실수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그냥 마음 편히 경기를 관람할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계속 김연아 선수가 어렸을 적부터 꿈꾸어 왔던 꿈이 이루어지도록, 이 올림픽을 위해서 준비했던 모든 것을 침착하게 자신의 최선을 다해서 펼칠 수 있기를 기도했다.  자식 가진 부모 마음이 바로 이런 것같았다.  김연아 선수는 이제 한국의 대표선수라기보다는 경기장에 선 내 자식같은 마음이 들었다.   자식 뒷바라지에 수고한 엄마에게도 기쁨이 되도록 제발 그 선수가 아무 실수없이 잘 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김연아 선수의 점프를 두고 ‘점프의 교과서’라고 해설한 영국 전 피겨스케이팅 출신 해설가의 해설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아마도 그날 나처럼 마음이 조마조마해서 김연아 선수의 열연을 제대로 못본 사람도 많을 것이다.  미국의 TV시청률이 증명해주듯 사람들 마음이 나라와 인종은 달라도 비슷비슷한 것같다.
김연아 선수의 열연이 끝나고 점수가 나오자, 와 나도 멍석 깔아도 되겠네! 싶었다.  150점, 박수 짝짝짝.  너무 기쁜 나머지 눈물이 나오려했다.  그리고 연이어 등장한 아사다 마오, 나는 아사다 마오도 기왕이면 아무 실수없이 자신의 최선을 다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사다가 큰 실수라도 해서 어부지리식으로 김연아 선수가 우승을 하면 그것도 보기에 좋은 그림은 아닐 것같았다.  나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아사다 마오가 앞으로 김연아 선수를 라이벌로 의식하기 전에 자신의 스스로의 현재 실력을 더 향상시키겠다는 집념을 가질 때 그녀 역시 진정한 승부자로서의 면모를 지니게 되지않을까 싶다.  진정한 승리는 남을 이기는 게 아니라 자기자신을 현재보다 더 나은 상태로 이끌어 올리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김연아 선수 역시 이번 올림픽 금메달에 안주하지말고 앞으로 계속해서 더 열심히 해줬으면 좋겠다.  
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한국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따고, 그래서 그곳에 한국의 태극기가 높이 휘날리고 우리의 애국가가 울려퍼지던 그 감동의 무대…  김연아 선수의 눈에도 눈물이 글썽하고 내 눈에도 눈물이 고이고.  김연아 선수 만세, 대한민국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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