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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10.03.28 22:28

어머니날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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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날 선물
최 영신(영국, Glasgow거주)

여기 영국에서는 이번 3월의 둘째 주일이 어머니날이었다.  우리 동네의 테스코(Tesco)가 계획된 확장공사로 인해 오랫동안 문을 닫는 바람에 예년처럼 아들에게서 꽃선물은 받기가 어려워졌다.  엎드려 절받기 식이지만, 날이면 날마다 일년 365일을 엄마로부터 보살핌을 거의 당연한 것처럼 받는 아이들이 일년에 하루 정도는 그런 엄마들의 수고에 감사하는 연습을 해도 좋을 듯해서 나도 우리 애의 옆구리를 은근히 찔렀다.    
“애, 너는 오늘이 어머니날인데 뭐 없어?”
“…..”
예전에는 학교에서 저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그 서투른 솜씨로 어머니날 선물도 곧잘 만들게 하더니 이제는 4학년, 조금 고학년에 속한다고 그런 행사도 사라진 모양이었다.  그렇더라도 엄마들의 수고가 사라질 리는 없는데…  인근의 수퍼마켓이 문을 닫으니 여러 모양으로 생활이 불편해짐을 실감하게된다.  어머니날 선물도 못받고…
어머니날은 있는데 왜 어린이날(한국에는 있는데 영국에는 없다)은 없느냐고 따지듯이 묻는 아이에게 아이들 날은 일년 내내인데 어머니날 하루 있는 것 가지고 질투내면 안 되지, 라고 말해주었다.  그랬더니 수긍이 가는지 더 이상은 되묻질 않았다.  하여튼 장난감 선물을 받을 날을 하루라도 더 찾아내려고 애쓰는 녀석의 꾀가 다 보인다, 보여.
“선물이 없으면 카드라도 쓰면 어때?”
부엌에서 부지런히 설거지를 하면서 나름대로 아이에게 시간을 주고 있었다.  나는 아직 설거지가 한창인데 거실에서 아이가 큰 소리로 나를 불렀다.
“엄마!”
“아직 설거지 다 안끝났어.  조금만 기다려.”
‘어디까지 왔니?’놀이처럼 거실과 부엌에서 언제 끝나는지를 몇번이나 오고간 물음끝에 나는 비로소 앞치마와 고무장갑을 벗고 아이가 기다리는 거실로 들어섰다.
이게 왠 퍼포먼스?   아이는 내 의자에 걸쳐둔 숄로 제 몸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전히 다 감아놓고 카드는 그 앞에 두었다.  카드에는 큰 하트 모양으로 느낌표를 그린 게 눈에 띄였다.  카드를 읽으면서 키스,키스,키스 라는 말들에 빙긋 웃음을 짓고 있는데 아이가 숄을 풀고 벌떡 일어났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엄마, 내가 착한 에드윈이 될 거예요.”
말하자면 자기자신이 어머니날 선물로 더 착한 아들이 되겠다는 것이었다.  제 온몸을 던져 어머니날 선물을 마련한 아이의 아이디어치고는 제법 참신하다고 해야 하나?   까불거리기 잘하는 애가 착한 행동을 하려면 제법 참아야 할 터인데…  
그 날 오후 교회에 가서도 자신이 착한 아들이 되겠다고 한 약속 때문인지 평소 같으면 그러지 않을 일에도, 착한 애가 되기로 했잖아요! 하면서 노력하는 게 내 눈에 보였다.  큭큭큭…  저게 얼마나 오래 가려나?  장난꾸러기가 얌전하게 행동하려면 그것도 참 힘들 건데…
내 염려가 기우라는 건 바로 다음날 나타났다.  월요일 아침 학교 가는 길에 전날과 달리 조금 삐딱하게 나오는 아이에게 전날 자신이 공언한 약속을 상기시켜 주었더니 곧잘 하는 말이 가관이 아니었다.
“그건 어머니날 하루뿐이었어요.”
그러면 그렇지.  엄마들, 아니 부모들은 자식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좀 더 향상된 앞날을 믿어주고 바라며 기원하는 마음으로 매일매일 아이들을 돌보고 사랑해주는 존재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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