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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브러더(내부 고발자)와 휘슬블로어(양심선언)

908-사설 사진.JPG



우리가 흔히 ‘양심선언’이라고 부르는 내부고발은 영어로 휘슬블로잉(whistle-blowing)으로 지칭한다. 

휘슬블로잉이란 명칭은 부정행위를 묵과하지 않고 바로 희슬을 불어 지적한다는 의미에서 비롯된다. 이런 내부고발을 행한 사람을 ‘휘슬블로어’ 혹은 '딥스로트(Deep Throat)'라고도 부른다. 딥스로트는 1972년 6월 17일 워싱턴포스트지의 기자 칼 번스타인과 밥 우드워드에게 이른바 워터게이트 사건의 단서를 제공했던  정보제공자의 암호명이었다. 이 암호명 역시 1970년대 당시 인기를 끌었던 포르노 영화 <딥스로트>에서 따온 것이다. 이때의 이야기는 알란 파큘라 감독의 영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에서 극적으로 재현되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으며, 이후 'Deep Throat'가 내부고발자, 밀고자를 뜻하는 고유명사로 굳어졌다.

이런 내부고발은 양심의 한 보루로 존재하는 매우 용기 있는 행위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내부고발의 대상은 엄청난 권력과 힘을 가지고 있는 존재인 경우가 대다수다. 권력이나 금권의 중심에 있는 자들은 다양한 측면에서 자신들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 국가기관이나 대기업들이 대표적으로, 이들은 고발내용 자체를 부정하거나 무시하면서 내부고발자를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여 탄압한다. 특히 언론과 결탁된 경우 한 개인의 신상문제로 깎아내리고 여러 가지 ‘흑색선전’을 통해 이슈를 유야무야 시키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현직 대통령을 사임으로 몰고 간 지난 1972년의 ‘워터게이트 스캔들’은 내부고발 승리의 전형으로 회자된다.
 그러나 이 사건도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그런 결말로 이어지기까지 이를 부정하고 무시하려는 국가기관의 방해와 협박공작이 얼마나 가열 찬 것임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많은 휘슬블로어들은 정의와 민주주의를 지켜온 영웅임에 틀림없다.

얼마전 미 국가안보국(NSA)이 비밀리에 전 세계 수백만 명의 통화기록을 수집하고 있다는 한 내부고발자의 폭로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전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든(29)은 영국 <가디언>에 미 정보기관의 감시 프로그램을 폭로했다. 전 세계는 경악했고, 그간 인권을 강조해온 오바마 정부는 궁지에 몰리게 됐다. 

과거 내부고발자는 대개 익명으로 자신을 숨겨온 것이 보통인데 이는 당국의 수사와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스노든은 달랐다. 그는 <가디언>과 인터뷰를 한 뒤 당당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정부가 개인의 사생활과 인터넷의 자유,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걸 보고 양심상 허락할 수 없었다. 그동안 20만 달러의 연봉을 받으며 편히 지내왔지만, 양심에 따라 모든 걸 희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스노든이 얼굴을 드러낸 지난 10일 <워싱턴 이그재미너>, <퍼스널리버티닷컴>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이날 하루 동안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서 소설 <1984> 판매가 급증했다고 한다. 영국 작가이자 언론인 조지 오웰이 1949년 6월 6일 발표한 작품이다. 미 언론들은 '빅 브러더(Big Brother)'를 연상시키는 이번 미 국가안보국의 개인정보 수집 파문과 <1984> 출간 기념일이 묘하게 겹쳤다고 분석했다.

조지 오웰의 <1984>는 사회를 통제하는 거대권력이 지배하는 사회를 묘사한 작품으로 '빅 브러더'라는 용어는 이 책에서 유래했다. '빅 브러더'는 사회를 돌보는 보호적 감시를 뜻하는 긍정적 의미도 있지만, 실상은 권력자들이 정보독점을 통해 사회를 통제하는 부정적 의미가 강하다. 미국, 일본 등 20여 개국에서는 시민단체들이 매년 '빅 브러더상'을 시상해오고 있는데 이는 정부나 기업의 국민 사생활 침해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서다. 지난 2005년 국내에서 처음 열린 '빅 브러더상' 수상자로는 주민등록번호제도, 정보통신부, 삼성SDI 등이 선정됐다.

다수 국가에서는 범죄와 테러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시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 영국은 180만대에 달하는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데, 심지어 모자가 달린 운동복을 입지 못하게 할 정도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9·11 테러 이후 제정된 소위 '애국법(Patriot Act)'은 미 연방수사국(FBI)이 손쉽게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해 인권침해 논란을 빚어 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실정은 어떠할까. 

정보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개인의 사생활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다. 과거 국정원은 정치적 목적으로 특정인의 통화를 불법 도·감청한 사례가 수도 없이 많았다. 최근 국정원은 인터넷 회선 감청(패킷감청)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메일은 물론 웹서핑, 게시물 읽기와 쓰기 등 인터넷상 모든 활동을 실시간으로 살펴볼 수 있다고 한다. 법원이 감청허가서를 발급하면 특정 회선을 통한 웹서핑, 이메일 등을 한꺼번에 감청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같은 회선을 이용하는 제3자의 개인정보까지 접근할 수 있다.

이명박 정권 이후 '표현의 자유' 제약은 물론 공권력에 의한 사생활 정보 침해가 극심한 실정이다. 

지난해 국회에서는 개인의 동의 없이 경찰에 자동위치추적권을 부여하는 위치정보보호법 개정안이 통과한 바 있다. 

경찰은 수사상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인권단체들은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들어 '국가주의'가 팽배해지면서 한국도 이미 '빅 브러더'의 시대를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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