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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10.08.09 02:24

아이들 길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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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어려서부터 아이들을 제대로 버릇 들이기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어른들이 조금만 방심하면 아이들은 네 아이 내 아이 할 것없이 금방 어른들 머리 꼭대기로 기어오르려고 한다.  못된 떡잎은 미리미리 잘라주듯 아이들의 못된 행동이 나올 적마다 어른들이 하기 싫어도 잔소리를 하고 또 해야 되는 모양이다.  
엄마들이 주로 이런 잔소리를 담당하다보니 엄마들은 특히 잔소리를 싫어하는 사내아이들에게 때로는 참 귀찮은 존재일 수 있다.  잔소리가 싫으면 굵은 소리로 해줄까? 하던 중학교적 어느 선생님의 농담반 진담반의 우스개소리가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온다.  
우리 아이랑 모하메드가 자주 어울리다보니 어떤 때는 모하메드네 누이들은 따로 집에 남고  그애 엄마와 나, 그리고 사내아이들 둘이 함께 할 때도 종종 있다.  주로 남자아이들의 스포츠 프로그램에 데려다줄 때가 바로 그런 때이다.  둘 다 한가로이 노작거리고 시간을 죽일 수 없는 엄마들이라 가끔씩 그런 막간을 이용하여 서로 얘기를 나누는데 그럴 때마다 꼭 훼방꾼들이 있다.    엄마들끼리 잠시 잠깐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을라치면 언제나 끼어드는 아이들.  매번 주의를 주건만 잘 고쳐지질 않는다.
그날은 자난의 차로 스포츠센터에 도착했는데 가는 길에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갑자기 세찬 소나기로 변해서 주차장에 차를 주차했지만 도저히 차 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지않는 날이었다.  마침 우리는 시작할 시간보다 10여분 더 일찍 도착했기에 소나기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모두들 차안에 좀 더 머물기로 하였다.  엄마들은 앞좌석에 두 남자아이들은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맨 날 봐도 서로 지겨워하지않고 조잘조잘 할 얘기도 많은 녀석들이니 그날도 둘이 놔두면 서로 잘 시간을 보낼 터였다.  
그런데 엄마들이 서로 얘기를 나누려고 말머리를 꺼내는데, 뒤에서 모하메드가 ‘엄마!, 하고 불렀다.  우리 애도 그러는데 명수지만 그날만은 한발짝 늦었다.  나도 그렇지만 자난도 어른들의 대화 도중에 아이들이 함부로 끼어드는 것은 버릇없는 일이라고 누차 주의를 주었던 모양이었다.
“저것 좀 봐요.  그렇게 일렀건만 또 이래요.”
그 순간, 갑자기 내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미 어른들의 대화의 맥이 끊긴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나는 정색을 하고서 아이들을 쳐다보았다.
“이봐, 너희들 있지, 엄마들이 잠시 얘기 좀 나누는데 너희들이 잠시도 못참고 이렇게 끼어들면 우리도 나중에 너희들에게 똑같이 해줄꺼야.  너희들이 나중에 커서 여자친구를 사귀기 시작하면 우리 둘이 따라다니면서 너희들에게 끼어들꺼야.  얘, 너 지금 뭐하니?  어라, 지금 뽀뽀하려던 참이었어? 어머머, 저거 좀 봐, 손도 잡았네, 어쩌고저쩌고…”
정말 효과만점이었다.  아홉살짜리 두 사내녀석들이 서로 입을 막고 큭큭거리면서 얼굴이 붉어졌는지 뒷좌석에서 둘 다 얼굴을 쳐박고 조용했다.  자난이랑 나는 둘이서 하려던 대화를 아무런 방해없이 마쳤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가끔씩 나더러 한꺼번에 이것저것 모두 다 수퍼우먼처럼 해주기를 바라는 아들녀석이 엄마는 뭘 빨리빨리 못한다고 투덜대면 나도 이제는 꾀가 생겼다.  엄마가 나이들다보니 이제는 힘이 별로 없어서 빨리 못하겠어, 하는 말은 영 먹히지 않았는데, 자기입장에서 해명하니 딱이었다.
“그럼, 엄마도 너 어려서 걸음마 시작했을 때 두발짝 걷고 넘어져도 잘 했다고 박수쳐주었는데, 그때에 아기였던 너에게 뛰기는 커녕 걷지도 못한다고 혼냈음은 좋았겠어?”
성경을 읽다보니 역대 왕들의 실록에 항상 그 어머니가 누구였는지를 밝히고 있었다.  아들이 잘나면 어머니는 뿌듯하겠지만, 못나면 아들 잘못 키운 부끄러움을 고스란히 받아야 되는 게 어미의 몫이 아닌가 싶었다.  아들 키우는 엄마의 책임이 사뭇 막중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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