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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까지만 해도 좀처럼 여름이 찾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던 영국 날씨가 지난 주부터 계속해서 화창하고 기온도 30도 가까이 오르는 등 본격적인 여름 날씨를 보이고 있다.

습도 때문에 끈적거리면서 더운 한국의 여름 날씨와는 달리, 영국의 여름 날씨는 뽀송뽀송(?)하다.

비가 많이 오기로 유명한 영국이지만, 막상 살아보니 한국과 같은 장마도 없고, 은근히 비가 잘 내리지 않는 것 같은 영국이다.

어쨌든, 그렇게 화창하고 따스했던 지난 주말, 특별히 여행을 떠나려 했던 것도 아니었고, 마침 별 다른 스케줄도 없던 주말, 그렇다고 집 안에서만 지낼 수도 없는 노릇이라 내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킹스톤의 강변을 찾았다.

30.jpg

지금 사는 동네에서 7년 씩이나 살면서 정말 수도 없이 찾았던 킹스톤 강변이지만, 그럼에도 언제 찾아도 좋은 그런 곳이다.

치킨 몇 조각을 사고 한국에서 공수해온 아끼는 캔막걸리를 살짝 얼려서 가져가 강변 수풀에 드리워진 나무 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먹으니 몸과 마음이 느슨하게 풀어진다.

마침 강 건너편 무대에서는 음악회도 열리고 있어서 분위기가 더욱 좋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그렇게 강변에 나와 도시락을 먹고 있는 가족 단위 소풍객들, 친구들, 연인들, 햇살이 얼마나 좋으셨으면 선글라스도 끼지 않고 내리쬐는 땡볕에서 책을 읽는 할머니, 혼자 강을 바라보며 고독하게 맥주잔을 들이키는 할아버지, 그리고 그 와중에 비키니를 입고 선탠을 즐기는 여인들까지 수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 풍경을 바라보며 새삼 영국은 참 심심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영국은 즐길 꺼리도 별로 없고, 먹을 꺼리도 별로 없다. 영국인들은 참 심심할 것 같은 분위기를 참 잘도 즐기고, 별 재미없어 보이는 것도 너무나 즐거워하며, 별 맛도 없는 것도 참 맛있게 먹는 것 같다.

특히, 한국과 비교해보면 영국은 정말 심심하고 심지어 낙후된 것처럼 여겨지기까지 한다.

볼 꺼리, 즐길 꺼리가 넘쳐나는 한국 같았더라면 이 화창하고 따스한 날에 고작 이렇게 강변에 나와 돗자리를 깔고 뒹굴거리며 여가를 즐겼을까?

다양한 먹을 꺼리가 넘쳐나는 한국 같았더라면 고작 그렇게 싸구려 치킨 몇 조각이나 맥주 한 잔으로 만족할 수 있었을까?

그런데, 또 한 편으로는 그렇게 심심한 영국이어서 이렇게 여유로울 수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한국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아무리 설명해줘도 그들은 절대 알 수 없는 정신적인 여유로움’, 아마 이런 저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영국에서 사는 게 좋은 이유들 중 하나가 바로 이 정신적인 여유로움때문이 아닐까?

그렇게 심심하고, 무료하고, 별 게 없어서, 그래서 오히려 평화로울 수 있고 여유로울 수 있으며, 그래서 좀 더 사색하고 좀 더 느끼면서, 특히 나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영국에서 사는 우리들이 누릴 수 있는 진정한 휴식이 아닐까 싶다.

한국의 빠르고 시끄럽고 화려한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런 영국이 너무 재미없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심지어 영국에서 사는 사람들을 모든 면에서 어딘가 뒤쳐진 듯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국에서 사는 사람들이 비록 그렇게 한국에서처럼 모든 면에서 최첨단, 초고속을 누리지는 못할 지라도, 장담하건대 영국에서 사는 사람들이 누리는 마음의 평화와 영혼의 여유로움이 그보다 더욱 값질 것이다.

또한, 한국은 일하는 시간도 길고, 휴가도 짧아서 주어진 여가 시간을 최대한 즐겨야하기에 그렇게 화려한 각종 꺼리들이 많지만, 영국은 어떻게 보면 휴가 같은 여유로움이 일상 속에서도 늘 함께하기에 굳이 화려한 각종 꺼리들이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돗자리에 벌렁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 저런 생각에 빠지다가 스르륵 눈이 감기고, 온 몸을 휘감는 듯한 따스한 햇살과 아늑하게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묻혀 어느새 잠이 들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마치 잠꼬대를 하듯 나 자신에게 속삭였다, “나는 심심한 영국의 여름날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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