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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2-사설 2 사진.jpg

일본발 방사능 공포, 정부의 신뢰가 중요하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난 지 2년이 더 지났다. 그러나 후쿠시마도, 체르노빌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최근 발표된 이홍기 감독의 '0.23 μsv-후쿠시마의 미래'라는 다큐멘터리는 사고 후 2년이 지난 현재 후쿠시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도 많은 피해주민이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구호품으로 살아가고 있고, 사고지점에서 20㎞ 정도 떨어진 어린이 놀이
터에서는 방사능수치가 높아 비닐을 덮어놓은 모래밭 옆에서 어린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정부도, 매스컴도 말해주지 않는 후쿠시마의 미래를 알기 위해 17명의 평범한 일본 시민이 조사팀을 
꾸려 26년 전 원전사고가 일어났던 체르노빌을 방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착한 이들이 검문소를 통과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들고간 방사능측정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계속 울려댄다.

 체르노빌에서 3㎞ 떨어져 있던 도시 프리야파티는 사람 하나 살 수 없는 완전 폐허가 되었고, 그 곳 하수구에서는 허용치의 300배가 넘는 방사능이 검출된다. 사고 후 26년이 지났어도 체르노빌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그 끝을 알 수 없다.
사고발생 후 급격히 높아진 암 발병률, 소아백혈병의 급증…. 체르노빌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고통 속에 자신들의 두려운 미래가 겹쳐지면서 방문자들은 숙연해진다. 

이 다큐멘터리의 제목에 나오는 0.23 마이크로시버트는 일본 정부가 정한 대기중 방사능허용치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다 보면 이 기준치라는 것이 얼마나 기만적인 것인지 깨닫게 된다. 

이 기준치는 지상 1m 지점을 기준으로 하는데, 지상 1m에서는 기준치 이하이지만 지상 50㎝의 방사능이 기준치의 3배에 달하는 곳에서 젊은 엄마는 아기를 키우고 있다. 또 집 뒤의 오염된 숲으로부터 바람에 방사능이 계속 불어와도 그것은 측정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아무리 저선량이라 해도 방사능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해를 입는다는 사실, 즉 의학적으로는 기준치라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이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모든 진실을 알아도 인간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제한되어 있다. 왜냐하면 인간은 인간으로서 삶을 지속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후쿠시마에서 30㎞ 떨어진 미나미소마의 한 임산부는 만삭의 배를 하고 두려움 때문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아이를 낳겠다고 한다. 무모한 것 같아도 사실은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인간이다. 그리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것만큼 핵발전이 비인간적, 반생명적임을 드러내는 것도 없다.

게다가 지금 우리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이른바 방사능 괴담(怪談)이 수그러들줄 모르고 있다. 

괴담은 ‘일본 국토의 절반이 고농도 방사능에 오염됐다’거나 ‘한국이 수입하는 명태의 90% 이상이 일본산’이라는 내용
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지리적으로 어느 나라보다 가까운 데다 우리 먹거리의 상당부분을 의지하고 있는 이웃이라는 측면에서 이런 소문은 단순한 괴담으로 치부해버리기도 힘들다. 특히 한 두 가지 품목이 아니라는 측면에서 사실 광우병 때보다 더 불안감을 자극하는 면도 있다. 

실제로 괴담이 퍼져나가기 시작한 것은 도쿄전력이 2011년 방사성물질 유출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가 지속적으로 바다로 흘러들고 있다고 고백한 이후의 일이다. 

일본 정부의 사고 수습이 신뢰를 주지 못하니 괴담이 떠도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일대 8개현에서 잡힌 수산물은 수입을 금지하는 한편 수입 수산물의 방사능 검사도 정밀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정부의 방사성물질 허용 기준치는 일본을 따르고 있다. 나아가 독성이 강한 플루토늄은 아예 기준치조차 갖고 있지 않다는 의구심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원전 관련 먹거리 대책은 이제라도 수용자인 국민 중심으로 바뀌어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아도 먹거리 안전을 4대 과제 중의 하나로 삼았던 정부다. 그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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