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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한 대기환자 수, 스페인 의료체계에 적신호



 

예산삭감을 위한 인력 및 진료시간축소로 인해 대기환자 명단이 한없이 늘어나고 있다. 


스페인 보건부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수술 날짜가 지연된 환자 수는 작년 6월 대비 6.4퍼센트 상승한 57만1395명이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 EL PAÍS 지의 8월 25일자 보도에 따르면, 환자들이 수술을 기다려야 하는 날짜 또한 평균 76일에서 100일로 급증하여 2004년 보건부가 자료검토를 시작한 이래 등록된 것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915-유럽 3 사진.JPG

 

(사진: 대기실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환자들 출처: 엘파이스 EL PAÍS)





 스페인은 공공의료체계가 잘 갖춰진 나라로 손 꼽혀 왔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증세가 심각한 병일수록 사설병원보다 공공의료기관에서 치료받기를 선호한다.

 

6개월 이상 수술을 기다리는 환자의 수도 7퍼센트에 달한다. 특정 질병의 경우 6개월 내에 의료조치를 받도록 법으로 규정되어있다. 백내장수술은 이에 해당하는 질병으로, 수술받기까지 평균 92일을 기다린다. 


현재 백내장 환자 가운데 14.76퍼센트는 이미 2011년 법령으로 지정된 180일의 대기 시한을 넘겼다. 허리 인공장구 설치도 이 법에 해당하는 질병이나 26.88퍼센트의 환자들이 정해진 6개월을 넘긴 채 수술 날짜를 기다리고 있다.

 

대기환자의 증가는 흉부 관련 수술을 제외하고 모든 외과수술에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비가 줄어든 결과이다. 2010년부터 시작된 대대적인 의료 및 보건 부문 비용절감 정책으로 의료예산이 69억 유로 감소했다. 


이는 의약품 지원축소 이외에도 전문 인력의 대대적 감축을 초래했다. 의사노동조합의 부의장 토마스 토란소는 의료부문 긴축정책이 스페인 공공의료체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인력부족으로 의사들의 휴직이나 휴가로 인한 공석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 퇴직한 의료인들의 자리를 채우지도, 인턴들을 교체하지도 못하고 있다. 토마스 토란소는 “전문가 없는 공공의료체계는 해답이 될 수 없다”라며 현 상황을 비판하고 있다. 기다림에 지친 환자들의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보고에 따르면 전문적 진료를 위한 평균 대기시간은 2012년 12월 31일 평균 59일로 반년 전 대비 여섯 배로 증가했다. 특히 부인과와 안과, 외과는 지자체에서 최대기간으로 지정한 대기 시일 60일을 훨씬 초과한다. 각 지자체에서 서로 다른 계산 방식을 차용하고 있기에 등가비교는 힘들지만, 대기자명단이 기록적으로 증가한 것은 명백하다.

 

일례로 마드리드에서는 외과수술 대기자명단이 2012년 6월부터 12월까지 17.5퍼센트로 치솟았다. 마드리드 보건부 장관 하비에르 페라난데스 라스케티 장관는 이를 의료민영화를 반대하여 파업에 나선 의료인 탓으로 전가했으나 상대적으로 파업의 여파가 적었던 다른 지역에서도 대기자명단의 환자수가 증가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대다수의 지자체에서는 이 수치가 비용감축의 결과라고 말하기를 피하고 있다. 엑스트레마두라와 안달루시아의 정부관계자들은 예산삭감에 대해서는 입 다문 채 대기명단이 길어지는 것을 수술을 필요로 하는 환자수가 늘어난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이미 방관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각 자치주에서는 긴급 의료비 지원 등의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가 발등의 불이라도 끌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환자총연합의 의장 알레한드로 톨레도는 대기자명단의 증가가 경비절감에 따른 인력 및 의료기기 감축 때문이라고 말한다. “예산삭감은 정밀히 계산되고 합의되어야 마땅하지만 의료분야에서는 그러하지 못했다. 건강문제는 이익창출의 대상이 아니다. 이를 무시한 결과는 이미 시스템에서 드러나고 있다.”

 

의료조치를 위한 대기시일 길어질수록 환자의 병은 심각지고 치료비는 상승한다. 따라서 스페인정부가 장기적으로 부담해야할 의료비 부담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섣부른 의료예산 삭감이 낳은 결과이다. 


 

스페인 유로저널 이승주 인턴기자

eurojournal29@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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