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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6 21:26

생긴 대로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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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영화 두 편을 연달아 감상하게 되었다.

 

하나는 한국영화 몽타주’, 또 하나는 올드보이박찬욱 감독의 처음으로 헐리우드에서 연출한 스토커라는 작품이었다.

 

몽타주는 현행 공소시효 제도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영화의 소재가 무척이나 흥미로워서 꼭 보고 싶었고, ‘스토커는 런던에서 직접 뵙기도 했던 박찬욱 감독님의 첫 헐리우드 연출작이라 당연히 꼭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 외에도 이 두 영화들은 내가 참 좋아하는 여배우들이 주연으로 등장하기게 이들의 멋진 연기를 감상하는 차원에서도 너무나 설레이는 작품들이었다.

 

이 두 여배우들은 40대를 넘어 중년에 접어들었고, 이제는 빼어난 미모로 화제가 되는 것도 아니고, 현재 영화계에서 가장 잘 나간다고 할 수도 없는 배우들이지만, 그럼에도 내가 이 배우들을 너무나 좋아하는 것은 그들이 배우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연기력에 있어서는 늘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또 그렇게 중년이 되어서까지도 꾸준히 성실하게 연기를 하면서 배우 인생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오랜만에 영화에 출연한 그 두 여배우들을 보면서 씁쓸한 실망감이 들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그들이 실제 나이보다 젊어 보이기 위해서 지나치게 시술을 한 티가 너무 확 났기 때문이다.

 

내가 무슨 성형수술이나 각종 시술을 알아보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런 내 눈에조차 그들의 얼굴이 너무나 부자연스러워졌음을 발견했다면 정말 그들이 심하게 시술을 받았다는 얘기다.

 

이들은 주름이나 얼굴에서 묻어나는 세월의 흔적을 가리기 위해 피부를 팽팽하게 하는 시술을 받은 모양이었고, 특히 윗입술 부위에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몰라도 윗입술이랑 윗입술과 코 사이가 너무나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차리라 모델이었더라면 그런 시술을 받아도 정지된 표정만 보여주기 때문에 괜찮았을 텐데, 배우는 말을 해야 하고 다양한 표정의 변화를 보여줘야 하는 만큼, 그들이 대사를 할 때면 유독 입 주변이 어색해 보였다.

 

이런 표현이 좀 그렇지만, 마치 인조인간 같았다고나 할까?

 

이들의 목소리 연기나 눈빛 연기는 여전히 너무나도 훌륭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사를 할 때 입 주변의 그 부자연스러움 때문에 자꾸 신경이 거슬렸고, 영화 감상에 방해가 되었다.

 

그러면서 내가 그토록 좋아하던 좋은 배우들마저 이제는 예전처럼 멋진 연기를 감상하기가 어려워졌음이 아쉬웠고, 도대체 왜 저렇게까지 얼굴을 건드렸을까 싶어서 화도 났다.

 

두 여배우들 중 한 명은 1969년 생이고 다른 한 명은 1967년 생이다. 당연히 얼굴에 주름도 생길 나이고, 더 이상은 젊은 미모로 승부를 볼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주름이 생기면 생긴 대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면 묻어나는 대로 오히려 그 나이에 맞는 자연스러운 얼굴을 통해 오히려 더욱 진실되고 멋진 연기를 선보일 수 있지 않았을까?

 

더구나 두 여배우들 모두 공교롭게도 그 두 편의 영화들에서 맡은 배역이 엄마 역할이니 굳이 그렇게 실제 나이보다 젊어 보이려고 기를 쓰지 않아도 되었을 법 하다.

 

그러고 보니 (해외에서도 전혀 안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유독 우리 나라에서는 그렇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외모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세월의 흔적에 대해 비정상적으로 반응하는 듯 하다.

 

나이가 들면 흰 머리도 생기고, 주름도 생기고, 피부도 쳐지는 등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그 나이에 맞는 변화가 생기는데,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또 한 편으로는 아름다운 것이기도 하다.

 

여느 걸그룹의 젊고 발랄한 미모도 아름다운 것이지만, 세월의 흔적과 인생의 깊이가 스며든 중년 여배우의 그 나이에 맞는 중후한 미모 역시 아름다운 것이다. 더 나아가 60, 70세가 된 노년의 여인도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다.

 

오드리 햅번을 기억하는가? ‘로마의 휴일에서 그 젊고 풋풋한 앤 공주였던 오드리 햅변도 너무나 아름다웠지만, 인생의 후반기에 유니세프에서 활동하면서 다른 이들에게 사랑을 베풀며 살았던 주름살 가득한 노년의 오드리 햅번 역시 너무나 아름답지 않았던가?

 

왜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늙은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마치 그것이 죄라도 되는 듯, 마치 그것을 부끄러워해야 하는 듯 여기고, 그래서 그것을 어떻게든 감추기 위해 온갖 수술에 시술을 해대는 것일까?

 

자연의 섭리대로 누구나 나이가 들면 그 만큼의 변화가 찾아오는 법,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조금은 다른 얘기지만 요즘 들어서 나에게도 흰 머리가 몇 가닥 발견되곤 한다. 내 나이에는 조금 이른 것 같기도 하지만, 뭐 별로 크게 신경이 쓰이진 않는다.

 

그런데, 역시나 한국에 가면 내 흰머리를 보고 당장 염색하라는 얘기가 들린다.

 

흰 머리가 추한 것인가? 흰 머리를 보이는 게 부끄러운 것인가?

 

나는 지금보다 흰 머리가 더 많이 생겨도, 아니 백발이 되어도 절대 염색은 하지 않을 것이다. 주름이 생기거나 피부가 쳐지더라도 이를 위해서 절대 어떠한 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면 묻어나는 대로 나는 그저 생긴 대로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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