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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2013.09.11 18:11
베를린의 빨간구두, 베를린 간호요원회 문화행사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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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를린의 빨간구두, 베를린 간호요원회 문화행사 개최
파독 간호사들은 빨간 구두의 분주한 만큼이나 스피드한 삶을 살았다. 빨강이 내포하는 안색감에서 드러나는 정열과 열정이다. 젊음의 패기로 독일에 왔던 분출하는 열정을 의미 한다. 안데를센 동화에서의 “빨강구두 아가씨”는 일단 신으면 의지와 관계없이 춤을 추어야하는 삶의 무게감이다. 앞만 보고 달려야 했던 고단한 이국땅에서 파독 간호사들은 자신들의 꿈과 희망을 위해 삶을 위한 열정의 춤을 추어야 했다. 동화속 주인공은 발목을 바르고서야 구두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파독 간호사들은 신발을 벗고도 지금 아름다운 발을 간직하고 있다. 그녀들의 빨간 구두는 또각또각 걷는 지나온 열정의 발자취이다. 그녀들의 단체 사단법인 베를린 간호요원회(회장 김금선)는 지난 9월7일(토) 오후3시부터 20시까지 지난해와 같은 Gemeinschaftshaus Gropiusstadt 에서 문화행사를 성황리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재신 대사, 허언욱 공사겸 총영사, 하성철 베를린 한인회장, 신성식 베를린 글릭아우프회장, 박남수 영사등 교민들과 현지인들 300여명이 참석했다.
김금선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번행사가 올해 한독수교 130주년, 파독근로자 50주년을 맞아 한독문화교류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면서 “올해 문화행사를 위해 색다른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우리 2세,3세들의 춤과 악기공연과 간호사출신들로 구성된 3개의 합창단들이 함께 공연하는 뜻 깊은 잔치이다. 이번 문화행사에서는 2016년 파독간호사 50주년을 위해 준비한 연극의 한 장면인 ”빨간구두“를 선보이게 됐다. 오늘 아름답고 소통하는 즐거운 시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재신 대사는 “간호요원회 축제를 위해 오늘 날씨까지 무척 좋다. 작년에 40주년 행사 때 만나고 1년 후에 또 만나게 되어 기쁘다”며 “2,3세들의 춤과 악기공연이 기대된다. 지난 8월초에 KBS 가요무대의 감동적인 공연에 이어 10월에는 프랑크푸르트에서 MBC 이미자 쇼가 독일을 찾아와서 펼쳐지게 되는데, 이 모든 큰 행사들은 파독근로자들의 헌신과 노고를 높이 평가하고 감사함을 보답하기 위함이니 고국발전을 위해 충분히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즐거운 시간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김대사는 독일어로 현지인들에게도 인사말을 전했다. 하성철 베를린 한인회장은 “김 회장님과 김 대사님이 내가 하려던 모든 인사말을 다 했기 때문에 반복되는 인사말은 않겠다.”면서“행사 준비를 위해 수고 많이 한 김금선 회장 및 임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문화행사가 시작되면서 한인학교 어린이들로 구성된 ‘아리랑 춤’ 공연이 예쁜 한복과 함께 무대위를 나비들처럼 사뿐거리며 펼쳐갔고, 이영진 군의 첼로 솔로 Bach suite.2 공연에 이어 어린이들의 춤 ‘알송 달송’ 공연으로 커다란 박수갈채를 받았다.
한편 40여명으로 구성된 베를린 3개 합창단(메이리 단장 최돈숙, 한인 합창단장 김춘자, Konzert 합창단장 신기복)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행사장에 울려 퍼졌다.
이날의 하이라이트 제3부 순서가 시작되면서 먼저 잔잔한 가야금(박이슬) 연주와 함께 40-45년 전 한국의 모습과 독일에 도착해서 생활하는 간호사들의 모습이 영상으로 비춰졌고 ‘파독 간호사의, 밝혀지지 않은 희로애락 스토리’로 이어졌다. 이 연극은 디트마 랜즈씨와 강숙기(Theater Salpuri Berlin)씨의 연출, 연기 및 노래지도로 진행되었으며, 대본과 홍보는 박경란 씨가 맡아서 진행했다.
이날 무대에서 펼쳐진 연극 대본은 독일어 이었으며, 출연자와 내용을 대략 간추려본다. ◯ 조 송자 역: 저널리스트로 베를리너 알게마이너 자이퉁 기자로 파독50주년을 기념해 파독인 들의 근간이 된 간호사들에 대해 취재차 만나게 된다. 주제는 독일에 살면서 느낀 삶과 일이다. 이 연극은 독일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파독간호사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이다. 각 간호사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독일에 오게 된 속사정을 듣게 된다. 기자는 관객과 같은 위치의 제3자의 시선으로, 드러나지 않으며 묵묵히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 방 영숙 역: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 홀로 7명의 자녀들을 양육했다. 66년 22살의 나이에 돈을 벌기위해 독일에 왔다. 그동안 독일인처럼 살아왔지만 영원히 그녀는 이방인이다. ◯ 이 선영 역: 집을 탈출하고 싶었다. 형제들이 9명이었다. 독일은 그녀에게 자유를 안겨주었다. 자동차. 카메라 등을 샀고, 여행을 다녔다. ◯ 박 소영 역: 한국에서 간호학교를 마치고 부산에 있는 병원에서 일했다. 그녀는 원래 미국으로 가고 싶었지만 비용 및 여러 절차가 힘들어 독일 행을 택하게 된다. 3년만 독일에서 근무하고 미국으로 가려고 했다. 독일인과 결혼하려고 하는데 부모님 반대가 심했지만 결국 73년 베를린 템펠호프 에서 결혼했다. ◯ 김현숙 역: 23세에 독일에 왔다. 결혼 적령기인지라 부모가 혼사 자리를 마련해 놨지만 남자들 키가 모두 작았다. 그때 마침 독일에 간호사로 먼저 간 친구에게서 독일이 정말 멋지고 좋다는 내용의 편지가 왔다. 무조건 가려고 했고 당당히 합격했다. ◯ 정유선 역: 아버지는 원래 성공적인 사업가였지만 실패했다. 독일 간호사를 뽑는다는 소식에 독일에 오게 되었고 5년 만에 개인연금을 털어 5000마르크를 들고 갔는데, 빚 갚는데 충분하지 않았다. 다시 독일에 올수밖에 없었다. ◯ 김 재옥 역: 외로운 독일 생활이 힘들었다. 한마디도 모르는 독일어 때문에 꿀 먹은 생활을 했다. 낮에는 병원에서 일하고 오후에는 독일어를 배웠다. 그러다가 우연히 독일 할머니 생일에 초대되어 갔다가 잘생긴 파독광부를 알게 됐다. 당시 그와 그녀는 동서독 장벽으로 인해 힘들게 비행기를 타고 오가며 연애를 했다. 그야말로 값비싼 사랑이다. 2년뒤에 결혼 했다.
8개월간 정규적으로 만나서 대본을 외우고 연습했다는 ‘베를린의 빨간구두’ 는 파독간호사 50주년 행사를 위해 준비한 연극의 한 부분에 불과하지만 40-50년 전에 독일에 왔어야했던 사연과 독일에서 보낸 청춘을 이야기 하는 그녀들의 이야기는 웃음을 자아내게 하면서도 눈물을 훔쳐 내게 하는 아픔과 한이 담겨져 있었다.
끼가 넘쳐나는 연극 출연자 8명은 마지막으로 ‘빨간 구두 아가씨’ 노래를 공연하면서 커다란 박수갈채와 함께 ‘베를린의 빨간 구두’ 문화행사를 아름답게 마무리 했다.
김재신 대사와 부인 이종민 여사, 그리고 하성철 베를린 한인회장은 이날 행사에 참석한 교민들과 현지인들이 앉아있는 테이블마다 찾아가서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푸짐한 음식과 후식을 준비한 베를린 간호요원회 임원들의 열정적인 모습들은 아직도 젊고 아름다워 보였다. 유로저널 베를린 안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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