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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2013.09.24 04:22
하노버 한글학교 낭송회 및 추석행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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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버 한글학교 낭송회 및 추석행사 후기 (2013.9.20) 날씨가 을씨년스럽게 유달리 손이 시린 아침 일찍, 기차에 몸을 실었다. 예전과 같은 맥락의 행사인데, 전혀 다른 내 마음의 무게는...... 아마도 믿는 구석이 있기에 가벼워진 것은 아닐까?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행사 담당을 맡은 초등반 교사님의 육아휴직과 중등반 교사님의 사임으로 새로 부임하신 교사님들과 기존 교사님의 새로이 구성된 반편성으로 각 교사님들이 맡은 반을 진행하도록 했기에, 전혀 부담을 느낄 이유가 없는 것 같다. 차창 밖으로의 풍경은 가을이 성큼 내 앞에 온 것 같다. 가을 걷이 후 덮어 놓은 거름냄새가 역에 설 때마다 문이 열리고 닫히며 따라 들어 와 코를 자극시킨다. 그렇게 하노퍼역에 도착하여 기차를 내리니 수많은 여행객들 중에서도 수학여행 철이라 그런지 유난히 단체 학생들이 내 시야에 들어 온다. 멋모르고 따라 가지만, 세월이 지나면 그것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시간이란 것을 저 아이들은 알까? 막연히 그 시절 나의 추억을 떠올려 본다. 사색의 계절 가을이라 가능한 일이리라.
언제나 금요일이면 U-Bahn을 타고 한글학교로 향하는 것이 점점 빛바랜 사진 속의 추억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왠지 열정은 오간데 없고 습관적으로 다니고 있는 건 아닌지? 아이들에게 과연 필요한
존재인지? 이 모든 고민들도 추억이란 그 속으로 한 장, 한 장 넘겨지리라.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있다가 도착한 한글학교. 항상 일찍 오는 것도
이젠 버릇이 되어 긴 의자에 걸터 앉아 아이들을 기다린다. 잠시 졸았나 보다. 다니엘이랑 선민이가 엄마와 함께 들어서면서 평소와는 달리 씩씩하게 인사를 건넨다. 쑥스러워하던 아이가 먼저 인사를 건네고...정말 많이 자랐구나. 선민인 엄마의 짐들을 다 들고 동생 손을 꼭 잡고...참 착하다. 그 뒤를 이어 유치.초.중등반 세 분의
교사님이 함께 들어선다. 오늘 행사를 위한 전달사항 후에 각 반별로 1교시에 총연습 시간을 가지고 2교시......드디어 낭송회 막을 올렸다. 추석인사 주저리~ 한마디 후에 이고은 선생님 반주와 임하나 선생님과 박성실 선생님의 지도로 '어디서 귀뚜라미 울~고... , 살랑~ 가을바람 살랑 불어옵니다~.' 라는 가을정취가 흠뻑 젖은 노래를 아이들과 학부모님이 함께 불렀다.모두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으리라. 단독 진행자 없이 오늘은 반별로 선생님이 진행을 하면서 낭송회를 하기로 사전 이야기가 되었기에 먼저 유치반 차례로 다니엘.민서.민호와 동생 상기.이안과 동생 션. 마야와 킴 이렇게 모두 쭈뼛쭈뼛 하면서도 모두 앞으로 나와 선생님과 함께 율동과 더불어 추석에 딱 맞는 보름달 시를 두 번 낭송해 주었다. 씩씩하게 하는 친구도, 쑥스러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하는 친구도, 모두 자신들에게 있어서는 최선일 것임을 잘 알기에 고맙다. 다음은 초등반...이번에 초등학교 입학한 지수가 조금은 쑥스러운 듯...하지만 작년과는 달리 엄마 없이도 혼자서 암송한 시를 끝까지 잘 했고, 인우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이긴 한데 정말 당당하게 한 편의 시를 암송하고는 앵콜을 받아 살짝 준비 된 또 다른 한 편의 시를 암송한 후에 많은 박수를 받으며 활짝 미소 짓는 모습에 흐뭇하다. 중등반 차례...세 명의 아이들이 암송은 다 했는데 사정상 불참하여 유진이와 선민이가 제법 김나지움 학생들답게 의젓하고 당당함으로 시들을 암송하고 마지막으로 선생님과 함께 한 편의 시를 암송하였다. 난 그냥 낭송회를 생각했었는데, 아이들은 이렇게 내 생각을 뛰어 넘어 선생님들과 함께 암송회로 만들어 버렸다. 아이들의 무한한 능력을 잠재 속에 묻어 버리려고 했던 내가 살짝 부끄러운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고등반 차례... 특별히 올 해는 정해진 장르 없이 선생님 재량껏~이라는 자유 주제하에 준비된 낭송회라 우리 반은 짧은 수필을 준비했다. 그렇지만, 모두 고학년들이라 학교에서 실습을 나가고, 합창단 스케줄 등등으로 비록 낭송회에 참석은 못했지만, 글을 선택하여 중심내용 파악 후에 읽기연습에 돌입. 학부모님과 전교생 앞에서는 피아와 태우 외에는 실력을 보여줄 수 없었지만, 우리 반 내에서는 충분히 매 번마다의 연습이 낭송회 시간이었다. 태우는 '엄마 무릎' 이라는 정감있는 글로, 피아는 현대인들의 매말라가는 '마음'을 표현한 글로 그리고 중등교과서에서 찾아 낸 짧막한 글 한 편을 나의 마지막 차례로 낭송회를 모두 마쳤다.
저 쪽 교실에는 엄마들의 정성으로 준비 되어진 간식들이
언제나처럼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다. 아이들도 학부모님들도 모두 시장한 시간이라 모두들 맛나게 먹는 모습을
보니 행복하다. 올 해는 홀가분하게 초대손님 없이 가족끼리 추석을 보냈다. 가끔씩은 그렇게 해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위로를 하며 마지막으로 내 마음을 수고하는 모든 한글학교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에게 오늘
내가 낭송한 글 한 편을 여기에다 싣고 싶다. <당신이 있습니다> 나에게 비오는 날도 있지만, 내 비만 가려주는 당신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힘든 세상 살아간답니다. 언제나 고마워요, 나의 모든 사람들...... 잿빛 덮인 하멜른에서
하노버 한글학교 박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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