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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01 00:58
비엔나에서의 하룻밤
조회 수 3272 추천 수 0 댓글 0
지난 9월 21일 토요일 저녁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연주가 잡혀서 1박 2일로 다녀왔다. 처음 방문해본 오스트리아, 이번 오스트리아
연주가 잡혔을 때 꼭 가보고 싶은 도시가 있었다, 바로 짤즈부르크. 내 인생 최고의 영화 Best 3에 포함되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이 되는 곳으로, 영화에 등장하는 장소들을 꼭 가보고
싶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연주 장소인 비엔나에서
짤즈부르크는 제법 거리가 있었고, 여건 상 휴가를 아껴야 하는 상황이라 이번에는 그냥 비엔나에서만 하룻밤을
보냈다. 연주는 21일 토요일 저녁이었고,
비엔나에는 낮에 도착해서 연주 시간까지는 조금 여유가 있었기에 얼른 비엔나 시가지로 속성 관광에 나섰다.
먼저 비엔나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슈테판 성당(St. Stephen's Cathedral)을 찾았다. 건축된 지 무려 8백 년이나 된,
그리고 건축하는데 65년이나 걸렸다는 슈테판 성당은 비엔나의 상징이자 모짜르트의
결혼식과 장례식이 열린 등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명소다. 슈테판 성당의 그 웅장함도 인상깊었지만, 오랜 역사에서 우러나오는 까닭 모를 감동이 있었다. 아마도 전 세계에서 날마다 찾아오는 관광객들 역시 같은 이유로 비엔나를 방문하고, 슈테판 성당을 보러 오는 것이겠지. 우리 나라도 자꾸 재건축하고, 현대식 건물만
삐까뻔쩍하게 짓지 말고, 이렇게 유서 깊은 건물을 잘 보존해서 외국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만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에는 모짜르트 복장을 한 음악회 티켓 판매상들이 여럿 있었고, 상점에서는 모짜르트 브랜드의 초콜릿 등 온갖 모짜르트 기념품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문득 모짜르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아마데우스’의 마지막 장면, 즉 모짜르트의 그 초라한
장례식 장면이 떠올랐다. 정작 모짜르트는 그렇게 초라하게 세상을 떠났건만, 사람들은 그 모짜르트를 통해 이렇게 화려한 관광산업을 펼치고 있으니, 모짜르트가 하늘 나라에서
이 광경을 보면 무슨 기분이 들까? 오스트리아의 전통 음식을 검색해봤더니 얇고 평평한 돼지고기를 튀겨 흡사 돈까스와 유사한
슈니첼(Schnitzel)이라는 음식이란다. 마침 슈테판 성당 인근에 슈니첼로 아무 유명한 식당이 있어서 찾아가봤다. 제법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본점은 이미 예약이 꽉 찼고, 다행히 근처 분점에는 자리가 있어서 슈니첼을 맛볼 수 있었다. 오스트리아 전통 음식이라고 하니 경험 상 먹어본 것이지만, 사실 두 번 먹을 만큼 특별히 맛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식당 내부도 그렇게 특별한 것도 없고 화려한 것도 없었으나, 전 세계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이 이 곳에서 줄을 서서 슈니첼을 맛보는 이유는 역시 전통의 힘이었다. 이 식당은 무려 1905년도에 개점했다고 한다. 유행에 따라 불과 몇 달 사이에도 새로운 음식점이 생겼다가 사라지고, 수 많은 프랜차이즈가 범람하는 우리 나라에서도 이렇게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음식점이 나올 수 있을 지... 방문할 때마다 너무 빠른 속도로 바뀌어 있고, 갈수록 최첨단화만 되어가는 한국의 모습이 안타까워서인지, 나는 이렇게 그저 오래 보존된 것
만으로도 감동을 자아내고 관광객들을 불러모으는 유럽의 모습을 보면 자꾸만 고향 한국이 안타깝게 떠오른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슈테판 성당 앞으로 나와보니 재미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진동하는 말똥 냄새조차 유쾌할 수 있었던 마차 행렬과 그 옆에 택시 행렬, 둘 다 승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전통과 현재의 묘한 조화가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토요일 저녁 연주를 마치고, 다음 날 일요일에도
잠시 시간 여유가 생겨서 1721년에 지었다는 벨베데르(Belvedere) 궁전을 방문했는데,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 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화창한 하늘 아래 평화로운 궁전의 모습, 그리고 역시 너무나 평화로워 보이는 사람들, 그 속에서 나 또한 마음의 평화를 아주 잠시나마
만끽할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 어느새 비엔나에서의 하룻밤은 그렇게 추억으로 저물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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