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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정담(Fireside chat) 32       디지털 기술과 인문학 


누군가 말하기를 인류 최고의 발명은 디지털 기술이라고 한다. 그렇다! 디지털 기술은 정말 마술과도 같다. 


무형의 정보와 유형의 물질 세계를 넘나들며 우리의 시공간과 물질 개념을 바꿔 놓기도 한다. 


현대 철학자 베르나르 스티글레르는 디지털 환경이 문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를 고민하는 사람이다. 


2010년에 그는 철학 학교를 세우고 철학과 현대 기술의 양면성을 고민하며 인문학의 필요성을 설파한다.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을 무조건 좋아하거나 반대로 무조건 거부하기도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면서도 기술이 우리 생활을 바꾸고 감각을 바꾸는데도 인류는 그 새 기술들이 우리 인류 문명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인터넷이 보급된 뒤로 난독증 ( 읽기 장애 ) 인구가 적지않게 늘었다고 한다. 또 컴퓨터 앞에 앉아서 전자책을 읽을 때 인간의 두뇌는 게임을 할 때처럼 극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니콜라스 카는 십자풀이를 하면서 동시에 독서를 해 보라고 말한다. 인터넷에서 지적 활동을 할 때의 환경이 바로 그렇다는 것. 


매체와 매체를 연결하는 하이퍼미디어가 기억과 이헤력을 떨어뜨리며, 문서와 문서를 연결하는 링크가 학습을 방해한다는 조사결과도 많이 쏟아져 나왔다.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결과는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문제는 이 결과를 미리 생각하고, 대처하는 사람이 적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단지 현대기술이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렇게 막연한 얘기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인류미래를 생각하는 정치인이나 학자라면 좀 더 깊이 있는 분석과 판단을 내 놓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아뭏든 필자는 컴퓨터 블라인드이니 다른 미디어 기능은 전혀 사용할 줄은 모른다. 


그러니 내게는 최신기기가 모두  무용지물이다. 그래도 그나마 나의 아담이 내 전화기에다가 스카이폐니, 카카오 톡이니 하는 등등의 프로그램을 쎗팅해 주신 덕분에 지금도 이메일로 본 칼럼을 전송하는 중이다. 


다른 것은 다 잊어 버렸는데 카카오 톡이라는것이"공짜"로 통화 할 수 있다는 말만 귀에 익어서 전화를 좀 하려고 하니 도무지 불통이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업무상 필리핀 마닐라 주변도시인 안티폴로라는 곳에 와 있는데 와이파이가 잘 되지 않는 지역이란다. 


내가 머무르는 숙소는 마닐라 중심가에서 자동차로 40분 정도가 소요되는 지역으로 수려한 경관과 잘 다듬어 진 골프장 곁에 자리한 제법 우수한 (? ) 시설을 갖추려고 애쓴 흔적이 보이지만 역시 상업성을 띠고 있어서 써비스 측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다. 


마침 그 우기철이라서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부슬부슬한 빗속을 가르며 차창 밖에서 나의 시야를 메꾸는 것은 사리사리 스토어 ( 서민지역에 자리한 쬐끄만 가게를 필리핀 사람들이 칭하는 이름인데 아주 아주 쬐끄맣고 전력소모를 방지 하느라고 어둑컴컴하게 낮은 볼트의 전구를 사용하며 손님이 가게 안으로 들어 설 수도 없다. 


왜냐하면 이곳은 총기를 마음대로 휴대할 수가 있으므로 요렇게 쬐끄만 가게마져도 강도들이 와서 총을 겨누고 돈을 빼앗아 간단다. 그래서 가게문에는 감방보다 더 촘촘한 창살로 가려놓아서 겨우 사람들의 손이 하나 드나들 정도이다 



 60여년 전 어느날 장터 모퉁이에 쪼그리고 앉아서 또뽑기를 하던 필자의 어린시절과 친구들을 연상해 보았다. 그래도 그시절 우리는 깨끗한 옷과 예쁜 꽃무늬리번이 달린 고무신이라도 신었었건만 21세기 오늘 저렇게 초라한 모습도 있구나! 라는 상념에 잠시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차로 40분만 가면 ( 물론 버스로는 한시간 이상 거리지만. ) 


그들은 디지털문화와는 상관없이 살아 간다.  어쩌면 저들이 오히려 순수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외형으로 보이는 그들의 얼굴은 까맣게 그을려 있고 손발은 거칠고 입은 옷들은 남루하지만 그들의 웃는 눈망울은 푸르른 하늘보다 맑고 청명하다. 


인도하는 목사님께서 조그마한 초등학교를 안내 하셨는데 예정에 없던 갑작스런 방문에 빈손으로 찾아든 이방인에게 절하며 흔들어 주는 고사리 같은 손길들을 그냥 돌아아서기가 미안해서 어린이 한명과 손가락을 걸고 손바닥에 싸인하고 다음에는 선생님이 재미난 이야기 보따리와 쬐끄만 초콜릿을 반드시 갖고 오겠노라고 약속하고 하늘이 내게 건강을 꼭 주셔서 어린 당신의 자녀들과의 약속을 필자로 하여금 지킬 수 있게 하여 주십시오라는 기도를 하며 어린 별들과의 작별을 하였다.


겉보기에는 조금은 덜 개발되고현대문명에 뒤진것 같으나 그들의 그 웃음 만큼은 디지털 기술로도 만들어 지거나 조정할 수 없는 해맑은 순수 그 자체가 아닌가? 


문명의 이기에 때묻지 아니한  그러한 사람들!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복된 삶을 살고 있는 자들이라고 생각도 해 본다.  그러고보니 필자도 조금은 순수하고 복된 사람인 것 같다. 왜냐하면 나도 컴맹에다가 미디어 기술이 없으니까  말이다.  금년 초에 옥스퍼드 인류 미래연구소가 펴낸  "현존 위험 순위 보고서"에 의하면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 최대 위험은 과학기술 이라고 말했다. 


기술 발달은 눈부시지만 그 결과를 이해하고 제어할 인류의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 


연구소의 보스트롬 소장은 현 시점이 " 새 인류 역사에 돌입하는 병목이며 이 같은 위기를 공상과학 소설이나 종말론과 같은 술집 잡담꺼리로 여기지 않고 진지하게 고민할 때 해법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의 결과를 알고 제어하는 힘은 인문학에서 나온다. 과학은 사람의 운명이나 과학 자신의 방향을 성챃하지는 않지만 인문학은 사람의 가치를 생각하며, 사람에 대한 사랑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이때 기술의 의미를 곱씹는 인문학은 융합적 인문학일 것이다. 


요즘 들어 융합은 창조와 연결되고,  창조는 경제적 생산과 연결되는 경향이 늘어난다. 하지만 융합의 또다른 축은 총체적 총체적 성찰이다. 창조의 가치와 방향을 살피는 통찰이라고 할까? 


총체적 성찰은 "책읽기는 좋은 것, 인터넷은 나쁜 것"이라는 이분법을 능가하는 것이어야 한다. 


에디슨, 아인슈타인,  로뎅 같은 사람들이 난독증을 겪은 사람들이다. 


난독증 환자들은 트랜드를 예측하고 복잡한 현상 속에서 패턴을 읽어내며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사고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난독증을 발생시키는 디지털 문명은 이런 능력을 발전시킨다고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전국의 모든 학교를 스마트 교실로 바꾸기 보다는 돌발적 창의성 계발에는 컴퓨터를 사용하고 오직"책읽는 뇌"를 통해서만 전해지는 지적유산의 전승에는 책과 공책을 이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융합적 인문학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현재 인류가 가진 것을 재점검하고 앞으로 보전해야 할 것을 성찰하고 새로운 지식을 조직하는 패러다임 속에서 기술을 배치하는 인문학의 탄생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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