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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2013.10.07 21:13

과거사 청산 외면하는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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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청산 외면하는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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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977년, 아돌포 수아레스 대통령과 푸엔테스 이 구티에레스 메야도 부통령이 스페인
하원에서 사면법이 통과된 후 일어나 박수를 치고 있다.>

내전 및 독재시기에 자행되었던 전쟁범죄와 인권유린을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스페인 정부가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1977년에 사면법이 발효되어 좌우에 관계없이 모든 전범 및 정치범들에 대한 면책이 이루어져 사법처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하지만 유엔을 비롯한 인권기구와 일부 법률가들이 나서서 인권유린을 수사하는 데에는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사면법의 효력을 중지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현재 스페인에 거주하고 있는 4인의 용의자에 대한 기소가 아르헨티나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마리아 세르비니 데 쿠브리아 판사는 스페인의 희생자 유족들이 아르헨티나 대사관에 용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자 이를 받아들였다. 이는 1998년 칠레의 독재자 피노체트가 영국에 머무르고 있을 동안 구속영장을 발부하여 그를 스페인 법정에 세워 단죄하고자 했던 발타사르 가르손 판사와 비슷한 형국이다. “보편적 정의”의 원칙에 따라, 인권을 침해한 사례에 대해서는 국경을 막론하고 조사와 재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에 따른 것이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 지 10월 5일자 보도에 따르면, 쿠브리아 판사는 인터폴과 연계하여 스페인 측에 4인을 체포하고 아르헨티나로 소환하는데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통상적으로 인터폴이 관계되는 사건의 경우, 몇 시간 안에 신속한 처리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영장이 발부된 지 18일이 지난 후에도 스페인 법원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미 구속대상인 4인 중 2인이 사망한 상태이고, 나머지 2인의 경우 거주지가 명확하므로 체포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스페인 법원은 아르헨티나에서 범죄자 인도에 필요한 모든 서류를 보내기 전까지는 시간을 끌 것이며, 서류가 도착한다 해도 사면법을 근거로 범죄자 인도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유엔 또한 스페인을 압박하고 있다. 1992년 유엔은 국가의 폭력 아래 시민들이 실종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의 선언을 발표했고, 이 선언은 2009년 스페인에서도 인준된다. 따라서 스페인은 그동안 사면법의 그늘 속에 침묵해왔던 입을 열고 여전히 살아있는 용의자들을 조사해야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유엔의 주장이다.

스페인 정치권에서는 좌우를 막론하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스페인에 있어 사면법은 좌우대립으로 빚어진, 피로 물든 내전을 극복하기 위한 “화해”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고 과거의 과오를 다시 따지기 시작한다면 아물고 있던 좌우갈등의 골이 다시 깊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희생자의 유족들이 기소근거로 제출한 2000건의 증언들은 “화해”는 과연 누구의 것이었고,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또한, 스페인이 아닌 아르헨티나에 문제의 해결을 요청했다는 것은, 과거사 청산이 국내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피노체트를 단죄하고자 했던 스페인 판사 가르손의 시도가 결국 실패로 막을 내렸지만 칠레 독재에 대한 청산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음을 다시 환기시켰듯, 이번 사건으로 인해 스페인의 과거청산 문제가 다시금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스페인 유로저널 최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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