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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전범 장례식, 비밀리에 치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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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전(前) 나치 장교 에리히 프리브케가 1995년 아르헨티나에서 
이탈리아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지난 10월 11일, 나치전범 에리히 프리브케(Erich Priebke)가 100세를 일기로 로마에서 사망했다. 

그의 장례식을 치르는 것은 유럽을 넘어서 전 세계적으로 민감한 일이기 때문에, 유족과 이탈리아 정부는 이의 처리를 놓고 논의를 계속해왔다. 합의결과, 프리브케의 장례식은 비밀리에, 비공개 장소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 지의 10월 19일자 보도에 따르면, 에리히 프리브케는 나치 친위대로 활동했으며 1944년, 로마에서 335명의 민간인을 희생시킨 “아드레아티나 학살”에 책임이 있는 인물이다. 그의 변호사인 지아치니는 “이미 과거사 문제는 해결되었다”라며 더 이상 그를 나치와 관계 짓지 말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프리브케는 죽기 며칠 전 촬영된 인터뷰 영상에서 1944년 3월 24일에 일어난 그 학살에 참여한 것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했다. 이탈리아인들에 대한 학살은, 비아 라세야에서 나치 장교 33명을 살해한 이탈리아 게릴라들에 대한 복수였다는 것이다. 그는 용서를 구하지 않았다

그는. “(학살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거부할 수 없었어요. 그건 히틀러의 명령이었습니다. [...] 이탈리아 게릴라들의 습격은 계획적이었습니다. 우리의 복수를 유도함으로써 로마 시민들 사이에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혁명의 기운을 북돋기 위한 전략이었어요. 로마에 있는 나치군의 지휘를 맡았던 라이너 장군은 도시의 모든 벽에다가 독일인들을 공격하면 즉시 이탈리아인들에게 복수를 할 것이라는 경고문을 써 놓았었습니다. 공산주의자들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면서도 일부러 그랬던 겁니다.”고 변명했다.

프리브케의 시신이 묻힐 장소는 로마가 아닌 이탈리아 혹은 독일의 모처가 될 것이다. 지난 15일 프리브케의 장례식이 로마에서 치러지려하자 시민들이 길거리로 나와 이를 막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법정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은 그가 가택연금상태로 지내던 로마이지만, 그의 시신까지 받아주지는 않았다.

그의 친구이자 변호사인 파올로 지아치니는 프리브케가 종신형을 선고받고 난 후 개인적으로 희생자의 유족들을 찾아가서 용서를 빌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상이 공개된 뒤 그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르데아티나의 “사형 집행인” 프리브케는 한 세기를 살았지만, 결코 뉘우치지 않았다.

스페인 유로저널 최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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