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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진 원화강세 한국경제 위협, 불과 5 개월만에 8.5% 상승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로 외화공급이 늘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원화 강세로 인해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가 위협받고 있다.
원화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중 달러당 1,150원대였던 원화는 7월부터 강세기조로 전환되어 정책당국이 급히 구두개입과 시장개입에 나섰지만 11월 26일 현재 1061원을 기록해 불과 5개월만에 8.5% 상승해 수출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특히,원화는 하반기 중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주요 통화 중 가장 큰 폭으로 절상되었다. 최근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유럽 지역의 통화가 대부분 상승세였지만  61개 통화 중에서 원화의 절상 폭이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다. 

원화강세의 기본 배경은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기본 배경은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로 외화공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9월까지 경상수지 흑자는 488억달러에 달해 이미 지난해 전체 흑자 규모인 431억달러를 넘어섰다. 연간으로는 66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어 경상GDP 대비로는 5%를 넘어 2000년대 이후 최대 규모다.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통관기준 수출이 1.3% 늘어나고 수입은 -1.9%의 마이너스 증가세를 보이면서 상품수지는 418억달러의 대규모 흑자를 보이고 있다. 만성적인 적자 상태였던 서비스수지가 지난해에 이어 흑자를 보이고 있는 것도 경상수지 흑자를 늘리는 요인이다. 서비스수지는 9월까지 흑자 규모가 46억달러로 지난해의 27억달러를 웃돌고 있다. 

대규모 건설서비스 흑자가 유지되고 있는 데다, 사업서비스 적자 폭도 지난해의 153억달러에서 올해는 9월까지 50억달러로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이후 지속되고 있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는 수출입이 동반 부진하면서 나타나고 있는 불황형 흑자 성격이 짙다. 원자재가격 안정도 수입 억제를 통해 경상수지 흑자 확대에 기여한 요인이다. 최근 수출과 더불어 수입도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단기간 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크게 줄어들기는 어려워 보인다. 내년에도 400억달러 이상의 흑자가 예상된다.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이 원화강세 가속  

올 상반기중에는 연초 불거진 북핵 리스크, 3월의 키프러스 사태와 더불어 뱅가드펀드의 벤치마크 지수 변경에 따른 영향 등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면서 원화가 절하 추세를 보였었다.
특히 5~6월에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자금유출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7월부터 외국인투자자금의 흐름이 크게 바뀌어 외국인투자자들이 7월 이후 4개월째 대규모 순매수 추세를 유지하면서 그 규모가 7월과 8월에 각각 1조3,480억원, 1조5,240억원에 불과했으나 9월에는 무려 8조3,320억원으로 급증했다. 10월에도 9월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5조원 넘는 순매수를 유지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이 오히려 국내주식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양적완화 축소는 미국의 경기회복을 반영하는 것이어서 우리 수출여건 개선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취약 신흥국의 경제불안에 따라 우리나라가 상대적 수혜를 본 측면도 있다. 여타 신흥국들은 구조적인 성장세 둔화와 함께 경상수지 적자, 고물가 등에 시달리면서 금융불안 가능성이 높은데 비해 국내경제는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외환부문의 안정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내년 달러당 1,000원대 초반까지 절상 가능 

향후에도 원화절상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원화의 저평가 상태로 인해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절상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책당국의 환율안정 의지도 단기적으로 환율의 향방을 좌우할 주요 변수이다. 일단 정책당국은 달러당 1,050원선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를 내비쳤다. 외환시장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에서 환율에 대한 외환당국의 영향력은 클 수밖에 없다. 최근처럼 대규모 자본 유입에 의해 통화가치가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한 시장개입은 달러화 매입을 통해 외환보유액 증가로 이어진다.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외화보유액을 푸는 것에 비해 정책적 부담이 덜 하기때문이다. 
다만 눈에 뜨일 정도로 자주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기가 쉽지는 않다는 점이 변수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원화절상을 억제하려 한다는 해외의 시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적극적인 외환시장 개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책당국이 원화절상 추세 자체를 바꾸기는 어려워 원화절상 속도를 늦추는 정도의 효과가 예상될 뿐이다. 단기적으로 올해 중에 달러당 1,050원선을 지킬 수 있더라도 내년에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내년에도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함께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외국인 자금의 국내유입을 억제할 요인이지만 경기회복 및 여타 신흥국과 차별화된 경제건전성으로 인해 외국인 투자 유인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정책당국의 환율안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화절상 압력을 완전 해소하기는 어려워 내년에는 원화가 달러당 1,000원대 초반 수준까지 절상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화 10% 절상되면 수출 5% 감소


현재 우리나라 경제여건을 고려해볼 때 원화절상이 가속되거나 추세가 장기화될 경우 실물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과거보다 훨씬 클 것으로 전망된다.우리나라가 뚜렷한 제품경쟁력 우위를 가지지 못하고 있는 산업일수록 가격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큰 것으로 보인다. 섬유 및 의복의 경우 그동안 개도국에 대한 가격경쟁력 약세와 해외기지 이전으로 수출이 계속 줄어들었으나 2008년 이후의 원화환율 급등에 힘입어 플러스 증가세로 돌아선 바 있다. 향후 원화가 다시 절상기조를 보일 경우 수출부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된다. 
원화절상에 따른 효과는 농축수산물 등 1차 산품과 섬유의복 부문에서 높게 나타나 원화 10% 절상시 수출감소 효과가 8%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금속도 최근 세계적인 공급확대로 가격경쟁이 치열해지고 기업수익성도 낮아진 상황에서 원화절상에도 불구하고 단가를 추가적으로 낮추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전자, 자동차, 기계류 등 우리 주력 수출부문도 원화환율 변화 대비 수출 탄력성이 0.3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적 흑자축소 대책 필요 

앞으로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되는 한, 시장개입은 점차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10월말 발표된 미 재무부의 환율보고서에서도 ‘한국 금융당국에 대해 시장 혼란의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환시장 개입을 제한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IMF나 미국 등에서는 원화가 아직 저평가 상태이며 3,369억달러(9월말 기준)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도 이미 적정수준을 초과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외부의 시각을 고려하면 이제 빈번하고 지속적인 외환시장 개입은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원화 절상을 막기위해서는 해외 대규모 자본 유입을 억제하는 것과 함께 " 규제완화와 인프라 확충을 통해 내수부문에서의 수요창출력을 높여 잠재적인 성장능력을 증가시키고 빠른 원화절상을 막아야한다.특히 내수시장에서 대외개방도를 높여 수출과 수입의 균형있는 증가를 도모하고 경상수지 흑자가 과도하게 누적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또한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 지속으로 제조업이 공동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내투자 여건을 가시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국 유로저널 이준동 기자
   eurojournal10@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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