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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17 02:04
올해의 마지막 이야기
조회 수 1656 추천 수 0 댓글 0
아직 12월이 절반 가량 남았지만 다음 주에는 성탄절 연휴 기간이라 신문이 발행되지 않고, 그 다음 신문은 1월에 발행되니, 결국 오늘의 이야기가 지면 신문으로 인쇄되어 나가는 것으로는 올해의 마지막 이야기가 되는 셈입니다. 한 달에 네 편의 이야기를 작성하는 것이니 지난 한 해 동안 마흔 여섯 편의 ‘서른 즈음에’를 작성했네요. 약 600자 정도 되는 이 공간을 통해 무슨 이야기들을 그렇게 흘려보내 왔는지, 어떤 주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600자로는 부족할 때도 있었고, 또 어떤 주에는 도무지 쓸 이야기가 없어서 그야말로 쥐어 짜내듯 글을 쓴 적도 있습니다. 어찌되었건 그렇게 매주마다 한 편의 이야기를 쓰다보니 어느새 이렇게 한 해의 끝자락에 도착해 있네요. 그렇게 한 해의 끝자락을 보내며 참 많은 생각이 드는 요즈음입니다만, 그 중에서도 내가 어떤 가치관으로 사는 사람인지, 내가 무엇을 위해 사는 사람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됩니다. 저라는 사람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서 과연 나는 무엇을 중시하는지, 무엇을 행복해 하는지 유심히 돌아보니, 저는 ‘행복한 순간을 경험’하기 위해 사는 사람인 것 같더군요. 보통 ‘연봉’이나 ‘승진’과 같은 것들을 위해 살아가고 있을 제 또래 평범한 남성들에 비해서는 제가 조금 철이 없는 것 같습니다만. 사실, 저에게도 올 한 해 동안 쥐꼬리 만큼이지만 어쨌든 연봉 인상도 있었고 승진도 있었습니다만, 그것들을 위해 살았던 순간도 없었고, 그것들이 별 행복을 가져다 주지도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만약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꼭 다시 돌아가고픈 순간들은 새로운 장소에 가 보고, 새로운 좋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그들과 소통하고 교감했던 순간들입니다. 큰 무대건 작은 무대건 무대에서 관객분들께 나의 이야기를 들려드렸던 그 순간들도 어찌나 행복했던지, 마치 꿈나라를 다녀온 듯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돈 주고도 할 수 없는 그런 경험들, 그런 새로운 경험들을 통해 살아있음에 감사할 수 있었고, 너무나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왜 영국에서 사냐는 질문을 종종 받곤 합니다. 특히, 영국에 갓 도착한 젊은이들은 벌써 10년 가까이 영국에서 살고 있는 제가 왜 영국에서 사는 지 무척이나 궁금한지 꼭 이 질문을 합니다. 한국에서보다 큰 돈을 벌거나 대단한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도 아니고, 아니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보다 더 구질구질하게 사는 면도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떠나서 늘 그리움에 허덕이고, 영국에서 산다는 것 만으로도 의도하지 않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아픔과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왜 영국에서 사는 지 저 자신에게 질문해 보았더니 제 대답은 ‘한국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경험들을 영국에서 할 수 있기 때문’이더군요. 그 경험은 단순히 어떤 유럽 국가를 방문해 보았거나, 아니면 유럽에서 누군가를 만날 수 있었거나 하는 차원도 있지만, 정신적인 혹은 정서적인 경험도 포함됩니다. 자연과 세상을 바라보며, 사람들과 삶을 바라보며, 그것들을 통한 정신적인 혹은 정서적인 경험 말이죠. 세상을 바라보고 사람들을 바라보면 물론 좋은 점들도 많고 좋은 사람들도 많지만 참 어둡고 어지러운 세상이며, 사람들이 두렵기도 하고 실망스럽기도 할 때가 많습니다. 세상은 점점 발전하는 것 같으면서도 우리들의 영혼은 오히려 지난 과거에 더 행복했던 듯, 그야말로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참 살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심지어 앞으로는 더 살기 어려워질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어두워 보이는 세상을 환하게 덮고도 남을 찬란한 빛이, 그리고 사람들을 더욱 용서하고 더욱 사랑할 수 있는 따스한 빛이 우리 모두의 마음에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2013년, 지난 한 해 동안 너무나 고통스럽고 가슴 아팠던 순간들도 다행히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고, 마찬가지로 지난 한 해 동안 너무나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들 역시 아쉽게도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렇게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2013년에 따스한 작별 인사를 건네고, 이제 새롭게 찾아오는 2014년을 희망차게 맞이할 준비를 하면서 남은 2013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서른 즈음에’를 단 한 줄이라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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