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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의  영국 시사 이야기 (4)
자신의 밥그릇도 못 챙기는 사람들

스타벅스가 영국에서 사업을 한다. 2012년에는 4억 파운드의 매출을 올렸다. 그런데 손해를 봤다고 세무신고를 하고 법인세를 내지 않았다. 하원의원들이 이를 문제 삼고 BBC가 취재를 했다. 여론을 의식한 스타벅스는 2013년 말 5백판 파운드의 법인세를 내고, 곧 이어 5백만 파운드의 법인세를 추가로 내겠다고 발표했다. 

영국 스타벅스는 회사의 상당한 매출액을 독일 자매회사에 로열티 명목으로 보내 비용으로 처리했다. 또한 스위스 자매회사에서 커피 콩을 구매하면서 비싸게 지불했다. 그리고 아주 비싼 이자를 지불하고 여러 나라의 스타벅스 자매회사들에게서 돈을 빌렸다. 그렇게 비용과 이자로 이익금을 처리하고서는 “매년 손해를 보고 있다”며 지난 4년 동안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리치몬드에는 많은 카페들이 있다. 전통을 자랑하는 리치몬드의 카페들은 동네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한다. 아침에는 동네 노인들이 티 한잔과 비스킷 몇 조각을 앞에 놓고 이웃사람들과 이야기 꽃을 피운다. 오후가 되면 학교에서 애들을 데리고 온 아주머니들이 애들에게는 샌드위치를, 자신들은 티 한잔에 머핀 한 조각으로 허기를 때우고 애들과 학교생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는 그들이 돌아가면 직장에서 돌아온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들러 커피 한잔에 간식을 먹으며 수다를 떤다. 그리고 저녁 무렵에는 모두 돌아간다. 동네 소식은 카페에서 듣는다. 

그런 리치몬드의 카페가 어렵다. 다국적 기업인 스타벅스는 막강한 자본으로 좋은 위치에 있는 건물을 비싼 임대료로 싹쓸이를 하고 있지만 이들 카페는 올려달라는 임대료를 지불할 수가 없다. 스타벅스는 최소임금에 젊은 동유럽 사람들을 고용하지만 카페들은 주인 부부가 직접 일을 한다. 그런데도 최소 임금도 안 되는 수입으로 전락했다. 카운슬 세금도 얼마나 비싼지 도저히 다국적 기업들과 어깨를 같이 할 수 없다. 그렇게 리치몬드의 카페들은 문을 닫아가고 있었다. 주민들은 자신들의 사랑방이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했었다. 

젊은이들이 모여들고, 고성과 싸움이 발생하고, 높은 건물들이 세워지고, 다국적 기업이 적절히 세금을 조절하면서 세수가 줄어들고, 카페들이 문을 닫으면서 지방 세수는 더 줄어들었다. 결과, 지방세율이 올랐다. 주민들이 지방정부의 시의회 의원들에게 질의서를 보냈다. 당신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계속 카페가 문을 닫고 있는데 당신들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하겠냐고. 

정치란 이렇게 자신의 삶에 대한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다. 주민의 삶을 책임지지 않는 대표는 필요 없으니 낙선을 시키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자신들의 삶을 같이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고, 그 해결을 위하여 행동하는 나의 대표들을 찾는 것이다.

표를 의식한 자유민주당 의회의원, 유럽의회 의원, 시의회 의원, 의원 후보들이 머리를 맞대고 일을 했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은 안을 만들어 실행에 옮겼다.
- 모든 사업체의 National Insurance 지불을 2,000 파운드씩 줄인다.  
- 21세 이하 직원을 고용하는 경우, 사업주가 지불해야 하는 National Insurance를 없앤다. 
- 다국적 기업이 법인세를 회피하지 못하게 한다. 
- 소규모 사업체의 Business Rate 감면을 연장한다.
- 50,000파운드 이하의 Business Rate를 내는 기업에게 1,000 파운드를 추가 감면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안을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 더 많은 소규모 가게들이 Business Rate 감면을 받을 수 있도록 감면 대상을 넓힌다.
- 지역 특성을 무시한 가게들,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 운영하는 가게들이 들어서는 것을 카운슬이 거절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한다.  

특히 트위컨험, 리치몬드의 자유민주당 후보들은, 
- 카페와 같은 가게들 앞에 더 많은 벤치들을 설치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도록, 이웃과 함께하는 거리를 만든다.
- 보행자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더 쉽게 다닐 수 있도록 인도와 자건거 도로의 폭을 더 넓힌다. 
-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가게들을 찾을 수 있도록 무료주차 공간을 더 확보하고, 무료주차 시간을 더 연장하도록 한다.

우리는 불만이 있어도 애써 무시한다. 군림하는 정치인들이 선거 때만 되면 고개를 숙이고 악수를 하자고 한다. 그리고 온갖 감언이설로 표를 구걸하고, 선거가 끝나면 끝이다. 문제가 있어 찾아가면 청탁하지 말라고 한다. 정치인이 왜 있는 건가? 왜 정치를 해야 하는가? 무엇이 청탁이란 말인가?

그러나 영국 정치인들은 군림하지 않는다. 그들은 지역 주민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주면 감사히 그 아이디어를 모아 역점 사업을 선정한다. 그리고 선거 전에 발표한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그 발표한 역점사업을 얼마나 성실히 실행하느냐를 지켜본다. 뿐만 아니다. 평소에도 문제가 발생하면 진지하게 의견을 전한다. 그리고 결과를 꼭 확인한다. 내 삶을 무시하는 정치인은 나도 무시한다. 절대 그들에게 투표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의 의견을 들어주고, 고쳐주고, 입법해서 관철시켜주는 사람에게는 열렬한 지지를 보낸다. 그리고 그들이 나를 위하여 계속 일을 하도록 요구를 한다.

그것도 모자라면 아예 출마를 한다. 지방의회 의원으로 출마하는 것은 본인의 열심으로 할 수 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사업을 하면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내 삶이다. 내 삶을 남의 손에 맡기는 바보는 말 할 권리조차 없다고 생각한다. 입을 주고 표를 줬는데도 이를 행사하지 못하면서 뒤에서 중얼거리는 사람들은 자신의 밥그릇도 지키지 못하는 바보들이라는 것이다. 

한인사회에서는 많은 단체들이 있다. 대표를 뽑고 의견을 내는 것 하나 하나가 정치적인 활동이다. 그런 정치적인 활동의 목적은 무엇인가? 친목과 화합? 한인들의 권익과 생존? 정치적인 활동의 목적은 우리의 밥그릇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이다. 자격 없는 단체는 없애고, 능력 없는 대표는 선출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이익을 위하여 지역 정치인들과 협상해 본 일이 있는가? 중국인들도 그렇게 하고, 일본인들도 그렇게 하고, 태국인들도 그렇게 하고 있다. 혹 우리는 골프에 취하고 술과 음식에 취한 것은 아닌가?  

눈 앞에 있는 자신의 밥그릇도 못 챙기는 사람들, 그들 대부분은 “난 정치 따위에는 관심이 없어”라고 말하면서 스스로 위안을 찾는다. 빼앗겨보라. 빼앗는 자들의 탐욕은 끝이 없어 결국 당신의 주머니를 탈탈 털어갈 수도 있다. 그런 일을 당하기 전에 올바른 지도자를 뽑고 그들을 내세워 내 가족을 위한 밥그릇을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무관심과 방관은 내 가족조차 지키지 못하는 아주 비겁한 행동인 것이다.   

김인수 (영국이름 Andrew King)
Andrew Law Consultancy Ltd.
law999uk@gmail.com
07915-863-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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