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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동북아 신경쟁체제에 나라안 정쟁은 부질없다

다보스 포럼이 지난주에 있었다. 평소 같으면 경제 이슈에 밀려 큰 시선을 끌지 못했을 동아시아의 복잡한 정치·군사적 
대결 구도가 다보스 포럼장에서 극명하게 부각됐다. 

히 일본 아베 정권의 '적극적 평화주의'가 사실은 '공격적 민족주의'라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또한 최근 일본 지도부의 행태는 2차 대전 이후의 전후 체제를 부정하는 대단히 모험주의적이고 위험한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는 의심들이 커져 갔다.

일본 지도부의 퇴행적 행태와 역사 인식에 대한 우려는 동아시아 국가들에게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지난주 다보스에서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참배를 계속할 것이다"  "야스쿠니에는 전범이 아닌 전쟁 희생자들의 넋이 모셔져 있다"는 궤변을 내놓고 중국과 일본 간의 우발적 무력 충돌 가능성을 1차 세계대전 전의 영·독 관계에 비유한 것은 우려의 수준을 더 높였다.

아베의 이번 발언의 후폭풍은 간단치 않을 것이다. 

특히 우발적 전쟁도 가능하다는 발언은 동북아 안보구도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안보구도의 경직화 및 군비경쟁을 자극할 것이다. 아베의 이번 발언은 국제사회의 싱크탱크적 역할을 하는 포럼장에서 나왔기 때문에 반발도 한·중·일 3국을 넘어서 국제적일 것이다. 

당장 미국과 영국의 대표적 언론이 이를 비판하고 나왔고 미국 정부의 움직임도 심상치가 않다. 이미 미국은 공개·비공개적으로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가 아베에게 2차 세계대전에 대한 과거의 사과를 다시 재확인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월
스트리트 저널은 23일 자로 전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도 24일 사설을 통해 아베의 발언을 "불안을 부추기는 무책임한 행동"이며 "오싹하고 선동적인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학계 일각에서도 일본의 도발적 행태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형성된 종전체제에 대한 도전이라며 미국도 이 문제에 있어 일본을 확실히 압박해야 한다는 의견들을 제시한 바 있다.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갈등과 긴장, 그리고 경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동북아시아에서 5000년 이상의 역사와 만만치 않은 인구 그리고 산업 생산 능력을 갖춘 3국은 아시아뿐 아니라 현대 산업, 문명세계의 주요한 행위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베이징 한중 정상회담에서 서해를 ‘평화협력 우호의 바다’로 만들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중국은 반년도 안 돼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일방 선포했다. 

강자가 약자를 겁주어 굴복시키겠다는 힘의 외교가 올해는 더욱 거친 영토분쟁을 촉발할 수도 있다.

3국의 역사는 물고 물린다. 상호의존과 경쟁의 분위기가 공존한다. 그러다 보니 패권적 구도에 대한 유혹이 있다. 

론 협력과 화해의 분위기가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분위기도 있다. 실제로 이러한 화해와 협력 그리고 미래지향적 세계
관이 동아시아의 비약적 성장과 번영을 가능케 했다.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이 지속할 수 있게 하려면 3국 관계를 협력과 미래지향적 구도 속에서 진취적으로 끌고 가는 리더
십이 필요하다. 

공격적 민족주의와 영토 회복주의와 같은 퇴영적 세계관의 유혹을 뿌리쳐야 하며 공존과 번영이 아닌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는 지도자를 거부해야 한다.

동북아 3국의 대립과 경직된 안보구도의 지속은 한반도 특히 한국의 외교·안보적 입지의 축소를 가져올 수도 있다.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은 이러한 상황을 하루빨리 변화시켜 평화와 협력, 미래지향적 상호의존 구도의 유용성을 강화해야 한다. 

사안에 따라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따질 것은 따지면서 대화의 물꼬를 트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 한·중·일, 한·미·일, 한국과 미국, 러시아 그리고 한국과 미국, 중국의 협력 구도를 사안에 따라 활용하는 
유연한 전방위적 외교를 전개해야만 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같은 경제통합이 속도를 낸다면, 동북아는 유럽
을 능가하는 협력의 장으로 전환할 수 있다. 

유럽 강대국 틈새에 경상남북도만 한 크기로 끼어있는 벨기에가 강대국의 침략을 받지 않기 위해 EU 본부를 유치하고, 강소국으로 거듭난 경험을 배울 만하다.

엄혹한 동북아 정세 속에 나라 안의 정쟁은 부질없다.

굳건한 한미동맹과 전략적 협력동반자로서의 긴밀한 한중관계 위에서 대한민국의 미래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여야가 손을 맞잡아야만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다.

935-사설 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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