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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3 18:52
내일 떠나보낼 것처럼 사랑하라
조회 수 1827 추천 수 0 댓글 0
이번 부산외대 신입생환영회에서의 붕괴사고 소식을 접하고서 아직도 우리 나라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에 너무나
화가 났고, 한 편으로는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젊은이들과 또 그들의 부모님들의 심정을 떠올리니 너무나 슬프고 안타까웠다. 급기야는 21일 있었던 희생자들의 합동 영결식 현장을 취재한 기사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해서 아버지에게 선물을 꼭 사드리겠다는 딸의 생일축하 편지가 딸이 아버지에게 보내는 살아 생전의
마지막 인사가 되어 영결식장에서 낭독될 때 그 아버지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작별한다는 것은 어떤 것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이며 세상을 사는 동안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상실감일 것이다. 더구나 그것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한 순간에 벌어진 것이라면. 그런 상상을 했다. 아버지에게 선물을 사주고 싶다는 딸의 편지를 받은 아버지처럼 부모들은 자식들의 착한 모습들이
떠올라 가슴이 미어질 것이고, 또 그런 자식에게 상처를 주거나 싫은 소리를 했던 것도 떠올라 더욱 가슴이
아플 것이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자식들 역시 죽음에 직면하는 그 순간에는 부모님이 떠올랐을 것이고, 비록 찰나의
순간이었을지언정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부모님의 사랑과 또 동시에 자신들이 부모님께 잘못했던 것이 떠올랐을 것 같다. 이런 걱정도 들었다, 혹시 그 신입생 환영회를 떠나기 전 집을 나서는 자식에게 싫은 소리를 했던 부모가
있었거나, 아니면 부모님께 무언가 잘못을 저지르고 집을 떠난 자식이 있었으면 어쩌나 하는. 즉, 서로 간에 약간이라도 안 좋은 감정 상태에서 마지막 모습을 남긴 것이라면,
그래서 미처 미안하다는 말도 못 하고, 아주 잠시 동안의 미움이나 갈등이 있었을지언정
그보다 수만 배는 더 큰 서로 간의 사랑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렇게 전혀 예상치도 못한 영원한 작별을 맞이한 것이라면... 바라기는 부디 그들은 절대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작별했길 바래본다. 그래서,
떠나는 이도, 보내는 이도, 비록 감당할 수
없는 슬픈 작별이었을지언정, 그래도 서로 너무 미안해 하는 상태에서 작별한 것은 아니었길 바라며,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때로는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처를 입기도 하며, 화를 내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며, 서운해 하기도 하고 원망도 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면서 동시에 용서를 구하고, 또 상대방을 용서하면서, 그리고 화해하고, 용납하면서 결국은 사랑이라는 큰 틀 안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막상 그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하고 나면 상대방이 나에게 잘해준 것, 그리고 내가 상대방에게 잘못한 것만 떠오르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노년이 되고 병환이 들어 어느 정도는 작별을 예상하는 상태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작별을 한다. 그렇게 작별을 예상하고 준비하는 동안의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참 감사한 일이고 축복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 시간을 통해 우리는 지난 날 미처 나누지 못한 사랑을 충분히 나누고 사랑을 표현하면서, 또 미안한 일이
있었다면 사과하고 용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볼 수 있다. 물론, 그럼에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영원한 작별은 여전히 너무나도 슬픈 일이겠지만,
적어도 가슴에 처절한 후회나 한이 맺힌 상태에서의 작별은 아닐 테니 그것은 분명 감사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렇게 상대방에 대한 사랑을 충분히 표현하고 전달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리고 상대방에게 충분히 용서를 구하고 또 용서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래서 사랑한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 용서해달라는 말을 충분히 하지 못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작별을 하게 되어 그런 말들을 할 기회가 한 순간에 영원히 사라져 버린다면 너무나 슬픈 일일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싫은 말도 하고, 이런 저런 형태로 상처를 입히는 것은 어쩌면 우리는 나중에
언제든 그것에 대해 사과하고, 화해하고, 그것을 되돌릴 기회가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인 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작별은 아무런 예고 없이 찾아오기도 한다는 것을 늘 명심해야 한다.
사랑한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을 할 기회가 나중에는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내일 사랑하는 사람이 두 번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머나먼 곳으로 영원히 떠날 예정이라면 과연 우리는 오늘 하루
그 사랑하는 사람과 어떻게 보낼까? 아마 사랑을 표현하느라, 그 동안 잘못했거나 서운하게 했던 것에 대해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느라,
상대방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 용납하느라 일분 일초가 아쉽게 보낼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하루 하루 그렇게 사랑해야 하는 게 아닐까?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내일 떠나보낼 것처럼.
떠나보낼 사람에게 서운할 게 뭐가 있고 못마땅할 게 뭐가 있겠는가? 떠나보낼 사람에게
싫을 소리를 할 게 뭐가 있겠는가? 그저 조금이라도 더 잘해주지 못한 게, 조금이라도 더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한 게 아쉽고,
그렇게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기쁘고 감사하기만 할 따름일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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