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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회장님의 일당 5억짜리 노역 판결에 국민들은 분노한다

취향이 독특한 어떤 사람이 혼자 화장실 변기를 소독하고 깨끗한 물로 씻은 뒤에 변기를 핥았다고 하자. 

변기를 핥아 먹은 행동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얼굴을 찌푸리며 잘못된 행동이라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대답해보라고 말하면 딱히 정확한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 왜냐하면 변기는 소독된 것이라 문제없고, 아무도 그 사람이 변기를 핥아 먹는 것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서적 반응은 이 사람의 행동이 역겨우며 명백히 잘못된 것임을 안다. 정서는 어떤 행동이 옳고 그른지 순식간에 결정한다. 정서는 이성보다 더 빠르고 강력하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 도덕가치의 기준을 제시한다.

제41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 조지 허버트 부시와 민주당 후보 마이클 듀카키스가 격전을 벌였다. 두 후보는 사형제도 폐지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듀카키스는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했지만, 부시는 사형제도 폐지에 반대했다.

TV 토론에서 부시가 듀카키스에게 “극단적인 예지만 당신 아내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범인이 있다면, 당신은 그 범인의 사형도 반대하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 듀카키스가 “네, 그 범인의 사형을 반대합니다. 사형제도가 범죄를 줄인다는 증거는 전혀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결국 선거를 치룬 결과 듀카키스는 참패했다. 유권자들은 사형제도에 대한 찬반 의견보다는 듀카키스의 지나치게 이성적 대답이 위선적이라 느꼈기 때문이었다.

대공황이었던 1935년 1월 가난한 노인이 빵을 훔친 죄로 재판을 받았다. 

사가 노인에게 빵을 왜 훔쳤느냐고 물었다. 노인은 며칠을 굶어 어쩔 수 없이 빵을 훔쳤다고 말했다. 법은 만인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야 하므로 판사는 노인에게 10달러의 벌금형이나 10일간의 구류형을 내려야 했다. 하지만 불쌍한 노인의 딱한 처지를 생각하면 약자인 그를 보호해야 했다. 판사는 노인에게 10달러 벌금형을 내렸다. 아울러 판사는 노인이 빵을 훔치도록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자신에게 10달러의 벌금과 방청객에게 50센트의 벌금을 물게 했다. 법정에서 57달러 50센트가 걷혔다. 노인은 10달러의 벌금을 내고 47달러 50센트를 받고 눈물을 흘리며 법정을 떠났다.

이 판결을 내린 사람은 바로 라과디아 판사다. 

뉴욕의 중심 관문에는 이 판사의 이름을 딴 라과디아 공항이 있는데 이 공항은 뉴욕시장을 세 번이나 역임했던 라과디아를 시민들이 존경하여 붙인 공항 이름이다.

2010년 광주고등법원은 500억원을 탈세한 혐의로 기소된 사업가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원을 선고했다. 

만약 벌금을 내지 않을 경우 하루 일당을 5억원으로 환산해 50일간 노역을 하라는 유치처분도 내렸다. 203일 동안 강제노역을 처분한 1심 때보다 벌금은 절반으로 내리면서 일당은 두 배로 높인 판결이었다.

그는 단 49일만 노역하고 벌금을 전액 탕감받게 된다. 하루 노역비가 일반인(5만 원)의 1만 배에 이르지만 법적으로 하등 문제가 없다. 1심에서 벌금 508억 원에 노역 일당 2억5000만 원으로 선고한 것을 항소심에서 벌금을 절반으로 깎아 일당을 배로 올려줬기 때문이다. 

형법상 3년까지 노역을 시킬 수 있는데도 이를 깡그리 무시했으니 귀신이 곡할 판결이 아닌가. 

이래서 '재판이라 쓰고 개판이라 읽는다'는 비난이 쏟아지는가 보다.

이런 법원의 판결에 대해 시민들은 납득이 안 간다는 반응이 대부분일 수밖에 없다. 불쌍한 사람을 보면 돕고 싶고,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하려는 본능은 이것저것 재는 합리적 판단이 아니라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정서에서 비롯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갖는 정서적 반응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선천적으로 갖고 있는 선한 마음이다. 

인간의 양심은 차가운 이성이 아니라 뜨거운 정서에 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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