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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거창하게도 ‘베를린 리포트’지만 실제 내가 베를린에 머물렀던 시간은 불과 8시간 남짓했다. 그렇다, 나는 이번에 난생 처음으로 독일을 방문했고, 독일 중에서도 베를린을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영국에 벌써 10년 가까이 살면서 정작 가까운 독일을 지금까지 한 번도 안 다녀왔다. 지금까지 유럽국을 다녀온 것은 모두 음악 활동 덕분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독일에서의 연주는 행사가 잡혔다가 취소된 적도 있고, 반대로 다른 공연이 먼저 잡혔는데 하필 그 날짜에 독일 공연 섭외가 나중에 들어와서 고사한 적도 있고, 그렇게 독일과는 좀처럼 인연이 되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이번에 한국무역협회에서 한국 청년들의 해외 취업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베를린에서 개최하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무역협회에서 나를 초청해주셨다. 나는 유럽 현지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헤드헌터로서 본 간담회에서 발제를 맡아 영국의 취업 시장 현황 및 한국 청년들의 해외 취업에 필요한 조언 등을 준비했다. 간담회는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로 예정되어 있었고, 당일치기로 빠듯한 일정이지만 그래도 행사 시작 전 몇 시간 일찍 도착해서 속성으로 베를린을 구경하기로 했다. 마침 간담회가 열리는 행사 장소는 베를린의 개선문 격인 브란덴부르크문(Brandenburger Tor)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었다. 1791년도에 완공된 브란덴부르크문은 과거 동독과 서독 간 경계선이었으며, 그래서 독일 통일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실제로 바라본 브란덴부르크문은 그렇게 웅장한 규모는 아니었지만, 이 문을 통해 동독과 서독을 오갔던 옛 독일의 풍경을 상상해보니 까닭 모를 감동이 느껴졌다. 브란덴부르크문 인근에는 여러 관광 명소들이 있어서 하나씩 둘러보기로 했다. 우선 방문한 곳은 홀로코스트 기념비, 즉 나치에 의해 학살된 유태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곳인데, 직사각형의 구조물들로 이루어져 있다. 멀리서 봤을 때는 별 느낌이 없었는데 기념비 중앙으로 갈수록 구조물의 높이가 높아지면서 괜히 음산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숙연해지기도 했다.
한 편, 그래도 이렇게 역사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지난 과오를 반성할 줄 아는 독일이 참 위대해보이기도 했다, 비슷한 과오를 저질렀지만 독일과는 달리 지금까지도 꾸준히 역사를 부정하는 한국의 모 이웃국과 비교도 되면서.
다시 발길을 옮겨 찾은 곳은 훔볼트 대학교. 베를린 최초의 대학이면서 약 30명 가량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단일 대학으로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곳이다. 막상 접해본 훔볼트 대학은 우리가 흔히 세계 명문대학을 떠올릴 때 상상하는 멋지고 광활한 캠퍼스와는 전혀 거리가 먼, 정말 작고 평범한 건물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작고 평범한 건물에서 그토록 훌륭한 석학들이 배출된 것은 도대체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
아인슈타인이 이 훔볼트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다고 하니, 잠시 눈을 감고 어린 시절 위인전에서 봤던 아인슈타인의 얼굴을 떠올리며 아인슈타인이 두꺼운 책을 들고 내 앞을 지나가는 상상을 해보았다. 이제 간담회장으로 가야 할 시간, 내 자리에 놓여진 이름표를 보면서 처음에는 정말 우연히 택하게 된 헤드헌터라는 직업, 그것도 영국에서 한국인 헤드헌터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음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졌다.
당일치기로 다녀온 베를린이었지만 쉴 새 없이 떠오른 생각과 느낌들 때문인지 마치 먼 곳을 오랫동안 여행하고 온 착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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