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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바로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수많은 우리의 아이들이 차가운 바닷속에서 비명을 지르면서 죽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을 그 심연 속에 가둔 건 다름아닌 우리 어른들이다. 
세월호 참사로 우리 사회의 가장 적나라한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유가족의 절규와 쉴 새 없는 뉴스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제 먼저 살자고 탈출한 선장을 우리가 과연 욕할 자격이나 될까? 지난 두 주간 우리는 그야말로 죄인임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모든 언론은 '후진국 형 참사' 혹은 '생명 경시하는 안전 불감증'을 성토했다. 사실 이에는 국민의 안전을 관리하는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겠지만, 지난 30년간의 군사문화로 인한 부정부패의 만연과 또한 지난 50년 간 우리 사회를 지배해 온 효율성 중심의 사고, 경제 성장 우선의 천박한 문화의 탓도 없지 않다.

3년, 5년 단위로 정해진 목표를 위해 구성원 모두에게 질주를 강요하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사건들은 ‘부수적인 희생’으로 여기는 사회였다. 개인의 이기심이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압도하는 사회, 시스템이 아니라 임기응변으로 움직이는 사회. 이것이 이번 참사에서 확인한 우리의 자화상이었다.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했고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다들 야근과 직장에의 헌신을 당연히 여기며 살아가는 것을 당연히 여겼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남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내가, 내 자식이 먼저다. 나부터 살아야만 이 미친듯한 속도에서 탈락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자신부터 살린 세월호 선장의 의식은 우리 집단의식의 투영이었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건을 되돌아 보자. 

첫째, 재난대처 시스템에 큰 구멍이 뚫렸다. 우선 탑승자, 구조자, 실종자 수치 확인도 체계적으로 되지 않아 수차례 번복되는 상황이 벌어져 희생자들과 가족들, 걱정하는 시민을 모두 혼란케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조와 관련한 초기 대응의 미흡함이다. 사태의 핵심은 사람의 생명을 하나라도 더 많이 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러 가지 이유와 배경은 있겠지만, 구조 요청 내지 사고 발생 이후부터 막상 구조에 돌입한 시점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존재한다. 게다가 날씨나 물속 시야 확보 등과 같은 비전문가적인 이유로 제대로 구조를 못 한다는 변명은 차라리 재난대처본부나 전문 기술진의 존재 의미마저 의심케 했다.

둘째, 선박 자체의 관리와 관련, 이른바 공적 규제의 해체, 즉 탈규제화 문제가 이번에도 또 다른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고의 핵심인 세월호는 원래 일본에서 1994년 6월에 제작된 것으로 이미 18년간 운항했던 퇴물을 2012년에 수입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에 선박 운행 연한을 기존 20년에서 30년으로 연장했다. 이러한 '탈규제화' 덕에 세월호는 억지로 수명을 연장했던 것이다. 결국, 돈벌이 논리를 위해 퇴물이 된 운송수단을 법적으로 수명 연장해준 것부터가 이미 사고의 발생을 준비해둔 셈이다. 경쟁력과 이윤 논리에 구축된 사회경제 시스템은 결코 사람의 삶이나 목숨을 고려하지 않는다.

셋째, 이 사고의 근본적 책임과 관계된 문제다.  "배 앞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났다"는 증언에 토대할 때 배에 선적한 컨테이너, 자동차 등 화물 등의 관리가 소홀하게 다루어져 한쪽으로 밀리면서 충돌하는 소리로 판단된다. 제대로 묶여 있지도 않았던 화물과 그 화물들의 무게도 확인치 않고 과다 선적했지만 이를 관리할 단체나 기관이 모두 하나같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엮여 있어 그 책임론이 끝이 없을 정도로 부정부패가 만연한 구조적 사회임을 보여 주고 있다.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장관 등 '높은 분'이 현장을 찾아 얼굴을 비치기만 하면 해소될 문제가 전혀 아니다. 더구나 이제는 국무총리 혼자서 책임지겠다고 물러나서도 안된다. 물러나도 사고를 수습해놓고 국무총리뿐만 아니라 전 내각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하며 대통령 또한 이 책임에서 사과이상의 책임을 져야한다. 국가 총체적인 위기적 사고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처투성이 경험을 하면서 국민은 묻는다. '과연 이 나라가 사람이 살 만한 나라인가?'라고 말이다. 

어른들은 그렇다 치고 이제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 태어날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면, 진실과 정직을 기초로 정치경제, 사회문화, 교육언론 등을 완전히 새롭게 재구성해야 한다. 

다가오는 선거도 결코 돈 잔치, 권력 잔치가 아니라 참된 사회 혁신의 잔치가 되어야 한다. 

제발 그렇게 하라고 죽어간 수많은 생명이 남은 우리에게 간절히 호소하는 듯하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빌 뿐이다.


946-사설 사진.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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