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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와인칼럼
2014.06.03 16:37
박 우리나라의 프랑스 와인 기행 20 : 프랑스 와인 자습서 제3장 Bordeaux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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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프랑스 와인 기행> 프랑스 와인 자습서 제3장
Bordeaux – 1
"와인을 진지하게 음미하려면 클라레(Claret)를 마셔야
한다." - 사무엘 존슨(Samuel Johnson)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이자 강사인 캐빈 즈랠리(Kevin Zraly)가 그의 명저 ‘와인 바이블(원제 : Windows on the World Complete Wine Course)’의 보르도(Bordeaux) 편에서 인용한 구절이다. 클라레는 영국인들이 보르도 와인을 지칭했던 단어로, 당시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등 남쪽 나라의 진한 와인에 비해 색깔이 연해서 붙은 표현이다. 18세기 영국의 문학가였던 사무엘 존슨의 이 표현은 당시 영국에서 보르도 와인이 차지하는
위치를 잘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사실 그 위치는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프랑스, 그중에서도 보르도는 고급 와인의 대명사로 여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보르도 와인은 예로부터 특별히 영국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다. 왜 그랬을까? 단지 그들 입맛에 잘 맞았기 때문일까? 여러 국가의 와인 산지 중에서 영국과 가까워서 수송이 편해서였을까? 물론 그런 영향도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인과 관계가 그렇게 단순 명쾌하지는 않다. 정치적 요소가 끼어들면 더욱 그렇다.
현재 보르도가 속해 있는 아키텐느(Aquitaine)
지역은 12세기 아키텐느
공국의 공작 기욤 10세(Guillaume X, duc d’Aquitaine)에 의해 지배되었다. 그는 1137년 자신이 죽기 전, 당시 프랑스의 왕이었던 루이 6세에게 자신의 장녀 알리에노르(Aliénor)를 그의 아들, 훗날 프랑스의 왕 루이 7세(Louis VII)의 아내로 삼아주기를 부탁한다. 그렇게 그들의 두
자녀는 결혼하지만, 그리 행복하지 못했던 결혼생활은 15년 만에 막이 내린다.
알리에노르는 1152년 5월, 첫 번째 결혼생활을 정리한 지 약 8주 만에 한 남자와 재혼을 하게 되는데, 그가 바로
2년 후 영국(정확하게는 잉글랜드라고 해야 하겠지만)의 왕위에
오르게 되는 앙리, 아니 영국식으로 헨리 2세(Henri II)이다. 결국, 보르도를 포함한 아키텐느의 상속녀인 알리에노르는 영국의 왕비가 되고, 자연스럽게 보르도는 영국령이 됐다.
당시 영국은 식수 오염 문제로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여러 국가로부터 와인을 수입했었다. 그런 상황에서 수송 거리도 가깝고, 질이 좋은 와인이 생산되는 보르도가 자신들의 지배에 들어오자 보르도 와인에 대해 ‘특급 대우’를 해 줄 것은 불을 보듯 뻔했고, 13세기가 되자 보르도 와인은 영국 와인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게 된다. 그 이후 보르도 와인의 영국 점유율은 점점 낮아졌지만, 그 품질은 최고급이었기에 여전히 영국 상류 사회에서 보르도 와인은 고급 와인의 대명사로 남아있었다. 그리고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 최고로 인정하는 와인은
그들의 영향력이 닿는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최고로 여겨져 왔다.
출처 : luventicus.org
프랑스 지도를 한 번 보자. 녹색으로 색칠되어 있는 곳이 아키텐느 지역(region)인데 보르도가 그 주도이다. 보르도라고 하면 두툼한
스테이크나 푸아그라 같은 무겁고 진한 요리의 이미지와 함께 프랑스 내륙 어딘가에 붙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사실은 바다와 접해 있다. 유럽 최대의 양식 굴 산지인 아르카숑(Arcachon)이 이 지역이라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보르도(Bordeaux)라는 지명의 어원을 물가라는 뜻의 ‘Bord de l`eau’에서 찾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아직까지 이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아키텐느라는 지명은
라틴어로 물을 뜻하는 아쿠아(Aqua)에서 왔으며, 아키타니아(Aquitania)는 ‘물의 나라’라는 뜻이다. 보르도에는 대서양으로 흘러가는 지롱드(Gironde), 가론(Garonne), 도르도뉴(Dordogne)의 3개의 강이 흐르는데, 이 풍부한 물줄기가 보르도의
와인을 훌륭하게 만들어 주는 원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출처 : vins-web.fr
위의 세부지도를 보며 ‘이제
포기할 때가 왔구나.’ 하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편에서는 아주 간단한 것만 설명할 테니 포기하지 말자. 지롱드
강과 가론느 강 왼쪽에 있는 메독(Médoc), 그라브/페삭
레오냥(Graves & Pessac-Léognan) 지역 등을
말 그대로 좌안(左岸)이라고 부른다. 반면 지롱드 강과 도르도뉴 강 오른쪽에 있는 생테밀리옹(Saint-Emilion), 포므롤(Pomerol) 지역 등을 우안(右岸)이라고 부른다.
보르도에서는 일반적으로 메를러(merlot),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sauvignon), 카베르네 프랑(Cabernet-franc)을 섞어서 와인을 양조하는데, 좌안에서는 더 힘 있고
강건한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을 중심으로 하고 다른 품종을 보조적으로 사용한다. 반대로 우안에서는 좀
더 부드럽고 풍성한 메를러를 중심으로 사용한다. 좌안과 우안. 보르도를 이해하는 핵심 열쇠를 아주 단순하고 거칠게 알아봤다.
다음 편에는 좌안과 우안의 핵심 마을과
복잡다단한 등급체계를 살펴보려고 하니 에스프레소 진하게 한 잔 마시고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프랑스 유로저널 박우리나라 기자 eurojournal29@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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