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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와인칼럼
2014.06.17 20:06
박 우리나라의 프랑스 와인 기행 22 : 레드 카펫 위에서 문화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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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리나라의 프랑스 와인 기행 22 : 레드 카펫 위에서 문화를 만나다.
참 멋진 곳에 다녀왔다. 프랑스의 ‘으리으리’한 궁전 같은 곳, 입구에는 레드 카펫이 ‘쫘악’ 깔려있고, 높은 천장에는 화려한 샹들리에가 번쩍이고 있으며,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 샴페인이나 와인으로 목을 축이고 있는 장면. ‘불란서’ 영화나 칸느 영화제 파티를 상상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다녀온 곳은 입장권만 있으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파리에서 열린 한 와인 시음회장이었다. 물론 서울의
대형 전시관에서 열린 시음회가 아니니 사실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이라고 하긴 어렵겠다.
시음회가 토요일인지라 아침에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아점(아점은 아침 겸 점심을 이르는 전문용어, 혹자는 아점은 늦잠 자고 머리도 안 감고, 눈곱이 붙은 채로 대충 먹는 것, 브런치는 옷을 잘 차려입고 식당에 가서 셀카를 찍으며 먹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난 확실히 아점이었다.)을 먹은 후 나비고라는 정액권 카드로 버스 타고 그 시음회에 다녀왔다. 게다가 입장료가 18유로인가? 20유로인가 했는데 잘 기억은 안 난다. 왜냐고? 공짜였으니까! 전문 시음자로 등록을 하고 취재 차 갔기 때문에 공짜로 들어갈 수 있었다. 결국, 따로 돈 하나 들이지 않고 이 멋진 시음회에
다녀온 것이다. 뭔가 억울하고 부러운가? 더 억울하고 더 부러울 내용이 많으니 기대하시라.
이 시음회는 프랑스의 영향력 있는 와인 잡지인 “LA REVUE DU VIN DE FRANCE(이하 larvf)”에서 주최하는데, 프랑스 파리와 벨기에 브뤼셀, 스위스 제네바, 그리고 중국의 베이징에서 시음회를 연다. 중국의 바잉 파워(buying power)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파리에서는 과거에 증권거래소로 사용되었던 ‘La Bourse’ - Palais Brongiart’에서 열렸는데, 1807년 코린트 양식으로 지어진 이 건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Aura)는 파리라는 도시가 주는 이미지와 겹쳐지면서 대단한 유적지의 인상을 풍긴다. 게다가 건물 꼭대기에는 프랑스 국기가 휘날리고 있고(국기가 걸려있는 건물은 보통 관공서이고, 이방인은 관공서 가는 것을 그리, 썩, 매우 즐기는 편은 아니다.), 게다가 철문이 굳게 처져 있으며, 입구까지 레드
카펫이 깔려있다보니 왠지 아무나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한다. 하지만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은 채, 따사롭게 내리쬐는
계단에 편히 앉아 와인을 홀짝이는 사람들을 보며 호흡을 가다듬고 영화 배우가 된 것인양 레드 카펫 위로 사뿐사뿐 걸어가 본다.
이 시음회의 매력 중 하나는 와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유명한 생산자들이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런 유명 생산자의 와인 중에서 평소에 마시기 힘든 고가의 ‘작품’도 만나 볼 수 있으니 금상첨화 아니겠는가? 내가 만난 그런 ‘작품’ 하나를 예로 들면, 러시아 황제 차르(Tsar)의 샴페인으로 불리는 루이 뢰더러 크리스탈(Louis Roederer Cristal) 2002년, 2006년 빈티지가 있었다. 국내 소비자 가격이 약 80만 원으로 책정되어 있으니
목이 마르다고 벌컥벌컥 마실 수 있는 음료수는 분명 아니다.
그렇다고 유명 생산자만 나오고, 비싼 와인만 있는가? 그렇지는 않다. ‘LARVF’가 선별한 떠오르는 신인들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10유로 미만의 맛있는 와인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1인당 연간 와인 소비량이 70여 병에 이르는 프랑스 사람들도 평소에는 상당히 저렴한 와인을 주로 마신다. 파리지앙들 생각보다 가난하다. 이 시음회의 모토가
“Bien déguster
pour bien acheter”, 즉, ‘와인 잘 구입하기 위해 시음 잘 하기'인 것처럼 프랑스 사람에게도 ‘가성비’ 좋은 와인 고르기는 커다란 관심사다.
19세기 초에 세워진 웅장한 건물과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실내 분위기에서 와인을 시음하는 것은 당연히 훌륭했고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자연스러움이었다. 물론 이것은 비단 이 시음회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이다. 동네 공원에
나가보면 잔디밭에 누워서 책을 읽는 사람, 아이들이랑 공놀이하는
사람, 친구들이랑 기타 치며 노래 부르는 사람, 혼자 벤치에 앉아 샌드위치 먹고 있는 사람. 모두들 원래부터 그 모습 그대로였던 것처럼 뭘 해도 어색하지가 않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부터 귀족이었을 것 같은 기품을 풍기는 노부부, 패션쇼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화려한 복장의 젊은 여성들, 친구들끼리 놀러 온 듯한 청바지, 티셔츠 차림의 대학생 등 다양한 연령과 직종, 그리고
인종의 사람들이 시음회장에 모여있지만, 이 모든 것이 무척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보였다. 그 이유는 와인과 와인 문화가 그들에게 너무도
익숙하기 때문이 아닐까? 억지로 외우고 배운 테크닉이 아니라, 어린 아이 때부터 몸에 밴 문화, 이런 자연스러움이 값비싼 샴페인보다 더욱 빛났던 자리였다.
얼마 전 기사를 보니 파리는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도시 2위를 차지했다. 여행을 오기에는 너무나 낭만적인 곳이지만 살아내기가 썩 만만치는 않은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비싼 도시 파리에 살고 있는 이유는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프랑스 유로저널 박우리나라 기자 eurojournal29@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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