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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와인칼럼
2014.06.24 18:09
박우리나라의 프랑스 와인 기행 23: 와인의 인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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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리나라의 프랑스 와인 기행 23: 와인의 인연(因緣) 1
“인연(因緣): 인(因)과 연(緣)을 아울러 이르는 말. 곧 결과를 만드는 직접적인 힘과 그를 돕는 외적이고 간접적인 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의 ‘인연’에 대한 정의이다. 난데없이 사전을 뒤져본 이유는 인연에 관해 이야기한 어떤 만화책의 내용이 어렴풋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만화에서는 인연을 위의 정의와는 조금 다르게 해석했다. ‘인’이 어떤 결과의 일반 조건이라면, ‘연’은 그것을 결정하는 특별 조건이라며, ‘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예컨대 미팅이라는 ‘인’의 단계를 100번을 밟아도 ‘연’이 없으면 연인(戀人)은 될 수 없다는 식이다. 결국 ‘연’이 없는 인은 매주 사지만 꽝만 걸리는 로또에
지나지 않고, ‘인’이 없는 ‘연’은 “내가 로또를 사기만 하면 1등 당첨은 떼놓은 당상이야!”라는 동네 김 씨 아저씨의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 이것이 인연이라는 것이다.
좀 더 자세한 예를 들어보자. 야구 마니아 A는 거의 매주 야구장에 ‘직관’을 간다. 하지만 홈런볼은 한 번도 잡아본 적이
없다. 심지어 홈런 타자의 타구 방향까지 모두 분석하여 좌석을
잡고, 글러브까지 챙겨갔지만 말이다. 그런데 A의 친구 B는 한 번도 야구장에 가 본 적이 없는데, A가 공짜 티켓이 있어서 가자고 하니 야구장에서 ‘치맥’이나 먹을 생각으로 따라 갔다. 그런데 9회말 극적인 끝내기 홈런이 나왔고, 그 홈런볼은 핀볼 게임처럼 여러 사람의 손에 튕기더니 B의 손에 들어왔다.
A는 문지방이 닳도록 야구장에 갔다. 인은 있었다. 하지만 홈런볼과의 연은 없었다. 반면 친구 B는 야구장에 딱 한 번 갔지만 홈런볼을 잡았다. 홈런볼과의 연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친구를 따라 야구장에 가지 않았다면, 즉
인이 없었다면 홈런볼도 없었을 것이다. 결국 인은 연이 없으면
하루에도 수없이 스쳐지나가는 군중에 지나지 않고, 연은 인이 없이는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것이 인연이라는 것이다. 갑자기 인연에 대해 구구절절 이야기하는 것은 얼마 전 경험한 독특한 경험 때문이다.
때는 바야흐로 2014년 5월 16일, 낡은 노트북 컴퓨터의 전원 케이블이 고장 나서 전자용품점에 들르느라 평소에 다니지 않던 길로 집에 돌아오던 중이었다. 그런데 한 식당 유리창에 붙어있는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지난 기사에 썼던 ‘라 르뷰 뒤 방 드 프랑스(LA REVUE DU
VIN DE FRANCE)’ 와인 시음회 포스터였다. 시음회 기간을 확인하려는 순간, 데자뷔(Déjà-vu) 현상이 나타나며 미간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작년
이맘때에도 이 시음회 포스터를 봤지만 이미 기간이 지나버려서 갈 수 없었던 슬픈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시음회 기간은 5월 16일 금요일과 17일 토요일 양일이었고, 스마트(smart)한 전화기가 알려주는 당시 시각은 5월 16일 P.M 7시였다. 작년에는 ‘연’이 없었지만, 올해에는 있는 듯했다.
날짜에 맞춰서 시음회장에 도착했고, 안으로 들어가서 나눠준 안내 책자와 입구의 와이너리 배치도로 탐색전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와인 시음에 돌입했다. 와인 시음회가 되면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에 경탄을 금치 않을 수가 없다. 들어온 지 20분도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몇 시간이 훌쩍 흘러서 행사를 마무리하는 때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맞은 편에 낯익은 사람이 보였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파리에서
활동 중인 김성중 소믈리에였다. 서로 약속한 바가 없었기에 둘
다 깜짝 놀랐다. 원래 사람이 더 적은 금요일에 오려다가 사정이
생겨서 토요일에 오게 됐다고 한다. 아무래도 ‘연’이 있었던 것 같다.
프랑스 와인에 아주 해박한 그는 그날도 시음회에 일찍 와서 대부분의 와인을 시음하고는
알짜배기 와이너리 몇 곳을 소개해줬는데, 역시나…… 하나같이 기가 막혔다. 하지만 그렇게 만족스러워하는 것도 순간, 행사 종료
때가 되자 거구의 행사진행요원들이 출구 쪽으로 사람들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밀려서 출구 쪽으로 가고 있었는데, 김성중
소믈리에가 정말 훌륭한 곳이 있다며 한 곳만 더 들러보자고 했다. ‘와이 낫(Why not)?’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는 것은 직무유기이다.
다음 회에 이어짐. 프랑스 유로저널 박우리나라 기자 eurojournal29@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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