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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와인칼럼
2014.07.28 22:24
박 우리나라의 프랑스 와인 기행26: 프랑스 와인 자습서 제3장 Bordeaux – 4
조회 수 2440 추천 수 0 댓글 0
<우리나라의 프랑스 와인 기행> 프랑스 와인 자습서 제3장 Bordeaux – 4 지금까지 보르도의 좌안(左岸)을 살펴봤으니 이번에는 우안(右岸)으로 가보자. 도르도뉴(Dordogne) 강 오른편에는 유명한 와인 산지가 둘 있다. 바로 생테밀리옹(Saint-Émilion)과 포므롤(Pomerol)이다. 좌안 지역은 자갈이 많은 사력질 토양이기에 성숙이 느린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품종을 주로 재배한다. 반면 우안은 석회와 진흙이 섞인 토양으로 좀 더 일찍 여무는 메를러(merlot)가 주인공이다.
출처 : http.theudericus.free.fr
메를러는 분명 고귀한 품종이지만 주 품종,
또는 단일 품종으로 사용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질감이 부드럽다 못해 늘어지거나, 단순히 과실 향만
가득하거나, 또는 알코올 도수가 너무 높아 코끝을 쳐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렉산더 페인(Alexander Payne) 감독의 영화 "사이드웨이(Sideways)"에서 주인공 마일스(Miles)가 경멸하는 포도
품종이 바로 메를러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가 인생 최고의 순간에
마시기 위해 아껴놓은 와인이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과 메를러로 만든 생테밀리옹의 61년산 샤토 슈발
블랑(Château Cheval Blanc)이다. 비록 그가 가장 싫어하는 포도 품종이라도, 보르도 우안에서 제대로 만들었을 때에는 "드림 와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생테밀리옹은 와인을 마시지 않는 사람도 좋아할 마을이다.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 마을은 고대 로마의 유적과 높은 언덕의
경치가 일품이다. 와인을 좋아하는 아빠가 가족과 함께 보르도로
여행을 왔다면 생테밀리옹으로 가자.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즐겁게
보내고 우연히 발견한(사실은 몇 주 전에 예약해 둔) 와이너리에 들어간다면 모두가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www.lepoint.fr
생테밀리옹의 아펠라씨옹은 생테밀리옹(Saint-Émilion)과 생테밀리옹 그랑 크뤼(Saint-Émilion grand cru)로 나눌 수 있다. 생테밀리옹 그랑 크뤼는 지역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 생테밀리옹에 비해 포도 수확량, 숙성 기간, 병입 등에서 좀 더 엄격한 조건이 필요하다. 하지만
싼 것은 마트에서 7,8유로에도 살 수 있는 이 등급을 '진짜' 그랑 크뤼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진짜는 따로
있다.
생테밀리옹 와인의 등급 체계는 생테밀리옹 프르미에 그랑 크뤼 클라세(premier Grand cru classé)와 생테밀리옹 그랑 크뤼 클라세 두 단계다. 우선 이 문구가 보이면 이 지역 최고 수준의 와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프르미에 그랑 크뤼 클라세는 다시 A와 B로 나뉜다. 결국, 생테밀리옹 그랑 크뤼 클라세 A가 이 지역 최고의 와인이라 할 수 있다. 이 등급은
생테밀리옹의 자존심, 샤토 슈발 블랑과 샤토 오존느(Château Ausone)가 투톱 시스템을 철옹성처럼 유지했으나 지금은 프르미에 그랑
크뤼 클라세 B에서 승격한 샤토 앙젤뤼스(Château Angélus)와 샤토 파비(Château Pavie)의 합류로 Big
4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여기서 좀 이상한 점을 느꼈다면 프랑스 와인 기행의 애독자라 할 수 있겠다. 생테밀리옹 와인 등급체계의 가장 큰 특징은 등급 조정이다. 1954년 제정, 이듬해 공포된 후 1959년, 1969년, 1986년, 1996년, 2006년, 그리고 2012년 총 6번 등급 조정이 이루어졌다. 이들은 자신의 등급 체계가 합리적이라고 자랑한다. 이들은 "1855년의 등급 지정과 반대로"라는 표현을 통해 메독의 변화 없는 등급제를 직접 공격한다.
하지만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약 10년에 한 번 등급 개정을 위한 심사를 하는데, 이때 더 높은 등급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와이너리가 승급, 또는 현상유지를 하는 것은 아니다. 몇몇 곳은 그랑
크뤼 등급을 박탈당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청천병력이다. 훈장 달고 전쟁에 임하던 장군이 하루아침에 백의종군(白衣從軍)하는 신세가 된 것과 같다. 그들의 자존심은 물론 금전 손실도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2006년 그랑 크뤼 클라세에서 탈락한 4곳의 와이너리에서 등급 심사에 문제가 있다고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10년이 아닌 6년 만인 2012년 재조정이 이루어졌다. 현재는 그랑 크뤼 프르미에 클라세 18곳(A등급 4, B등급 14), 그랑 크뤼 클라세 64곳으로 확정됐다. 기존의 15, 57곳에 비해 조금씩 늘어난 숫자다. 이제야 모두들 조용하다. 소비자는 혼란스럽지만.
생테밀리옹에서 가족의 반응이 좋았다면 좀 더 간 큰 도전을 해 보자. 이제는 포므롤이다. 포므롤은 생테밀리옹처럼 대단한 경치나 고고한 유적을 자랑하는 곳은 아니다. 와인이 목적인 것이 너무 확연하다. 하지만 욕심을
낼만하다. 아니, 내야 한다. 이곳은 보르도의 진정한 소수정예 특수부대다. 포므롤의 면적은 보르도의 117,500
ha 중 고작 785 ha에 불과하고, 당연히 생산량도 적다. 그런데 맛은 훌륭하니 가격은 자연스레 비싸다. 물론 포므롤이라는 이름을 달았다고 모두 고급은 아니지만, 고품격 보르도의 대명사인 것은 분명하다.
레스토랑 와인 리스트 저 아래 쪽에 포진하고 있는 친구들이니 아주 부자 친구가 밥 사줄 때만 골라보자. 그런데 포므롤 와인은 등급이 없다. 전설의 와인 샤토 페트뤼스(Château Petrus), 샤토 르 팡(Château Le Pin)도 포므롤이라는
지역명만 달고 있다. 그래서 와인을 고르기 더 어렵다. 가격만이 맛을 짐작하게 해 준다.
생테밀리옹 와인은 주 품종 메를러에서 오는 풍부한 과일향과 부드러운 질감, 그리고 보조 품종 카베르네 프랑, 예전에는 부쉐(Bouchet)라고 부르던, 이 주는 시원함이 특징이다. 포므롤 와인은 메를러의 함량이 95%에 이르는 것도
있을 만큼 이 품종의 비중이 높다. 단단하고 집중도가 높으면서도
화려한 부케와 실크와 같은 매끄러운 질감을 자랑한다. 전체적으로
카베르네 소비뇽이 중심인 좌안보다 과실 향이 더 풍부하고 타닌이 부드러워 어릴 때 마셔도 편한 느낌이다. 하지만 고급으로 올라가면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논리적이지 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숙성이 진행되면 훨씬 더 복합적인 맛과 향을 뿜어낸다. 레드 와인의 떫은맛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좌안보다는 우안이 더 잘 맞을 것이다. 참고로 ‘뤼싹 생테밀리옹(Lussac Saint-Émilion)’, ‘라랑드-드-포므롤(Lalande-de-Pomerol)’처럼 생테밀리옹과 포므롤이라는 이름 앞에 다른 지명이 붙는 경우는 이들의 위성도시로 같은 것이 아니니 주의하자.
생테밀리옹 와인은 이 지역 특산 요리인 비둘기구이와 함께 먹어보자. 어느 정도 숙성된 와인은 그 부드러움이 가금류의 육질을 살포시 감싸 안을 것이다. 그리고 비둘기는 편견을 버리고 한 번 시도해보자. 비록 피가 철철 흐르는 쎄녕(Saignant
– 영어의 Rare)로 구워달라고는
못 하더라도. 한국의 순대와 비슷한 ‘부당 누아흐(Boudin noir)’와 먹어도 맛있다. 포므롤도 비슷하게 대부분의 육류, 가금류와 잘 어울린다. 푸아그라를 빵에 발라먹는 것이 아니라 프라이팬에 구워냈다면(Escalope de
foie gras poêlée) 샹파뉴도 좋지만, 포므롤도 잘 어울린다. 치즈는 카망베르(Camenbert)나 브리(Brie) 같이 부드러운 종류를 곁들이면 좋다.
강건한 보르도를 즐기고 싶다면 왼쪽으로,
우아한 보르도를 느끼고 싶다면 오른쪽으로 향하자. 프랑스 유로저널 박우리나라 기자 eurojournal29@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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