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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와인칼럼
2014.08.12 17:36
박 우리나라의 프랑스 와인기행 28: 프랑스 와인 자습서 제4장 부르고뉴(Bourgogne) – 1
조회 수 10359 추천 수 0 댓글 0
프랑스 와인 자습서 제4장 부르고뉴(Bourgogne) – 1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와인은 어느 지역에서 나오는가? 이 질문에 상당수는 부르고뉴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대답이 나올 수 있다. 그럼 질문을 바꿔보자. 세상에서 가장 비싼 와인은 어느 지역에서 나오는가? 이견이 없을 것이다.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와인 애호가들이 가장 우아하다고 칭송하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와인이 바로 부르고뉴 와인이다.
부르고뉴는 어떻게 최고의 와인 산지가 됐을까? 기본적으로는 포도 재배에 아주 적합한 토양과 기후, 즉 테루아(Terroir)가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연조건 외에도
중요한 것이 문화·역사적 배경이다. 유럽의 유명 와인 산지는 교회와
관련이 깊다. 교회가 있는 곳에서는 성찬식을 해야 하고, 성찬식은 예수 그리스도의 피를 상징하는 와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부르고뉴도 마찬가지다. 당시 부르고뉴 지역에는 909년에 세워진 클뤼니(Cluny) 수도원과 1098년에 세워진 시토(Cîteaux) 수도원이 있었다. 이 힘 있는 수도원은 부르고뉴의 뛰어난 포도밭을 대부분 소유했다. 그리고 많은 수도승은 기도와 함께 와인 양조에도 힘을 기울였다. 그들의 공으로 이 기간에 부르고뉴 와인은 질이 굉장히 좋아졌으며, 그 유명세가 점차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상류사회에 퍼져갔다.
이 와인의 주 소비자는 종교 권력자, 왕과 귀족이었다. 그중에는 우리가 익히 알만한 이름이 많다. 태양왕 루이 14세는 오래된 부르고뉴 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주치의 파공 박사(Guy Crescent Fagon)의 조언에 따라 즐겨 마셨고, 그 취향은 루이 15세와 16세까지 이어졌다. 18세기 말에는 부르고뉴의 ‘로마네(Romanée)’라는 포도밭을 사이에 두고
루이 15세의 측근과 애첩, 콩티 공(Louis-François
de Bourbon, prince de Conti)과 퐁파두르 부인(Madame de Pompadour)이 한판 대결을 펼쳤었다. 승자는 콩티 공이었고, 그 밭의 이름은 현재 세계 최고라고 불리는 포도밭이자 와인, ‘로마네 콩티’가 됐다. 나폴레옹 역시 부르고뉴 와인 애호가로 유명한데, 전쟁터에서도 부르고뉴 와인, 그것도 샹베르탕(Chambertin)을 꼭 챙겨
마셨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와인이라 하면 이탈리아와 부르고뉴를 우승 후보로 이야기한다. 이탈리아 와인은 토착 품종과 그 변종(클론)이 너무 많은 것이 큰 이유 중 하나다. 그런 점에서 부르고뉴는 참 쉽다. 두 품종만 기억하면 된다. 화이트 와인은 샤르도네(Chardonnay), 레드 와인은 피노 누아(Pinot noir). 물론 깊이 들어가면 화이트의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과 소비뇽 그리(Sauvignon Gris), 알리고테(aligoté),
레드의 갸메(Gamay), 세자르(César) 등이 있지만 잠시 잊어도 괜찮다.
그럼 포도 품종이 이렇게 간단한데 뭐가 그렇게 어렵단 말인가? 보르도의 유명한 샤토에서 나오는 와인의 종류는 보통 매년 한 두 종류에 불과하다. 자신들의 간판 와인과 세컨 와인. 하지만 부르고뉴에서는 일반적으로 5~6종류, 많으면 30종류가 넘는다. 부르고뉴 와이너리에서 시음하다 취해
쓰러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이런 이유다. 부르고뉴에는 약 100개의 아펠라씨옹이 있다. 60개 근처인 보르도와 비교해도 엄청난 숫자다. 같은
부르고뉴 와인이지만 종류가 100가지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걸 다 외울 수 없으니 어려운 것이다.
부르고뉴 와인 등급은 밭을 기준으로 분류한다. 가장 낮은 급에서 높은 급 순서로, 지역 단위(Appellation régionale), 마을 단위(Communale), 프르미에 크뤼(Premier cru), 그리고 대망의 그랑 크뤼(Grand cru)로 나눈다. 높은 등급으로 갈수록 생산량은 적어지고, 가격은 급격하게 올라간다. 보르도는 샤토, 즉 생산자에게 등급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부르고뉴는 밭에 등급을 매긴다. 생산자가 아무리 실력이 없어도 밭이 그랑 크뤼면 그 와인은 그랑 크뤼지만, 아무리 대가가 만들어도 그 밭이 지역 단위라면 그 와인은 가장 낮은 등급을 받게 된다.
등급이 품질을 정확히 대변하지는 못한다. 그 맹점을 가격이 보완해주기도 한다. 부르고뉴의
거성 르루아 여사(Leroy)가 만든 지역 단위급 레드 와인이
실력 없는 생산자의 그랑 크뤼보다 비싸게 팔리기도 하는 것이 그런 이유다. 더 맛있으니까.
출처 : www.beaune-tourisme.fr
다음 시간부터는 본격적으로 부르고뉴의 주요 산지를 살펴보겠다. 프랑스 유로저널 박우리나라 기자 eurojournal29@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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