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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 폭력 퇴치와 안전강군 해답은 영화 '명량'에서  찾아야


장례식장 앞쪽 어린이병원 곁에 푸른빛 감도는 배롱나무꽃이 피어나고 있다. 흔한 연분홍빛이 아니라서 무더위 속에 더욱 돋보인다. 후텁지근한 바람 속 여러 산새들 소리 건지산 숲속에 청아하다. 빗발 속에 걷다보면 오송제 연꽃을 맞닥뜨릴 수도 있다.

 중국 송대 주돈이의 ‘애련설(愛蓮說)’을 떠올려 볼 수도 있으니, 

맑은 물로 씻어내면서도 요염하지 않고/ 몸통은 뚫려있고 겉모습은 반듯하며/ 덩굴이나 가지도 뻗지 않고/ 향기는 멀어질수록 더욱 맑아지고/ 반듯하고 깨끗하게 서있어서/ 멀리서 바라볼 수 있어되 가벼이 희롱할 수 없네.
(濯淸漣而不妖. 中通外直, 不蔓不枝. 香遠益淸, 亭亭淨植. 可遠觀而不可褻玩焉.)

28사단 윤모 일병의 구타사망 사건은 새삼 공공 조직과 그 폭력성이란 무엇인가를 되새겨 보게 한다. 

한 조직 성원의 생명과 안전을 그 공공 조직이 지켜주지 못할 때 조직과 국가의 존재의의는 무엇이란 말인가. 

"아들이 빠릿빠릿한 편이 아니다. 너무 걱정돼 부대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집에 전화할 때 '여기 천국 같다'고 말하라고 했다. 우리끼리 일종의 암호를 정했다."(46세의 어머니) 

사건의 참상이 알려진 이후 8월 5일 의정부 육군 306보충대에 28사단이 포함된 육군 3군사령부 예하 부대로 갈 장정 
1600여명이 모인 곳에서다. 

이날의 보충대 주변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서 병영생활에 대한 두려움과 군과 국가에 대한 실망 내지 격분의 목소리가 메아리치고 있다.

'윤 일병처럼 되지 않는 법'을 되풀이 논의하며 불안해 하고 있다.

"군대가 이 정도까지 썩어 있는 줄 몰랐다" "군대의 높은 지휘관들과 이를 통제하는 국가리더십도 믿을 수 없다"는 울분도 터져 나온다. 

입소식을 알리는 ‘입영 장정 집합‘이라는 방송과 호각 소리 앞에서, "가야 해" "잘 다녀와"라는 장정과 가족들 대화 속에 깃든 두려움과 두런대는 울음소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4대 강국이 새롭게 한반도를 관리 통제하고 남북분단의 위험이 상존하는 상태에서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조직이 우리 군대이다. 

이 국가 기간조직이 추악한 폭력을 방치하고 사건사고를 은폐하여 거짓말을 일삼으면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지리멸렬한 조직과 용렬한 지휘관들로써 동북아 세력균형 토대 위에 분단 상황을 해결하고 통일 대업을 달성할 수 있단 말인가.

이번 병영 내부의 추악한 폭력 사안에 대해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도 가해자와 방조자를 일벌백계하라며 서슬이 푸르다.

사후적 임시처방으로 실타래처럼 뒤얽힌 조직내 폭력의 악마성을 도려낼 수 있을까. 

여기서 우리는 정이천의 “군주가 당세의 일 중에 더더욱 먼저 해야 할 것이 세 가지가 있으니, 첫번째는 뜻을 세우는 것이고, 두번째는 임무를 맡기는 것이고, 세번째는 현자를 구하는 것이다.....이 세 가지는 본이요 일을 제재하는 것은 용이니, 이 세 가지 중에 또 뜻을 세움을 근본으로 삼는다.

”(當世之務所尤 先者有三. 一曰立志, 二曰責任, 三曰求賢.....此三者本也 制於事者用也. 三者之中 復以立志爲本. 近思錄集解 제8권에서)는 구절을 되새겨본다.

세월호 참사, 국무총리 후보 등 인사참사에 이어 군내 내부의 악마적 폭력사태까지 터지니...도대체 나라와 백성의 안위를 어디에 위탁해야 하는 것인가. 

세월을 거슬러 1597년(선조 30년) 정유재란 당시 명량해전의 그 바다로 달려 가본다. 

그때 이순신 장군께서는 “지금 신에게는 아직도 전선 12척이 남아 있나이다. 죽을 힘을 다하여 막아 싸운다면 능히 대적할 수 있사옵니다.”를 외치며 푸른 슬픔과 울음의 바다로 비장하게 나아갔던 것이 아니랴.

김한민 감독의 영화 ‘명량’이 여름 폭포처럼 시중의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다. 왜 사람들이 이 무더운 날에 명량의 바다로 달려가는 것일까. 

영화 속에서 이순신 장군은 과묵하다. 백척간두의 위기 속에서 병사 및 백성의 두려움을 적에 맞서 돌파하는 용기로 전환시킬 것인가를 진정으로 번민한다. 

괜히 소리치거나 거들먹대며 주장하지 않는다. 끈질기게 기본을 붙잡고 구체적으로 실행해 나간다.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제거하고 기본 뜻과 본질을 세우려한 것이다. 

무릇 우리 군대는 평시의 국가 및 백성의 안전만이 아니라 동북아의 군사적 과제를 해결할 강군이어야 한다. 

각급 지휘관과 국가 최고지도자는 병영 폭력을 몰아내어 안전강군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이순신의 명량대첩, 그 바다에서 새롭게 거듭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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