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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와인칼럼
2014.08.19 22:37
박 우리나라의 프랑스 와인 기행 29: 프랑스 와인 자습서 제4장 부르고뉴(Bourgogne)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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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프랑스 와인 기행> 프랑스 와인 자습서 제4장 부르고뉴(Bourgogne)
– 2 오늘은 파리에서 가까운
부르고뉴, 샤블리(Chablis)로 가보자. 벌써 침샘에 자극이 온다.
샤블리는 부르고뉴이기는 하지만 부르고뉴의 중심지
코트 도르와는 멀리 떨어져 있다. 파리에서는 훨씬 가깝다. 부르고뉴 와이너리에 방문하고 싶은데 거리가 좀 부담스럽다면, 샤블리로 가자! 물론 레드 와인을 원한다면 멈춰서는 안 된다.
100% 화이트 와인만 생산하는 샤블리는 프랑스 고급 화이트 와인의 대명사다. 하지만 다른 나라, 특히 미국에서는 싸구려 화이트 와인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왜냐하면, 미국에서는 병에 담기지도 않는 저렴한 벌크 와인에 샤블리라는 이름을 달아서 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과 프랑스 사이의 신경전과 법적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사정을 잘 모르는 미국 관광객이 프랑스 레스토랑에서-가장 저렴한 화이트 와인을 마실 생각으로- '샤블리'를 주문한다면 맛을 보고 깜짝
놀라고, 영수증을 보고 더 깜짝 놀랄 것이다. 그 샤블리(프랑스에서 주문한)가 그 샤블리(미국에서 마시던)가 아니기 때문이다.
샤블리 지역은 포도나무를
키우기 참 어렵다. 우선 춥다. 겨울에는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만큼 춥기도 하다.
그리고 늦서리가 무섭다. 1957년과 1961년에 내린 늦서리는 대재앙이었다. 게다가 엄청난 자갈밭과 끔찍할 만큼 경사진 밭은 거의 경작을 포기할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이 샤블리의 가장 큰 매력인 아찔한 산도를 만드는
원동력이다. 그리고 과학의 발전은 자연의 변화에 어느 정도는 대응할 수 있게 했다.
샤블리는 쁘띠 샤블리(Petit Chablis), 샤블리, 샤블리 프르미에 크뤼(Chablis
premier cru), 샤블리 그랑 크뤼(Chablis Grand Cru)의 네 등급으로 나눈다. 포도 품종은 네 등급 모두 샤르도네 100%고, 토양은 공룡이 뛰놀던 쥐라기의 석회질이 중심이다. 석회질 토양에서 샤르도네가 가장 잘 자란다는 사실은 12세기 시토회 수도사들도 알았던 것 같다. 그때부터 이 지역에는 샤르도네 천지였다.
사진 출처 : domaine-charlopin-parizot.com 네 등급 중 막내라고 할
수 있는 쁘띠 샤블리의 경우, 진짜 샤블리는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 이유는 대략 두 가지인데, 첫째는 그 이름 때문이다.
어린 왕자(Petit Prince)의 쁘띠는 귀엽다. 하지만 상품에 붙는 쁘띠라는 형용사는 별로 긍정적이지 않다. 쁘띠 샤블리의 질은 상당히 향상되었지만, 그에 비해 가격은 여전히 쁘띠다. 생산자에게는 미안하지만, 와인 애호가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인 카드다. 둘째는, 좀 더 전문가 집단에서, 그 토양이 샤블리의 다른 토양에 비해 석회질 성분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이 석회질 토양이 샤블리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했을 때, 그들의 주장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샤블리는 샤블리다. 좀 아쉽기는 해도. 쁘띠 샤블리는 네 등급
중 가장 가볍고, 상당히 직선적이다. 질감이 약간 거칠고, 산도가 많이 튀는 경우도 있지만, 저렴한 가격에 샤블리의 느낌을 즐기기에 이만한 대안이 없다. 단, 짜릿한 신맛을 안 좋아한다면
좀 더 지갑을 열어야 한다. 각종 신선한 해산물이나 간단한 햄 종류, 염소 치즈 등과 편하게 곁들여 먹기에 좋다.
쁘띠 샤블리보다 한 단계
위인 샤블리부터는 고급 화이트 와인 느낌이 난다. 샤블리는 빈티지가 상당히 중요하다. 날씨가 추운 해에는, 산도가 너무 날카로워서 훌륭한 생산자의 작품이 아니라면 균형감 맞추기가 힘들다. 하지만 날씨가 관용을 베푼다면 그 청량함과 미네랄감은 어떤 와인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만화, '신의 물방울'에서 섬세한 생굴과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루이 자도(Louis Jadot)'의 마을 단위급 샤블리를 골랐다. 쁘띠 샤블리는 좀 거친 맛이 거슬리고, 프르미에 크뤼 이상은 비릿내를 더 강조하기 때문일 것이다. 굴과 샤블리의 조합은 고전이라 할 수 있다. 잘 만든 샤블리는 어릴 때
마셔도 좋지만, 빈티지에 따라 5~10년까지 숙성 가능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복합적인 맛과 향이 더해간다. 좀 더 위로 올라가 보자. 샤블리 프르미에 크뤼는 다들 예상하듯 맛과 향이 좀 더 복합적이고 우아하다. 앞의 두 종류보다 당연히 값도 더 비싸다. 프르미에 크뤼부터는 헥타르당 50 hl로 생산량 규제가 빡빡해진다.
그만큼 더 집중력이 뛰어난 와인이 생산된다. 가격대 성능비를 생각했을 때, 샤블리, 샤블리 그랑 크뤼 중 단연 최고라 여겨진다.
사진 출처 : avis-vin.lefigaro.fr 하지만 샤블리 프르미에
크뤼는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샤블리 마을에는 프르미에 크뤼라고 에티켓에 붙일 수 있는 지명(Lieux-dits : 위 사진에서는 Fourchaume)이 40여 개 된다. 그런데 이곳은 샤블리 마을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어서 각각 토양의 성질, 햇빛을 받는 경사면 등이 다르다. 그래서 스타일이 꽤나 차이가 나는데, 에티켓을 봐서는 판단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하나 천천히 마셔보는 수밖에 없다. 이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샤블리의 종점은 역시 그랑
크뤼다. 앞서 가성비를 생각하면 프르미에 크뤼가 최고라고 이야기했다. 사실이다. 하지만 가성비는, 안타깝지만, 가성비일 뿐이다. 샤블리의 절정을 맛보려면 결국 7개의 그랑 크뤼를 통해야 한다. 프르미에 크뤼와 달리 그랑 크뤼는 남서향의 한 언덕에 옹기종기 모두 모여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샤블리 최고의 땅이다. 그랑 크뤼는 신이 선택했다고
하던가? 샤블리 모든 지역이 구름에 가려 그늘이 져도, 그랑 크뤼에는 한 줄기 햇살이 내리쬔다고들 한다. 괜히 그랑 크뤼가 아니다. 샤블리 총 생산량의 약
3%에 불과한 이 와인은 10년 정도 숙성시키면 그 복합적인 풍미와 적당히 둥글어진 산도가 입을 기쁘게 한다. 조개관자 요리, 생선구이, 가금류 요리와 함께라면 그 풍성함이 더해진다. 하지만 그냥 와인만 마셔도 훌륭하다. 부르고뉴 고급 화이트 와인은
대부분 오크 숙성 통해 복합적인 향을 더해준다. 하지만 샤블리는 의견이 분분하다. 새 오크를 너무 많이 쓰면 샤블리의 최대 장점, 입에 침이 고이게 만드는 산도와 미네랄감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평론가들은 오크를 안 쓰거나 자제하는 쪽으로 포커스를 맞춘 지 오래다. 그에 따라 소비자의 취향도 움직였고, 결국 생산자도 대세를 따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프르미에
크뤼와 그랑 크뤼 생산자는 새 오크에 와인을 숙성시키지만, 뫼르소를 비롯한 코트 도르에
비하면 그 비율은 현저히 낮다. 뜨거운 여름이 다 가고
있다. 2015년 4월에나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는(그렇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눈부신 햇살을 맞으며 샤블리 한 잔 마셔보자. 해산물 한 접시와 함께라면 이런 호사가 또 없을 것이다. 프랑스 유로저널 박우리나라 기자 eurojournal29@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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