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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와인칼럼
2014.09.02 19:48
박 우리나라의 프랑스 와인 기행 31 : 프랑스 와인 자습서 제4장 부르고뉴(Bourgogne)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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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리나라의 프랑스 와인 기행 31 : 프랑스 와인 자습서 제4장 부르고뉴(Bourgogne) – 4 오늘은 부르고뉴 레드 와인의 노른자위 중 노른자위를 살펴보자. 시작은 샹볼-뮈지니(Chambolle-musigny)다. 예전에 와인 잘 아는 한 지인이 마음에 드는 여성이 생겼으니 함께 마실 와인 한 병 추천해 달라고 했다. 샹볼-뮈지니 중에서. 샹볼-뮈지니는 그런 이미지의 와인이다. 부르고뉴 중에서도 가장 섬세하고 우아한 와인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겹겹의 다양한 층이 있어서 와인 전문가와 이제 막 입문하는 사람 모두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초보자는 그 화려한 향에 압도될 것이고, 전문가라면 그 가녀린 듯하지만 강한 내면과 복합성에 감탄할 것이다. 누가 마셔도 참 맛있다.
사진출처 : www.tempodivin.net 샹볼-뮈지니도 코트 드 뉘의 여느 유명 마을처럼 마을 단위급에서 그랑 크뤼까지 다양한 등급이 있다. 그중 최고의 밭은 샹볼-뮈지니 그랑 크뤼 중 그랑 크뤼, 르 뮈지니(Le Musigny)다. 세계에서 가장 섬세하고 우아한 레드 와인을 마셔보고 싶다면 훌륭한 생산자의 르 뮈지니를 마셔보라.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충분한 예산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샹볼-뮈지니 중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와인은 그랑 크뤼가 아니다. 그 주인공은 '연인들'이라는 뜻의 프르미에 크뤼, 레 자무휴즈(Les Amoureuses)다. 이름부터가 로맨틱하지 않나? 이 와인이 이름 덕을 본 것은 사실일 테지만, 냉정한 와인 세계에서 이름만으로 높은 위치를 차지할 수는 없다. 웬만한 그랑 크뤼 와인 뺨을 시원하게 때릴 정도의 품질이 뒷받침되기에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품질과 대중적 인기가 받쳐 주니, 가격도 그랑 크뤼급이다. 연인과의 잊지 못할 저녁을 원한다면 투자하라. 맛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다음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부조(Vougeot) 마을이다. 부르고뉴 와인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은 정말 대단한 마을이다. 얼마나 대단한지, 이 마을 와인은 대부분 그랑 크뤼인 클로 드 부조(Clos-de-Vougeot)고, 나머지도 죄다 프르미에 크뤼다.
여타 마을에서는 가장 흔한 마을 단위급이 없다. 마을 단위급, 프르미에 크뤼, 그랑 크뤼의 상식적 개념이 전혀 안 통하는 마을이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의 작가, '이자크 디네센(Isak Dinesen)'이 쓴 소설 '바베트의 만찬'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클라이맥스는 프랑스 유명 레스토랑 출신의 요리사가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시골의 청교도 신자들에게 최고급 식사를 대접하는 장면이었다. 그 식사와 함께 내놓은 와인이 클로 드 부조였다. 프랑스 식탁에서 이 와인이 차지하는 위치를 잘 말해주는 장면이다.
부르고뉴 그랑 크뤼의 상당수는
언덕 7, 8부 능선에 있다. 일조량과 배수의 장점 때문이다.
그런데 클로 드 부조는 도로 바로 옆 평지다. 면적은 50ha로 부르고뉴 치고 굉장히
크다. 그 넓은 밭의 한쪽은 D974 도로와 맞붙어 있어서 토질이 떨어지고, 도로에서 먼 쪽 밭은 다른
그랑 크뤼인 그랑-에세죠(Grands-Échézeaux), 뮈지니와 맞닿아 있으니 의심할 여지 없는 최상급 땅이다. 그리고 클로 드 부조에는 70명 이상의 생산자가 와인을 만든다. 천차만별의 토질과 생산자. 편차가 굉장히 심할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별로 안 좋은 땅에서 실력 없는 생산자가 만든 클로 드 부조는 무늬만
그랑 크뤼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르고뉴 어떤 마을보다 생산자의 명성이 중요하다.
부르고뉴 와이너리 방문할
때 단 한 마을만 가야 한다면 어디로 갈 것인가? 필자라면 주저 하지않고 본
로마네(Vosne-romanée)로 향할 것이다. 자타공인 부르고뉴 레드 와인의 정점이다. 부르고뉴 각 마을 와인의 장점을
합쳐 놓은 것 같다. 만약 당신이 본 로마네 탑 클래스 생산자의 와인을 맛보고도 감흥이 없다면, 단언컨대, 전 세계의 어떤 피노 누아
품종도 당신을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다.
아니면 그날 당신의 코가 심하게 막혔거나.
와인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DRC의 '로마네-콩티(Romanée-Conti)', 만화 '신의 물방울'에서 꽃밭으로 묘사한 '리쉬부르(Richebourg)',
'무라카미 류'의 소설 '와인 한 잔의 진실'에 등장하는 '라 타슈(La
Tâche)', 그 외에도 '라 로마네(La Romanée)', '로마네-쌍-비벙(Romanée-Saint-Vivant) 등 주옥같은 그랑 크뤼가 밀집된 곳이 이 마을이다. 예전에 한 친구가 고급 와인
사는 것을 도와주려고 부르고뉴의 유명 캬비스트에 간 적이 있었다. 그 친구는 쉼호흡을 한 번
하고는 캬비스트 주인에게 DRC의 리쉬부르를 달라고 했다. 하지만 주인장의 대답은 이랬다. "운이 좋으시네요. 지금 주문하면 내년 이때쯤 받을 수 있습니다." 값도 비싸지만, 사고 싶다고 다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코트 드 뉘의 종착역은
뉘-쌍-조르쥬(Nuits-Saint-Georges)다. 코트 드 뉘의 뉘(Nuits)가 바로 이곳이다. 이 유명한 마을은 이상하게도 그랑 크뤼가 없다. 이렇게 강건하면서도 섬세한
맛이 훌륭한데 왜 그랑 크뤼가 아닐까?
1930년대 뉘-쌍-조르쥬의 생산자들은 자신의 밭이
그랑 크뤼가 되어 높은 세금 내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다. 덕분에 지금도 그 품질에 비해
가격이 착한 편이다. 물론 유명 생산자의 훌륭한 프르미에 크뤼는 다른 마을의 그랑 크뤼만큼
비싸기도 하다. 그래도 코트 드 뉘의 메이저 마을 중에서는 싼 편이다.
많은 사람이 코트 드 뉘
레드 와인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을 가을이라고 한다. 오늘 배운 마을의 와인 한
병을 준비해서 소중한 사람과 마시자. 굳이 특별한 날에 마시려고 기다릴 필요는 없다. 소중한 사람과 그 와인을 마신다면, 그 날이 분명히 특별해질 테니까. 프랑스 유로저널 박우리나라 기자 eurojournal29@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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