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EU 회원국인 것을 포기할 수 있을까?

영국이 EU 회원국인 것을 포기할 수 있을까?

2013년1월에 보수당 카메론 총리 정부는 내년에 있을 총선거에서 보수당이 다시 이기면 영국이 EU에 남아 있을지 아니면 탈퇴할 것인지를 국민투표에 붙인다고 선언했다. EU에서 영국 정부에게 요구하는 여러 가지 법률 및 금융관련 사항 및 UKIP (UK Independence Party) 정치당의 최근 인기몰이 등이 그러한 결정에 작용했을 것이다. 최근 언론조사에 의하면 영국 주민들은 반반인 것 같다.

우선 탈퇴를 지지하는 이들의 소위  “불만” 들을 나열 해 보기로 한다. 크게 보면, 첫째, EU의 여러 가지 규제로 인해 영국의 비EU상대의 대외무역 및 사업에 많은 제재가 가해진다. 둘째, EU시장 자체가 영국기업들에게는 큰 기회를 제공하지 못한다. 셋째, 회원국으로서 EU에게 지급하는 예산 (GDP의 0.5% 안팎)이 너무 크다. 넷째, 동구권에서 온 이민자들 때문에 자국민들은 취업기회 상실 및 사회/복지 비용 (NHS 등)을 공동 분담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마지막 이유가 정서적으로 영국의 일반 서민들을 자극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표면적인 이유들 때문에 탈퇴가 더 이롭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경제적 측면으로 본다면 영국이 EU회원국을 포기할 경우 영국 경제와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으로 현재 영국이 EU의 수혜자이지 피해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Export volumes to EU and non-EU countries

Source: Office for National Statistics

숫자를 보면 일단 영국이 EU국가들에게 수출/무역하는 것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것은 상대적으로 비 EU국가들을 향한 수출이 늘고 있어서 그렇다. 예를 들어, 2011년말부터 스위스에 일년간 수출이 116% 증가 했으며 2007년1분기 이후 그리고 2012년말부터 중국과 한국에 대한 수출은 각각 226%와 195% 증가 했다. 인도를 향한 수출도 83% 증가했다.

세계화가 가속화 되면서 신흥시장과의 무역이 증폭되고 있어 선진국 (예 EU국가들)과의 교역량 보다 더 큰 비중을 갖게 되는 것은 불가피한 사실이다. 예를 들어 신흥국 중고 소득층의 영국의 프리미엄 제품 구매량의 비중은 점점 커질 것이다. 

요즈음 명품 가게에 들어 가게 되면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점원을 자주 보게 된다. 또한 EU 국가들이 아직도 불경기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실질 GDP는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기 때문에 그 차이는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파운드가 유로 대비 절상한 것도 구매력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결국, 대외 무역 측면에서 여러 EU 규제 및 제한들을 충족시키기 보다는 제재가 덜 까다로운 신흥시장이 영국 입장에서는 더욱 더 매력적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역의 내용을 보면 영국이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EU국가는 독일과 화란뿐이며 나머지는 대부분 흑자이다. 또한 물품 관련 수출은 감소를 보이는 반면 서비스 관련 부분은 오히려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가 있다.  

영국이 외국으로부터 받는 외국인 직접 투자의 (FDI: foreign direct investment) 가장 큰 부문은 서비스 산업이다 (전체FDI의 60%). 이전 칼럼에서 저술 했듯이 영국의 주요 산업은 이제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 산업이며 금융만 보더라도 영국은 EU로 인해 이득을 취득하고 있어 이로 인해서 꺼꾸로 많이 노출이 되어있다. 런던 금융씨티는 EU에서 금융중심이며 가장 큰 금융 도매시장이기 때문에 EU를 떠나 EU에서 활동을 할 경우 많은 감시와 규제를 받을 수 밖에 없으며 대출, 트레이딩 등 주요 사업에 악영향을 미친다.

출처: Daily Telegraph

EU 국가들 중 영국이 외국인 직접 투자 대상 중 가장 큰 수혜자이다. 참고로 투자를 제일 많이 하는 국가는 미국이다. 영국이 개방적인 시장 및 잘 발달된 자본 시장이 있다는 것은 외국인 직접 투자를 받는데 에 있어서 EU 회원인 것과 별 상관관계가 없는 것 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만약 회원국이 아니었으면 외국인 입장에서 단일 시장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EU로부터 여러 무역 장벽을 직면하면서 까지 그렇게 영국을 거점으로 이용할지 의문이며 그 투자량이 예전과 같을지는 더더욱 의문이다.

또한, 물품 관련 무역이 감소한다고 해도 만약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EU규칙을 준수하지 않는 이상 EU시장에 수출을 못 하게 된다. 노르웨이 등 소수 국가들이 EU가 아닌 선별적인 회원 즉European Economic Area (EEA)의 회원이 되어 EU 시장에 진출이 가능하지만 EU가 제시하는 모든 규칙과 규제를 준수 해야 되기 때문에 결국 똑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

다른 방안으로 별도의 FTA 체결 또는 WTO산하에서 무역을 추진 할 수는 있지만 비슷한 문제를 직면하게 된다. 또한 무역정책에 관해서 더 이상 발언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예전과 같은 교섭력이 없어져 정책 설립 및 미래방향에 대해 영향을 못 미치고 따라가는 입장이 된다. 일반적으로 물품에 관련한 관세는 무역협정을 통해 철폐하기 쉽지만 서비스 등 무형 산업들은 시간과 철저한 검토를 요하게 되기 때문에 서비스 산업에 중점을 둔 영국으로서는 과제가 더 많아 질 수 밖에 없다.

노동시장과 동구권에서 온 이민자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이민자들로 인해서 임금인하 및 영국인들의 고용 저해를 초래한다는 근거는 찾기가 어렵다. 그리고 고급인력은 생산력 향상과 임금 상승에도 도움이 된다. 취업한 이민자들은 실제로 영국 정부로부터 받는 보조 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기 때문에 영국정부의 재정에도 도움이 된다. 

더구나 영국도 점차적으로 고령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는데 고급인력의 유입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온다. 꺼꾸로, 영국인의 관점에서 대 EU 이민/거주 흐름을 보면 180만명의 영국인들이 자유롭게 EU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는 영국인들에게 더 많은 직업/거주와 선택의 폭을 가져다 주는 것을 볼 수 있다. 영국인들 중 40만명 이상이 프랑스 또는 스페인에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 되고 있다.

결국, 영국이 현재 EU의 회원국이기 때문에 자국의 무역과 외자 투자의 활성화를 초래해 경제적으로 수혜자인 것을 부인하기 힘들다. EU를 탈퇴하면 예전만큼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개별적 국가들과 별도의 무역협상을 하여 예전과 같은 수준의 무역을 할 수 있는 상태까지 가더라도 소요되는 시간과 자원을 감안하면 회원국을 탈퇴하면서 까지 과연 어떤 큰 혜택을 얻게 될 수 있는지 다시 생각 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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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CSFB, Rothschild, Lehman Brothers에서 10년 이상 서울, 뉴욕, 홍콩에서 investment banking 근무

현재는 런던 소재 국제금융기구인 유럽개발부흥은행(EBRD)에서 30개 이상 국가에 있는 금융기관에 투자 업무 담당. 터키와 러시아 회사 사외이사도 겸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일본 게이오대 MBA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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