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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2014.11.08 08:12
김영상박사 초청강연회와 하이델베르크 한글학교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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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상박사 초청강연회와 하이델베르크 한글학교의 일상
올해 창립 27주년을 맞는 하이델베르크한글학교는 지난 10월 25일 학부모들이 주최하는 '김영상박사 초청강연회'를 열었다.
유학을 와서 결혼을 하게 된 반 수 이상의 학부모들은 외국에서 자녀를 훌륭하게 키우고 동시에 자신의 삶을 성공적으로 이끈 한국분을 모셔 삶의 지혜를 나누며 현 시대의 새로운 국면을 직접 청해 듣기로 의견을 모았다.
작년 11월에는 처음으로 '정신대 증언집' 번역일에 참여하셨던, 사십여년전에 유학을 오신 예술사박사 양귀분선생님을 모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현실태와 우리의 자세에 대해 논의를 했다.
바덴 뷔템베르크의 학사일정에 따라 토요일에 수업을 하는 하이델베르크한글학교는 유학생가족이 있는 관계로 유동인구가 늘 있기 마련이며 현재 열 아홉 가족이 모여 한글수업에 전념하고 있다.
학생들이 수업에 들어 가 조용해지면 학부모실에는 커피향이 번지고 계절에 따라 명이나물떡, 집에서 만든 인절미, 훌륭한 솜씨의 케익 등이 선 보인다. 동네 우물가에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가 구수하게 웃음 소리에묻어 날 때 언제나 책상배열의 맨 뒷줄에는 엄숙하게 책을 읽고 계시는 두 학부모님도 계신다. 때로 교실이 떠나갈 듯 웃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독서삼매경에 든 이 분들이 느닷없이 웃음을 터뜨리는 것을 보면 실제로 이 토요일의 넉넉한 분위기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빈교실과 아늑한 자료실이 있으므로 언제든지 중요한 문서처리등 논문을 쓰는 학부모는 조용히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이 소란스러운 즐거움은 자녀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하는 학부모에겐 더욱 각별한 시간일 것이다.
자녀가 한글 수업에 들어가 있는 이 시간을 이용하여 작은 동네에 사시는 분들은 생일선물등을 사러 하이델베르크시의 명동으로 다녀오기도 한다. 고운 자태의 하이델베르크에 토요일 마다 와서 눈 부신 사 계절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일도 당연히 한 몫을 하리라 한다. 이렇게 중요한 우리 시간을 모아 지난 주엔 강연회를 청하여 듣게 되었다.
자서전 ' C – Ration ' 은 독일어로 2007년에 발간 되었으며 한국어로 번역된 책의 소개가 '신문'에 실렸을 때 한글학교 도서용으로 구입을 문의 하면서 조심스럽게 강연회의 문의를 드리게 되었다. 흔쾌히 책 두권을 한글학교 앞으로 선물로 보내주시고 팔십을 넘은 연세에도 여전히 바쁘신 일정을 피해 강연회 날짜를 정하게 되었다.
열살 연하의 고운 독일인 사모님과 기차를 타시고 토요일 오전에 하이델베르크에 오셨다. 파스텔풍의 청녹색 니트를 함께 입으셨는데 소위 요즘 젊은이 사이에 유행하는 커플 티셔츠 센스가 매우 보기 좋았다.
한글학교 학부모님들은 집에서 케익을 구워 오시고 과일등을 책상위에 아름답게 올려 놓았으며 시간이 허락하면 동영상을 볼 수 있도록 비머를 조절해 놓았다. 유감스럽게도 많은 질문이 연이어지고 충분한 시간이 되지 못하여 동영상은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되었다. 교민 사회에서 강연회를 갖는다는 일이 매우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수 년전 행사를 보고 뼈저리게 느낀 적이 있다. 부연 설명이지만 해외에 사는 우리는 한번 쯤 알고 넘어 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간략히 서술하고자 한다.
1980년대에 젊은이를 위시하여 존경의 대상이던 시인 H씨를 하이델베르크 시립도서관에 모셔 낭독회를 열었다. 매우 큰 공간에 의자를 이백여개 줄을 맞추어 세워 놓았다. 그러나 어찌 된 영문인지 관객은 늦게 오신 분 까지 합하여 일곱명이었다. 그 분은 첫 마디를 이렇게 시작하셨다 “ 우리는 진정으로 '시'를 나누고자 이 카타콤베에 모였습니다.“ 모두들 씁쓸하게 웃었다. 그 당시 대학총장이셨던 이 분을 모시는 교민의 예의가 말이 아니었다. 따라서 낭독회가 끝나면 자리를 옮겨 식사를 대접하며 저명한 시인의 개인 이야기를 청해 들을 꿈은 사라지고 쓸쓸히 흩어져 버리고 말았다.
한글학교라고 다른 세상이 아니므로 강연회의 청중이 갑자기 나타나지 않으면 일을 진행하는 책임자는 난감해지는 것이다. 하이델베르크 교민의 의식수준이 낮아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누군가 말했으며 그 시각에 한인들이 하는 다른 행사가 있었다는 후일담은 아무런 소용도 없이 일그러진 역사의 한 장면으로 남는 것이다.
외국에 사는 우리에겐 기본적으로 한국의 위상을 챙겨야 하는 일이 있다. 자녀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면 저절로 이해가 될 것이다. 한글학교는 가을방학이 시작 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이 자리를 해 주셨다.
책의 제목인 ' C – Ration ' 은 전쟁시 미군들에게 공급하는 하루 식량 분을 포장한 박스로 쵸콜렛과 통조림, 담배등이 들어 있다. 한글학교 강연회실에 들어 오시자 시계를 보시더니 학부모이자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한국학을 강의 하시는 Knoob씨에게 도움을 청하여 큰 한국지도를 보기 편한 곳에 붙이셨다. 우선 삼팔선이 생기기 이전의 남북한 도시를 손으로 가리키며 재확인을 시켜 주셨다. 튼튼하게 생긴 독서대를 가방에서 꺼내어 책을 비스듬히 세우고 낭독을 시작하셨다.
개성에서 한국전쟁을 맞아 만으로 십팔세의 나이에 미군부대에 혼자 들어가 일자리를 요청하면서 전쟁에 발을 들여 놓았다. 그 당시 또래의 친구들은 '긴급장교 양성소'에서 처음에는 3개월 그 후에는 점차 짧은 1개월의 훈련을 받았고 경험 없는 초병으로 싸움의 앞장을 세웠으므로 모두 전장에서 사라졌다. 순간 순간 정확한 판단으로 이어지는 놀라운 이 분의 삶을 책 한권에 담는다는 것은 불가능해보인다.
Stuttgart 공과대학 에너지연구소 연구원으로, 재독한국과학기술자협회 회장으로 여러 일을 하시다가 정년 퇴직이 된 후에 담담하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자신에게 묻게 되었다. 수필을 쓰기 시작하셨으며 한국에 남아있던 지난 세월의 열 두권 일기장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그리하여 2001년 독일어 자서전이 나오게 되었다.
독일어로 표현을 할 때에는 독일 음악을 들으며 이 곳의 정서에 유념하여 글을 쓰셨으며 또한 한국어로 쓰게 될 때에는, 정확히 번역에 즈음해서는 남북한의 음악을 들으며 보다 감정이 풍부하도록 문화의 차이를 견제하며 글을 쓰셨다고 하신다. 지금까지 한국전쟁에 관한 많은 소설을 보아 왔지만 직접적인 상황묘사는 박완서씨의 '엄마의 말뚝' 이래로 진정 피부에 와닿는 생생함이 이 책에 있다.
1970년대에 사모님과 일년여 한국에 머무셨다고 하신다. 사업에 관련된 프로젝트가 시작되지 않아 일찍 독일로 돌아오시게 되었는데 부모형제가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으리라 하신다.
여러 다른 이유로 북한에 세번 가셨으며 2003년 이산가족 상봉으로 53년 만에 막내동생을 만나 보셨다. 하고 싶은 말을 나눌 수 없는 분위기를 인정해야 했으며 우리 보다 십년 이상 수명이 짧은 북한의 의료혜택수준은 매우 열악하여 노인층을 찾아 보기 힘들었다고 하신다.
이윽고 질문의 시간이 되자, 자서전에 등장하는 여인을 , 그 후에 실제 만나 보셨느냐는 질문에 모두 웃음과 참을 수 없는 호기심으로 답변을 기다렸다. 우리들이 매우 짖굿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량의 책을 가져 오셨으므로 모두 팔리고 우편으로 신청을 하기로 했다. 독일인남편에게 이 책을 선물하는 것은 한국을 가슴으로 알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어느날 자녀가 커서 한국전쟁에 관해 물을 때 아빠가 전장에 다녀오기라도 한 것 처럼 설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유아반에 자녀를 두신 학부모 김미화씨는 중국 심양에서 교육을 받을 때 한국전쟁은 미국과 남한이 침략했다고 배운적이 있다 하셨다.
오래된 일기장을 버리기 전에 소중했던 장면을 모아 놓은 듯한 , 누군가에게 밤 새워 자신의 삶을 얘기한다면~~ 지금 눈 앞에 흐르는, 바로 이 시간 처럼 흘렀던 한국전쟁의 시간들을 진한 안개속에서 머리에 맺히는 물방울 처럼 투명하게 쓴 책이다. 계속 이어지는 질문을 마무리 하고 한글학교 학부모님의 서명이 들은 감사카드와 교장이 찍은 사진 한점을 넣은 액자를 선물로 드렸다. 강연회가 매우 기쁘고 만족하게 되었다고 메일을 보내 오셨다. 집에 무사히 돌아가셨느냐고 학교측에서 먼저 문안인사를 해야 하는데 한발 늦었다... 책의 문의처 메일을 올립니다. yohngsang@googlemail.com (글과 사진: 김 인 옥 교장 www.inock.de)
독일 유로저널 오애순(mt.199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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