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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30 19:09
일상생활을 통해 본 유럽통합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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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을 통해 본 유럽통합 (6) 지난 호에서는 외교와 국방, 내무.법무분야에서의 협력과정을 설명했다. 단일시장과 단일화폐를 이룬 경제통합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국가주권의 핵심인 외교와 국방 등에서도 각 회원국이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음을 알았다. 이번 호에서는 회원국 확대 전반과 동구권 확대에 대해 알아보자. 계속된 확대 지난 2004년 5월1일. 중동부유럽의 10개국가 (체코,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발트3개국-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키프로스, 몰타)가 유럽연합에 가입했다. 이로써 유럽연합의 회원국은 15개국에서 25개국으로 늘어났다. 50년 넘게 계속된 유럽통합사에서 10개국이 한꺼번에 가입한 예는 이 때가 처음이었다. 또 앞으로도 이처럼 많은 국가가 한번에 가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유럽연합의 동구권 확대이전에 이루어진 확대과정을 간단하게 설명한다. 지난 2회와 3회에서 유럽통합사를 약술한 바 있다. 1952년 출범한 석탄철강공동체와 1958년 출범한 경제공동체 모두 6개나라가 회원국이었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베네룩스 3국-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1973년에 영국과 아일랜드, 덴마크가 추가로 가입, 당시 유럽공동체는 9개 회원국으로 늘어났다. 노르웨이는 가입조약을 체결하고 국민투표를 실시했으나, 거부돼 가입하지 못했다. 이어 1981년 그리스, 1986년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가입, 12개 회원국이 됐다. 1990년대초 소련이 붕괴하자 오랫동안 중립노선을 걸어왔던 오스트리아, 스웨덴, 핀란드가 추가로 가입, 15개 회원국이 됐다. 노르웨이는 이들 3개나라와 함께 가입조약을 체결하고 국민투표를 실시했으나 또 다시 노르웨이인들은 유럽연합 가입을 거부했다. 가입절차는 비교적 단순하다. 회원 가입을 희망하는 나라는 기존 회원국 장관들의 모임이자 주요정책 결정기구인 각료이사회 (Council of Ministers)에 가입신청서를 제출한다. 각료이사회는 행정부역할을 하는 집행위원회 (The Commission of the European Union)에 가입후보가 유럽연합 회원국 자격이 있나 의견을 구한다. 집행위원회는 후보국의 정치와 경제 등 각 분야를 치밀하게 분석, 가입협상을 가부를 각료이사회에 통보한다. 이 과정에서 유럽의회의 의견도 듣는다. 각료이사회는 집행위원회와 유럽의회의 견해를 참고, 만장일치로 가입협상 개시를 결정해야한다. 만약에 한 나라도 반대를 하면 가입협상이 시작되지 못한다. 오랜 가입협상을 통해 후보국과 기존 회원국간에 가입조약이 체결된다. 또 유럽의회도 후보국의 가입을 비준해야 한다. 유럽의회가 거부하면 회원국이 될 수 없다. 후보국과 기존 회원국에서 모두 의회의 비준을 거쳐야 한다. 혹은 후보국이나 기존 회원국에서 국민투표가 실시될 수 도 있다. 이런 관문을 통과하면 정식으로 회원국이 된다. 따라서 이런 모든 과정을 감안하면 회원가입신청에서 정식가입까지 최소한 몇년이 걸린다. 여러가지 문제를 수반하는 확대 얼핏 단순하게 보이는 회원국 확대는 이면을 들여다보면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가 얼켜있다. 확대에 따라 경제,정치, 제도 등 각 분야의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1975년 가입신청을 내, 1981년 가입한 그리스의 예를 들어보자. 당시 유럽공동체 9개 회원국과 비교, 그리스의 1인당 국민총생산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국민의 30%가 농업에 종사했다. 유럽공동체는 회원국 농민들이 생산하는 농작물의 가격을 보장해주는 공동농업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그리스가 가입할 경우 경제력이 미비하고 농민의 수가 많아 기존 회원국에 부담이 됐다. 유럽공동체의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그리스 농민을 위해 많은 지원을 해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시 유럽공동체 집행위원회는 그리스의 가입신청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분석을 각료이사회에 올렸다. 그러나 독일이 주축이 된 기존 몇몇 회원국은 정치적 측면에서 그리스의 공동체 가입을 허용했다. 즉 수십년간 계속된 독재정권을 축출하고 갓 출범한 민주정권이 유럽공동체에 가입하면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공고화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인구가 4천만명이 넘고 올리브와 포도 등 지중해성 작물을 많이 경작하는 스페인의 경우 프랑스 농민에 크게 위협이 됐다. 스페인 농민들이 공동농업정책의 가장 큰 수혜자인 프랑스와 거의 비슷한 작물을 많이 재배, 경쟁자가 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프랑스는 스페인의 공동체 가입을 수년간 거부했다. 스페인은 그리스보다 2년뒤인 1977년에 가입신청을 냈지만 이 때문에 5년 뒤늦게 1986년에 회원국이 됐다. 또 스페인 국민들이 복지 수준이 높은 독일이나 프랑스 등으로 대거 이동할 우려도 제기됐다. 단일시장이기 때문에 노동력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가입조약에서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7년이 지난 1993년에야 기존 회원국에 자유롭게 정착하거나 직업을 구할 수 있다는 조항을 수용했다. 한 회원국가입이 공동체나 기존 회원국에 정치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영국은 원래 1961년에 유럽공동체에 가입을 신청했다. 그러나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은 1969년 대통령에서 물러날 때 까지 영국의 가입을 거부했다. 친미성향의 영국이 유럽공동체에 가입할경우 프랑스의 외교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외교정책의 기조는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을 자국이 유럽공동체에서 지도자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견제하려는 드골주의이다. 영국이 가입하면 유럽공동체를 친미쪽으로 몰고갈 것을 우려했다. 반면에 국토가 분단되고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고 있던 독일의 경우 영국의 가입을 환영했다. 또 공동체 기구에 미치는 제도적 영향도 크다. 각료이사회의 경우 회원국이 늘어날수록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하기가 쉽지않다. 6개회원국일때와 15개 회원국일때의 경우를 비교해보자. 각 회원국의 정책과 입장차이가 다를 수 있다. 이럴 때 어떤 의사결정규칙을 적용, 결정을 내릴 것인가? 무슨 문제를 만장일치로 하고, 무슨 안건을 다수결로 채택할 것인가? 아주 복잡한 문제이다. 물론 회원국이 늘어나면 당연히 기존 회원국에게 이점도 있다. 단일시장이 커져 수출을 더 많이 할 수 있다. 또 유럽공동체/유럽연합이 전체적으로 덩치가 커지고 경제력이 신장돼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코펜하겐 가입조건’과 동구권 확대 1989년 11월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 까지 동구권은 전혀다른 ‘유럽’이었다. 비록 서유럽과 마찬가지로 그리스와 로마 유산을 공유하고, 기독교를 신봉했지만 2차대전이후 철의장막에 가려 공산독재에서 신음했다. 베를린 장벽붕괴이전에 서유럽 각 국은 동구권이 다시 ‘유럽’으로 돌아올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장벽붕괴이후 사정은 달라졌다. 동구권 여러나라가 유럽연합에 가입을 신청하자 기존회원국은 엄청난 규모의 어려움에 직면했다. 위에서 설명한 확대과정에서 적게는 한 회원국, 많게는 보통 3개 회원국이 가입했다. 그러나 중.동부유럽의 경우 8개나라, 그리고 키프로스와 몰타를 합해 10개 나라가 회원가입을 신청했다. 10개 나라가 가입할 경우의 정치,경제, 제도적 여파를 한번 생각해보면 기존 회원국과 집행위원회가 직면한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다. 또 다른 근본적인 문제는 중.동부 유럽의 각 국이 중앙집권적인 계획경제를 버리고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었다. 또 1인당 국민총생산을 기준으로 한 생활수준도 기존 회원국의 1/6~1/7정도에 불과했다. 따라서 유럽연합은 중.동부유럽의 회원가입에 대해 단계적인 정책을 실시했다. 우선 1993년 유럽협정이라는 준회원국 협정을 체결했다. 중.동부 유럽 각 국에 대해 낮은 관세율을 적용, 수출 확대의 길을 터주었다. 또 기존회원국과 중.동부 유럽 후보국가의 장관과 고위 관료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정치적 문제를 논의했다. 1993년 6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럽연합 정상회담에서 동구권 가입조건을 확정했다. 약술하면 정치적 민주화, 시장경제를 확립해야 유럽연합에 가입할 수 있다 (‘코펜하겐 가입조건’). 민주주의 제도확립, 인권보장과 소수민족보호, 시장경제가 제대로 기능하고 기존 유럽연합 정책을 수용, 이행할 수 있어야 한다. 2004년 5월1일 가입한 10개 회원국은 집행위원회와 정기적으로 만나, 이 조건의 충족여부를 보고하고 점검받았다. 결국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1989년 11월부터 거의 15년이 흘러 유럽연합의 회원이 되었다. 이로써 유럽연합은 인구 4억5천만명에 세계 총생산의 21%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경제블록이 되었다. 많은 중.동부유럽의 국민들이 기존 회원국으로 몰려들 것을 우려, 독일과 프랑스 등 기존 회원국들은 보통 5~7년간 신규 회원국 국민의 자유이동을 제한했다. 반면에 시장기능을 중시하는 영국은 신규 회원국 시민들이 영국으로 와서 등록만 하면 자유롭게 일할 수 있게 했다. 이미 10만명이 넘는 폴란드인들이 영국으로 와서 일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확대는 계속된다. 유럽연합은 지난 4월 루마니아 그리고 불가리아와 가입조약을 체결했다. 두 나라 모두 의회비준을 거쳐2007년 1월에 유럽연합에 가입할 예정이다. 또 유고내전 당시 전범체포에 적극적이지 않아 가입협상이 연기된 크로아티아와도 가입협상이 개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25개 회원국은 오스트리아의 반대로 격론끝에 터키와도 가입협상을 시작했다. 유럽연합은 발칸반도에 있는 알바니아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마케도니아, 세르비아-몬테네그로도 이웃으로 지정, 지원해주고 있다. 몇년이 지난후 이들 국가와도 가입협상이 개시될 것이다. 다음 호에서는 터키가입이 왜 그렇게 논란인가를 분석해보자. 안병억 (케임브리지대학교 유럽통합전공 박사과정 anpy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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