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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공연 차 방문했던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우연히 만난 소중한 인연이 있다. 공연이 일요일 저녁이어서 낮에 더블린 한인교회를 방문했는데, 마침 이날 예배는 더블린 한인교회에 출석하는 한 여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주인공은 노선영 작가, 1987년 생으로 그녀는 선천성 청각장애로 태어났으나 장애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꿈을 꾸면서 자신의 책까지 출간한 작가가 되었고, 지금은 더블린에서 유학 중이었다.

 

노선영 작가는 CBS강연프로그램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에서 '도전하는 열정에 장애는 없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는데, 이날 예배 시간에는 본 강연 영상이 상영되었다. 나는 그전까지 노선영 작가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으나, 그녀의 강연 영상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지고 콧날이 시큰해졌다.

 

한국에서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겪는 것처럼 노선영 작가 역시 어린 시절에는 자신의 장애로 인해 힘든 시절을 보냈다. 게다가 그녀는 어머니의 권유로 장애인 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 진학하여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다고 한다.

 

그녀의 사연들 중 같은 반 친구들을 생일잔치에 초대했는데 아무도 초대에 응하지 않았다는 얘기는 너무나 마음이 아프면서 또 우리 사회를, 그리고 나 자신을 반성하게 했다. 어쩌면 나 또한 어렸을 적에 우리들과 다르다는이유 만으로 그 누군가에게 그런 상처를 주었을 것이기에.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가 세상과 당당히 맞서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렇게 일반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여기셨고, 그녀가 자신의 장애를 최대한 극복하고 꿈을 향해 전진할 수 있도록 교육하셨다.

 

청각장애는 어쩔 수 없이 언어장애를 동반하게 되는데, 노선영 작가 역시 처음에는 말을 할 수 없었으나 치열한 노력 끝에 거의 일반인처럼 말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고, 그 외에도 국토 대장정과 같은 일반인들도 쉽지 않은 일에 도전하였으며, 그 누구보다 깊은 울림을 지녔을 그녀 내면의 소리를 글로 표현하는 작가가 되어 그녀의 사연을 담은 보이는 소리 들리는 마음이라는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더블린에서의 그 짧은 만남 이후 마침 런던을 방문한 그녀를 다시 만나 함께 식사를 하면서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어쩌면 그 누구보다 부정적인 자세로 삶을 살았을 수도 있었을텐데, 그녀는 그 누구보다 긍정적이었고 에너지가 넘쳤으며 꿈을 꾸고 있었다.

 

음악을 너무나 사랑하는 나로서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다는 게 과연 어떤 것일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아서 조심스레 그녀에게 물었더니 TV 볼륨을 완전이 줄여놓고 TV를 보는 느낌일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또 그렇게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기에 그만큼 굳이 안 들어도 될 소리, 특히 사람들의 악한 마음에서 나오는 말들을 안 들어도 되니, 그런 점에서는 또 좋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함으로 인해 찾아오는 고요 속에서 더 많은 생각과 느낌들을 가질 수 있고, 또 그래서 그녀의 글은 너무나 순수하면서도 깊이가 있었다.

 

특히 세상과 사람들을 바라보는 그녀의 순수한 시선은 부럽기까지 했다. 나 역시 글을 쓰고 노랫말을 쓰는 사람으로서 언제부턴가 그렇게 순수한 시선이 조금씩 탁해져간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그녀가 말하는 법을 익히기 전 어린 시절, 그녀의 친구가 그녀를 따라서 수화를 하는 것을 보고는 그 친구의 어머니가 그녀와 놀지 못하게 했다는 사연을 들으면서 어쩌면 진짜 장애를 가진 것은 노선영 작가가 아니라 바로 우리들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가 지닌 청각장애보다 우리들이 가진 마음의 장애, 즉 우리와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차갑고 삐뚤어진 시선이야말로 정말 치료가 필요한 장애가 아닐까?

 

아쉽게도 우리 한국 사회는 아직 그렇게 나와 다른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도, 사람들의 공감대도 형성되지 못했다. 노선영 작가의 경우는 어머니의 가르침과 본인의 특별한 노력으로 이렇게 바르고 아름답게 성장하여 당당히 자신의 커리어를 이루었지만, 아마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피해서 어디선가 그늘진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노선영 작가는 장애인들이 그렇게 그늘진 삶을 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세상을 바꾸고자 한다. 그녀의 아름다운 꿈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노선영 작가는 내가 지금까지 만나본 가장 아름다운 사람 중 한 명이다.

 

30.jpg

 

노선영 작가 블로그: http://blog.naver.com/sould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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