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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을 통해 본 유럽통합 (30)
   유럽의회 (European Parliament)

       지난 호에서는 유럽연합 주요 기구인 집행위원회를 분석했다. 조직과 임무, 통합과정에서의 역할 등을 설명했다.
       집행위원회 위원장의 리더십과 비전이 유럽통합의 발전과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자크 들로르 집행위원장의 예를 들며 상술했다.
       이번에는 유럽의회를 다룬다. 조직과 임무는 무엇이고 통합과정에서 무슨 역할을 수행해 왔는가?
     우선 유럽의회가 하는 일을  예를 들어본다.

       실례 1) 주제 마누엘 바로수 (José Manuel Barroso)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2004년 6월 유럽정상회담에서 회원국 수반들이 합의함에 따라 위원장으로 추천을 받았다. 이어 유럽의회는 바로수 위원장의  취임을 승인했다. 각 국이 추천한 집행위원의 업무를 조정하던 그는 내무.법무 분야의 집행위원으로 이태리의 로코 부티글리오네를 지명했다. 그러나 유럽의회의 기본권위원회는 이태리 지명자가 극우로 동성애권익과 여권에 매우 반대한다며 그를 거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조약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집행위원 전체의 임명을 거부할 수 있을 뿐이고 개개인 임명을 거부하지 못한다. 바로수 지명자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고 이태리 정부도 자국 인물을 집행위원으로 밀어부쳤다. 결국 11월 유럽의회는 힘을 행사했다. 이태리 지명자의 임명을 거부한 것이다. 당시 몇몇 영국 언론은 유럽연합의 위기라고 과장보도했다. 유럽의회가 집행위원 개개인을 거부, 조약을 위반한 셈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이를 통합사에 아주 중요한 일로 간주했다. 전호에서 소개한 집행위원회, 유럽정상회담과 각료이사회에 가려 별로 힘을 쓰지 못하던 유럽의회가 파워가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결국 바로수 위원장은 다른 인물을 내무.법무담당으로 교체, 유럽의회의 승인을 받았다. 이처럼 유럽의회는 조약에 규정된 범위를 벗어나 권한을 행사했지만 집행위원회와 회원국이 이를 수용했다.

       실례 2) 2005년 12월 15-16일 열린 유럽연합 정상회담에서 2007-2013년 중기예산안이 합의됐다. 회담 이튿날 자정이 넘어 겨우 타결됐을 정도로 회원국간의 의견차가 매우 컸다. 합의된 재정전망은 원래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액수보다 엄청나게 삭감이 되었다. 집행위원회는 25개 회원국 국민총소득의 1.24% 정도인 1조 유로가 넘는 돈을 7년간 예산총액으로 제안했다. 그러나 유럽정상회담은 이를 대폭 삭감, 국민총소득의 1.045%에 불과한 8천6백억유로로 결정했다. 예산안을 심의하고 확정하는 권한이 있는 유럽의회는 지난 1월 현 상태로의 예산안이 유럽연합의 업무를 수행하는데 지장이 있다며 예산승인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집행위원회와 상반기 유럽정상회담과 각료이사회 순회의장국인 오스트리아 정부는 유럽의회와 지속적인 대화를 벌이고 있다. 유럽의회는 특히 2010년까지 유럽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식기반 경제로 만들겠다는 ‘리스본어젠더’ (Lisbon agenda)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위에서 든 실례에서 볼 수 있듯이 유럽의회는 인사권과 예산권 등에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물론 입법권, 유럽연합 기구의 업무를 감독할 권리도 보유하고 있다.

      1) 유럽통합과 유럽의회
     유럽통합의 물꼬를 튼 유럽석탄철강공동체 (European Coal and Steel Community: ECSC)는 커먼 어셈블리 (Common Assembly)라는 기구를 가지고 있었다. 각 국에서 추천한 인물들이 모여 석탄철강공동체의 행정기구인 고위기구 (High Authority)를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고위기구가 석탄과 철강의 생산과 관리 등에 대한 정책을 제안하고 집행할 때 커먼 어셈블리의 의견을 들어야 했다. 또 커먼 어셈블리는 특정 정책에 대해 고위기구에 입장표명을 할 수 있었다.
     1958년 출범한 유럽경제공동체와 유럽원자력공동체는 유럽피언어셈블리 (European Assembly)를 운영했다. 두 공동체를 설립하는 로마조약은 각 회원국이 의원을 직접선거로 선출할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1979년 유럽의회 의원을 선출하기 위한 직접선거가 처음 열리기 전까지 어셈블리 의원들은 정부가 추천하는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각 나라 국회의원이 오기도 했고 시의원들이 오기도 했다. 또 권한도 미비했다.
     그러나 1979년 이후 직접선거로  선출되면서 이제 전업 유럽의회의원 (MEP: Members of European Parliament)이 되었다. 원래 임기는 4년이었으나 1993년 발효된 유럽연합조약에 따라 임기가 5년으로 늘어났다.
     2004년 5월1일 중.동부 유럽 10개국 – 폴란드,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발트 3국, 키프로스, 몰타 – 이 유럽연합에 가입했다. 그 해 6월, 25개 회원국에서 유럽의회 의원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가 실시되었다. 모두 7백32명이 선출되었다. 회원국별 인구수에 따라 유럽의회 의원의 수가 다르다. 독일의 인구가 8천2백만명 정도로 가장 많기 때문에 독일 출신의 유럽의회 의원은 99명이다. 이어 영국과 프랑스, 이태리는 각각 78명을 유럽의회에 보낸다. 이어 스페인과 폴란드는 각각 54명이다.
      워낙 다양한 국가에서 의원들이 오다 보니 의회 사무실도 브뤼셀과 프랑스의 국경도시 스트라스부르, 그리고 룩셈부르크에 흩어져 있다. 총회는 주로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다.
      다음 표를 보면 회원국별 의원의 수를 자세하게 알 수 있다.

      회원국
           의석수
        
     회원국         
         의석수

    독일        
     99             스웨덴
                     19


     프랑스         
      78             오스트리아
        
             18
    영국               78             핀란드                      14

    이태리
        
      78
        
     헝가리
        

            24

   벨기에        
        24        
     폴란드        
             54
  네덜란드                27              체코                     24

  룩셈부르크
        

         6        
    슬로바키아
        
            14


   덴마크
        

       14        
   슬로베니아
        
              7

    아일랜드
        
     13        
   에스토니아
        
           6

       몰타                5                

    그리스
        

        24        
   리투아니아
        
             13

   포르투갈
        
       24           라트비아
                     9

    스페인
        
        54        
키프로스         
           6

     (자료: 유럽의회 홈페이지 참조)


       2) 운영과 조직
     유럽의회는 1명의 의장과 14명의 부의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의장은 유럽의회를 대표하는 역할을 하며 임기는 2년반으로 중임이 가능하다. 14명의 부의장은 의장을 도와 각 종 총회와 의회를 운영한다. 의회는 집행위원회의 총국과 흡사하게 업무별로 소위원회를 두고 있다.
      예산을 검토하는 예산위원회와 예산통제위원회, 외교위원회, 경제화폐 위원회 등 모두 20개 위원회가 있다. 각 의원들은 위원회에 소속되어 업무를 본다.
      유럽의회 특징의 하나가 각 회원국 의원들이 국가별로 조직되어 표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별로 조직되어 표결을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중도우파 정당인 독일이나 벨기에의 기독교민주당, 영국의 보수당은 유럽인민당-유럽민주당이라는 정치그룹 (European People’s Party-European Democrats Group)를 구성하고 있다.  전체 7백32명의 의원 가운데 모두 2백67명이 이 그룹에 가입되어 있다. 이어 사회민주당 그룹이 2백1명으로 두번째 큰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이밖에 자유민주당 그룹, 녹색당 그룹 등이 있다.
      서로다른 정치문화와 스타일을 지닌 의원들이 같은 정치그룹을 결성, 활동하고 토론하고 표결한다. 물론 자국 의원들의 모임도 별도로 있고 표결을 할 때 자국의 입장을 많이 반영하려고 한다. 또 일국의 의회처럼 사무총장이 표결을 강요하는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각 회원국 의원들이 하나의 정치 그룹을 결성, 활동하고 표결한다는 것은 유럽의회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이다. 여러나라를 거쳐 일어나는 민주주의 (transnational democracy)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유럽의회를 이런 측면에서 연구한다. 과연 한 정치그룹에 소속된 다른 회원국 의원들이 자국이익을 초월, 유럽이익을 대표하는가? 어느정도 이데올로기를 공유하고 있는가? 5년마다 각 국에서 선거운동을 할 때에도 정치그룹이 공통의 선거강령을 발표한다. 물론 각 나라마다 사정에 맞게 강령을 추가, 선거운동을 하기도 한다. 또 유럽의회 선거의 평균 투표율은 회원국마다 매우 차이가 있지만 50-60%에 불과하다.

       3) 업무
     실례를 든 것처럼 집행위원회 위원장과 집행위원의 임명을 승인하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또 매년 집행위원회가 제출한 예산안을 심의하고 확정한다. 이 과정에서 회원국 장관들의 모임인 각료이사회와 예산안을 두고 많은 대화를 갖는다. 유럽의회는 공동농업정책에 드는 예산을 제외한 다른 예산 – 지역정책에 들어가는 구조기금과 연구개발 등 – 에 대한 최종 결정권이 있다.
      또 유럽연합 각 기구에 대한 민주적 감독기능이 있다. 집행위원회나 각료이사회의 경우 비밀스런 운영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따라서 유럽의회는 집행위원회나 각료이사회에 정책을 건의하거나 이런 정책을 실행하라고 제안할 수 있다. 또 두 기구에 관련 업무를 문의할 수 있다. 이밖에 청원위윈회는 유럽연합  시민들로부터 유럽연합 기구의 업무에 대한 불만을 접수, 처리한다.
     통합과정에서 유럽의회의 입법권은 계속 확대되어 왔다. 1987년 7월 발효된 단일유럽의정서 이전에 유럽의회는 집행위원회가 제안하는 법안에 대해 의견을 줄 수 있었다. 단일유럽의정서 발효이후 법안을 절대 다수로 거부할 수 있었다. 1993년 유럽연합조약과 이어 계속된 조약개정을 통해 이제는 법안통과에 각료이사회에 거의 대등한 힘을 행사한다. 즉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법안이 통과되려면 유럽의회가 승인을 해야 한다.
      유럽의회는 유럽연합 기구가운데 회원국 시민들로부터 직접 선출되어 정통성을 부여받았다. 통합이 진전되면서 유럽의회의 권한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에는 유럽법원 (European Court of Justice)를 분석한다.
  안병억 케임브리지대학교 국제정치학과 박사과정 (anpy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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